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약품 품절이 반복되는 이유…저가약 손익분기점과 원료조달 리스크가 만나는 지점
필수의약품 품절은 단순한 물류 차질이 아니라 가격 규제와 원료 조달 구조, 기업의 제품 포트폴리오가 한꺼번에 맞물릴 때 반복되는 산업 현상에 가깝다. 환자 입장에서는 ‘왜 꼭 필요한 약이 없느냐’는 질문이 먼저 나오지만, 상장 제약사의 공시를 뜯어보면 문제의 핵심은 더 좁다. 약값을 쉽게 올리기 어려운 저가 제네릭이나 주사제에서 원료비와 생산비, 설비 유지비가 동시에 오르면 기업이 그 품목을 계속 밀어낼 유인이 약해진다는 점이다.
정부도 이 구조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26년 3월 26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필수의약품 수급 불안정 심화를 현행 약가제도의 한계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고, 퇴장방지의약품 지정기준 상향, 원료 인상분의 즉시 반영, 시설투자·초과근무 비용을 포함한 원가보전 기준 현실화, ‘수급안정 선도기업’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를 단순한 현장 운영 실패가 아니라 채산성 부족의 결과로 본 셈이다.
약이 부족한 이유는 ‘수요 폭증’보다 ‘낮은 보상과 높은 고정비’에 가깝다
퇴장방지의약품 제도 자체가 이를 보여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퇴장방지의약품을 환자 진료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경제성이 없어 생산이나 수입을 기피할 수 있어 원가 보전이 필요한 약으로 설명한다. 다시 말해 공급 불안은 희귀한 예외가 아니라, 제도가 애초부터 전제하고 있는 구조적 위험이다.
저가 필수약은 대개 가격을 시장에서 자유롭게 올릴 수 없다. 반면 비용은 원료, 포장재, 에너지, 인건비, 품질관리, 설비 유지보수, 재고 부담을 따라 올라간다. 특히 병원에서 대체가 쉽지 않은 주사제나 오래된 제네릭은 판매량이 일정해도 단가가 낮아 작은 비용 상승만으로 손익분기점 아래로 떨어지기 쉽다. 이런 품목은 회사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도, 생산라인을 유지하려면 공장과 인력은 그대로 붙잡아 둬야 하기 때문에 경영진 입장에서는 가장 먼저 부담으로 인식된다.
대원제약은 왜 수익성이 급격히 얇아졌나
대원제약의 2025년 별도 재무제표를 보면 매출은 5429억8110만원으로 2024년 5360억8607만원보다 소폭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08억8296만원에서 123억1245만원으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매출원가는 2642억5543만원에서 2848억9561만원으로 증가했고, 경상연구개발비도 213억6902만원에서 236억4806만원으로 늘었다. 매출은 제자리인데 원가와 연구개발비가 같이 올라가면서 수익성이 크게 얇아진 구조다.
대원제약 사업보고서는 이런 압박이 개별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 환경과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회사는 사업보고서에서 제네릭 의약품 약가 산정 기준, 사용량-약가 연동에 따른 사후 인하, 급여적정성 재평가를 주요 규제 요인으로 적시했다. 가격은 제도에 묶여 있는데 비용은 제조 현장에서 올라가는 구조라면, 수익성이 낮은 필수약일수록 생산 지속 여부가 더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품절의 직접 원인이 한 회사의 생산 중단으로 나타나더라도, 그 배경에는 이런 손익 구조가 깔려 있다는 뜻이다.
삼진제약은 같은 업종인데 왜 버티는가
반례도 있다. 삼진제약의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은 3091억3353만원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영업이익은 267억8450만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영업이익률은 8.66%로 전년의 10.26%보다 낮아졌지만, 대원제약의 별도 기준 수익성보다 여전히 두껍다. 같은 국내 제약사라도 필수약·저가약 노출도와 포트폴리오 구성이 다르면 비용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이 달라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삼진제약 사업보고서에는 또 다른 차이도 보인다. 회사는 2022년 오송공장 API 원료의약품 생산동 증축과 주사제동 준공 이력을 적었고, 2025년 주요 원재료 매입 현황과 함께 향후 원료의약품 매출 확대 전략을 제시했다. 주요 제품에서도 정제, 주사제, 캡슐제 외에 원료의약품 자체 매출이 잡힌다. 원료를 전량 외부 조달하는 구조보다 자체 생산과 제품 다변화 비중이 높을수록 특정 원료 수급 차질이나 저가 품목의 마진 악화를 완충할 여지가 생긴다. 필수의약품 품절이 모든 제약사에서 동일한 강도로 나타나지 않는 이유다.
정책은 바뀌고 있지만, 효과는 선별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제도도 최근 들어 ‘무조건 낮은 약가’에서 ‘공급 유지 비용 보상’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5년 5월 생산·수입·공급 중단 등의 보고대상 의약품 보고 규정을 개정했고, 같은 해에는 약사법 개정을 통해 국가필수의약품 정의와 안정공급 정책 추진체계의 법적 근거를 정비했다. 정부가 품절을 사후 대응이 아니라 조기 경보와 상시 관리의 대상으로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기업 영향은 균등하지 않을 전망이다. 2026년 건정심 방안은 퇴장방지의약품 보상 강화와 함께 원료 자급화, 생산기반 유지, 항생 주사제와 소아용 의약품 같은 정책 필요 품목에 최대 68% 수준의 약가 우대와 10년 이상의 우대기간 보장을 예고했다. 이는 필수약 생산 유인을 높이는 방향이지만, 동시에 일반 제네릭 전반에는 2026년 하반기부터 약가 산정률 조정이 예정돼 있다. 필수약 공급에 많이 관여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손익은 앞으로 더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필수의약품 품절을 반복시키는 것은 한두 번의 수급 사고가 아니라, 낮은 단가의 오래된 의약품을 누가 어떤 수익 구조로 계속 만들 것인가의 문제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저가 필수약은 사회적으로 꼭 필요하지만 재무적으로는 가장 취약한 품목일 수 있다. 앞으로 품절 문제를 줄이려면 단순히 ‘약가를 올리느냐 마느냐’의 논쟁보다, 어떤 품목에 얼마만큼의 공급 유지 보상을 붙이고 어떤 기업이 실제로 생산기반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가르는 정책이 더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자료: 보건복지부, 건정심, 국민건강보험 약가 조정 및 제도개선 의결(2026.03.26); 국가법령정보센터, 약제의 결정 및 조정 기준(2026 시행 고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퇴장방지의약품 목록 및 제도 설명(2026); 식품의약품안전처, 생산수입공급 중단 등의 보고대상 의약품 보고 규정 고시 제2025-33호(2025.05.26); 식품의약품안전처, 2025년 국정성과 자료(2026); 대원제약, 제65기 사업보고서 및 재무제표(2026.02.25 공시); 삼진제약, 제58기 사업보고서(2026.03.16 공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