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통신 부가가치율 50% 육박, 자동차는 30%…ROIC는 왜 기업마다 달랐나
한국이 고부가가치 제조업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는지 묻는다면, 통계만 보면 일부 답은 이미 나와 있다. 2024년 광업·제조업조사 잠정치 기준으로 전자·통신 업종의 출하액은 340조5000억원, 부가가치는 169조4000억원으로 부가가치율이 약 49.8%였다. 자동차 업종은 출하액 294조1000억원, 부가가치 89조원으로 약 30.3%, 1차금속은 182조원 대비 37조3000억원으로 약 20.5% 수준이었다. 고부가 업종의 비중이 커질수록 국가 전체의 소득 창출력은 높아지지만, 그 자체가 곧바로 모든 기업의 높은 투자수익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핵심은 업종 평균의 부가가치율과 개별 기업의 투하자본수익률이 다른 질문에 답한다는 점이다. 부가가치율은 한 산업이 매출에서 얼마만큼의 부가가치를 남기는지를 보여주고, ROIC는 그 부가가치를 만들기 위해 투입한 자본이 실제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굴러갔는지를 가늠한다. 산업이 고부가라고 해도 투자 타이밍이 나쁘거나, 사이클이 꺾이거나, 대규모 증설이 먼저 진행되면 기업 수익률은 얼마든지 흔들릴 수 있다.
전자·통신은 통계상 가장 높은 부가가치율, 그러나 사이클이 꺾이면 수익성도 급락
전자·통신 업종은 2024년 가장 두드러진 회복을 보였다. 출하액이 전년보다 26.4% 늘었고 부가가치는 48.4% 증가했다. 통계 작성 기관은 인공지능 수요 급증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수출 확대를 주요 배경으로 제시했다. 산업 평균만 놓고 보면 한국 제조업의 고부가 전환을 가장 강하게 설명하는 업종이 전자·통신인 셈이다.
다만 기업 차원에서는 같은 업종 안에서도 변동성이 컸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를 보면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은 333조6059억원, 영업이익은 43조6011억원으로 2024년보다 늘었다. 특히 DS 부문 매출은 130조1282억원, 영업이익은 24조8581억원으로 전년 대비 큰 폭의 개선을 보였다. 그러나 바로 전해인 2024년 사업보고서에는 2023년 DS 부문 영업이익이 14조8795억원 적자로 기록돼 있다. 고부가 업종이라는 산업 분류가 한 해의 ROIC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반례가 이미 대형 상장사 공시에 들어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2025년 말 자본총계 436조3203억원, 차입금과 사채를 포함한 재무활동성 부채 25조2391억원, 유동자금에서 차입금을 뺀 순현금 100조6079억원이 공시됐다. 이를 바탕으로 순현금을 차감한 단순 투하자본을 계산하면 연평균 기준 약 322조원 수준이고, 여기에 2025년 영업이익을 대입한 단순 ROIC는 약 13.5%로 추산된다. 엄밀한 ROIC와는 계산 방식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규모 설비투자 산업에서도 영업이익이 회복되면 자본수익률이 두 자릿수로 다시 올라설 수 있다는 점은 확인된다.
자동차는 부가가치율이 낮아도 자본수익률이 무너진 것은 아니었다
자동차 업종의 2024년 부가가치율은 약 30.3%로 전자·통신보다 낮았다. 그러나 통계청은 같은 해 자동차 업종의 부가가치 증가 배경으로 하이브리드차와 RV 등 고부가 완성차 비중 확대를 짚었다. 즉 자동차도 산업 내부의 제품 믹스가 바뀌면 평균 부가가치가 올라갈 수 있다는 뜻이다.
현대모비스의 재무 흐름은 이 점을 보여준다. 현대모비스는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61조1181억원, 영업이익 3조3575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률은 5.5%였다. 2024년 영업이익률 5.4%에 이어 2년 연속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 같은 기간 자본총계는 49조2128억원, 현금유동성은 11조8137억원, 단기·장기차입금 합계는 2조9456억원이었다.
이 수치로 단순 투하자본을 계산하면 현대모비스의 2025년 평균 투하자본은 약 39조4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영업이익을 대입한 단순 ROIC는 약 8.5%다. 전자·통신 업종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보다는 낮지만, 자동차 업종 평균 부가가치율이 30% 안팎이라는 이유만으로 자본수익률이 낮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완성차 판매 믹스, 전동화 부품, AS 부품 등 사업구조가 버티면 업종 평균 이상의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
정책이 밀어주는 것은 투자, 시장이 가르는 것은 회수
정책도 업종 간 격차를 키우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의 통합투자세액공제는 국가전략기술 시설 투자에 더 큰 인센티브를 두고 있고, 반도체 분야는 별도 우대가 더 강하다. 미래형 이동수단도 국가전략기술 범주에 들어가지만, 전통적 자동차 생산 전반이 동일한 강도로 지원되는 구조는 아니다. 같은 제조업이라도 어떤 기술이 제도상 우대 대상인지에 따라 투자 회수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세액공제가 곧바로 높은 ROIC를 뜻하지는 않는다. 세제 지원은 초기 투자비를 낮춰 주지만, 이후 영업이익이 충분히 따라오지 못하면 투하자본이 먼저 불어나면서 수익률이 오히려 낮아질 수 있다. 삼성전자 DS 부문의 2023년 적자와 2025년 회복은 그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정책은 공장과 장비 도입을 앞당길 수 있지만, 최종적으로 ROIC를 결정하는 것은 제품 가격, 수율, 고객 구조, 수요 사이클이다.
결국 한국이 고부가가치 산업 중심의 일류 국가로 가는 조건은 산업 평균의 부가가치율 상승만이 아니다. 전자·통신처럼 부가가치율이 높은 업종을 키우되, 기업이 대규모 설비투자 이후에도 두 자릿수에 가까운 자본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반대로 자동차처럼 평균 부가가치율이 더 낮은 업종도 제품 믹스와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꾸면 준수한 ROIC를 만들 수 있다. 국가 경쟁력은 결국 어떤 업종을 육성하느냐보다, 그 업종 안에서 누가 실제로 자본을 벌어들이는 구조를 만들었느냐에서 갈린다.
자료: 국가데이터처, 2024년 광업·제조업조사 결과(잠정)(2025.12.17); 삼성전자, 사업보고서(2025.03.11); 삼성전자, 사업보고서(2026.03.10); 현대모비스, 사업보고서(2025.03.11); 현대모비스, 재무정보-요약재무제표(K-IFRS 연결 기준, 2026년 10월 확인);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조세특례제한법 제24조(2026년 시행 기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