미래다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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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자회사에 현금이 쌓여도 바로 못 가져온다…배당 송금은 나라별 규제와 원천세가 갈랐다

경제

해외 자회사에 현금과 이익잉여금이 많다고 해서 국내 본사가 그 돈을 곧바로 배당 재원으로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는 현지 법인이 배당 가능한 이익을 갖고 있는지, 현지 법과 금융계약상 송금 제한이 없는지, 송금 단계에서 원천세가 얼마나 붙는지를 각각 따져야 한다. 같은 제조업이라도 중국·베트남·인도처럼 생산거점이 다른 경우 배당의 속도와 비용이 크게 달라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 상장사 공시를 보면 이 차이는 숫자로도 드러난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 9월 30일 기준 연결 검토보고서에서 사용과 송금에 제한이 있는 현금성자산이 529억9900만원이라고 밝혔다. 같은 회사의 2025년 별도 재무제표에는 배당수익이 1조1372억2300만원으로 잡혀 있다. 해외 법인에서 실제로 올라오는 배당이 있는 동시에, 일부 현금은 시점별로 자유롭게 옮길 수 없다는 뜻이다.

현대자동차그룹 사례도 결이 다르다. 현대차는 2025년 연결 감사보고서에서 사용이 제한된 금융상품과 현금성자산이 총 2조5862억9100만원이라고 공시했고, 같은 해 연결 현금흐름표에는 배당금 수취가 1조906억7500만원으로 나타났다. 그룹 차원에서 배당 유입은 이어지지만, 연결재무제표에 잡히는 현금 가운데 일부는 담보·예치·규제 등으로 즉시 쓸 수 없는 구조라는 점을 함께 봐야 한다.


중국은 배당 가능이익과 원천세를 함께 봐야 한다


중국 법인은 배당 전에 이익의 일부를 법정적립금으로 쌓아야 하는 구조가 여전히 중요하다. 중국 회사법 개정본은 세후이익의 10%를 적립해 법정준비금이 등록자본의 50%에 이를 때까지 쌓도록 두고 있다. 따라서 장부상 현금이 많아도 현지 회계 기준상 배당 가능한 이익과 준비금 적립 요건을 먼저 통과해야 한다.

세금도 별도 변수다. 중국 세무당국 자료에 따르면 비거주 기업이 중국 원천 배당을 받을 때 일반적인 원천징수세율은 10%다. 다만 한중 조세조약은 일정한 지분 요건을 충족하는 법인 배당에 5% 제한세율을 두고 있어, 같은 중국 자회사라도 한국 본사의 지분율과 수익적 소유자 인정 여부에 따라 실제 세부담이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중국 법인에 현금이 쌓여 있다는 사실만으로 국내 모회사 배당 여력을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인도는 배당 때 원천징수 비용이 숫자로 바로 드러난다


인도는 배당 단계의 세금이 공시에서 더 직접적으로 보인다. 인도 소득세 안내는 2020년 4월 1일 이후 배당소득이 주주 손에 과세되며, 비거주 주주에게 지급하는 배당은 원천징수 대상이라고 설명한다. 현대자동차 인도법인인 현대모터인디아는 2024-25 사업연도 연차보고서에서 주당 21루피의 최종배당을 제안하면서 총 현금유출 예상액을 원천세 포함 170억6336만루피로 적었다.

같은 보고서의 전기 비교표를 보면 2023-24 사업연도 배당 지급액은 1078억2420만루피였고, 이 가운데 원천세만 161억7363만루피였다. 해외 생산거점이 현금을 잘 벌어도, 그 현금을 한국 본사 또는 외국 주주에게 올려보내는 순간 세금이 현금유출로 확정된다는 의미다. 국내 투자자가 해외 상장 자회사 배당정책을 볼 때 배당성향만이 아니라 원천세 포함 총유출액을 함께 봐야 하는 이유다.


베트남은 ‘세금’보다 ‘송금 절차’가 병목이 되는 반례도 있다


해외 현금의 회수를 가로막는 요인이 항상 높은 배당세인 것은 아니다. 베트남 외국인투자 안내 자료는 외국인 투자자가 국가에 대한 재정 의무를 모두 이행한 뒤 투자소득과 합법적 자산을 해외로 송금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어떤 시장에서는 배당 단계의 세율 자체보다 감사재무제표 제출, 세무 정산, 은행 절차 같은 사후 송금 요건이 더 큰 병목이 될 수 있다.

미국도 반대로 읽을 필요가 있다. 미국 세법상 외국법인에 대한 배당 원천징수의 기본세율은 30%지만, 한미 조세조약상 한국 거주자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15%, 일정 요건을 갖춘 법인 대주주에는 10% 제한세율이 적용될 수 있다. 결국 ‘해외 법인 현금은 세금 때문에 못 가져온다’는 식의 단정도, ‘현금이 많으니 본사 배당 확대가 가능하다’는 기대도 둘 다 절반만 맞는 셈이다.

핵심은 국가별 제도와 기업별 구조를 분리해서 보는 일이다. 중국처럼 배당 가능이익과 원천세를 함께 따져야 하는 시장이 있고, 인도처럼 배당 원천세가 공시 숫자로 바로 드러나는 시장이 있으며, 베트남처럼 송금 절차가 더 중요한 시장도 있다. 해외 자회사 잉여금은 국내 본사 입장에서 자동으로 ‘가용 현금’이 아니라는 점이 이번 비교에서 확인됐다.

자료: LG에너지솔루션, 2025년 3분기 연결검토보고서(2025); LG에너지솔루션, 2025년 별도감사보고서(2026.3.12); 현대자동차, 2025년 연결감사보고서(2026); 현대자동차, 2025년 연간 및 4분기 경영실적 발표(2026.1.29); Hyundai Motor India Limited, Annual Report 2024-25(2025); Hyundai Motor India Limited, Communication to Shareholders – Intimation on Tax Deduction on Dividend(2025.7.31); 중국 국가세무총국 상하이, 비거주기업 배당 원천징수 안내(2023); 대한민국 정부와 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간의 소득에 대한 조세의 이중과세회피와 탈세방지를 위한 협정(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Internal Revenue Service, Tax Treaty Tables(2023 개정본, 2026년 확인); U.S. House of Representatives Office of the Law Revision Counsel, 26 U.S.C. §1442; Vietnam Foreign Investment Agency, Profit remittance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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