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를 내는데 왜 또 실손보험인가…보험사 손익과 가계 부담이 엇갈리는 이유
국민건강보험료를 모두가 내는데도 실손의료보험을 따로 가입하는 이유는 단순한 ‘이중지출’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건강보험은 필수 의료의 기본 틀을 제공하지만 법정 본인부담금과 비급여가 남고, 실손보험은 이 잔여 부담을 메우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구조가 그대로 가계에 유리한 것은 아니다. 의료 이용이 많은 가입자에게는 방어막이 되지만, 보험사 전체로는 손해율 변동을 키우고, 의료 이용이 적은 다수 가입자에게는 보험료만 남길 수 있다.
2026년 10월 22일 기준으로 제도와 기업 공시를 함께 보면, 실손보험은 건강보험의 대체재가 아니라 건강보험 바깥 비용을 둘러싼 민간 분담장치에 가깝다. 따라서 독자의 질문은 “왜 또 내야 하느냐”에서 끝나지 않는다. 더 중요한 쟁점은 그 추가 지출이 누구에게 이전되고, 어떤 기업에는 비용 압박으로, 어떤 기업에는 관리 가능한 사업 포트폴리오로 작동하느냐다.
건강보험이 다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생긴 민간 보완시장
국민건강보험의 보장 범위는 넓지만 전부는 아니다. 국가지표체계에 반영된 2024년 건강보험 보장률은 64.9%였다. 전체 진료비 가운데 약 3분의 1은 환자 본인부담과 비급여로 남는다는 뜻이다. 건강보험료를 낸 뒤에도 병원 창구에서 다시 돈을 내는 구조가 유지되는 한, 실손보험 수요는 사라지기 어렵다.
이 때문에 실손보험은 건강보험과 같은 의료비를 중복 지급하는 상품이라기보다, 건강보험 이후에도 남는 지출을 환급하는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다수의 실손보험에 가입해도 실제 부담한 의료비를 초과해 받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단체실손과 개인실손을 함께 가진 경우도 비례보상 원칙이 적용된다. 시민이 느끼는 체감은 ‘이중 납부’에 가깝지만, 제도 설계상으로는 공보험이 남겨둔 비용을 민간보험이 나눠 맡는 구조다.
건강보험료 자체도 줄어드는 흐름은 아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안내에 따르면 2026년 건강보험료율은 7.19%다. 여기에 실손보험료까지 더해지면 가계는 공적 보험료와 사적 보험료를 동시에 부담하게 된다. 결국 가계 입장에서는 건강보험료와 실손보험료를 모두 내고도, 병원 이용이 적으면 실손보험 혜택을 체감하지 못하는 비대칭이 생긴다.
보험사에선 왜 손해율 문제가 커지나
보험사 쪽에서 실손보험을 ‘지속 가능성’ 문제로 보는 이유는 보험금 지급이 일부 가입자에게 집중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2026년 5월 발표한 5세대 실손보험 개편 자료에 따르면, 실손보험 가입자의 65%는 보험금 수령 없이 보험료만 납부했고 보험금 수령 상위 10%에게 전체 보험금의 약 74%가 지급됐다. 다수가 낸 보험료가 소수의 고액 청구로 이동하는 구조가 강한 셈이다.
이 구조에서는 건강보험 본인부담 설계와 실손보험 보장 방식이 충돌하기도 한다. 금융당국은 기존 실손보험이 급여 본인부담의 정책 효과를 약화시키고, 비급여 과다 이용을 키우는 측면이 있다고 보고 2026년 5월 6일부터 5세대 실손보험을 새로 출시했다. 이어 2013년 3월 이전 재가입 조건이 없던 1·2세대 가입자를 대상으로는 2026년 11월부터 선택형 할인 특약과 5세대 전환 할인 제도를 함께 시행하기로 했다.
보험금 청구 절차도 바뀌고 있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는 2024년 10월 25일 병원급 의료기관과 보건소를 대상으로 먼저 시행됐고, 2025년 10월 25일부터 의원과 약국으로 확대됐다. 금융위원회는 2026년 4월 연계율 제고 대책을 다시 내놨다. 청구가 쉬워질수록 소비자 편익은 커지지만, 반대로 그동안 청구되지 않던 소액 보험금이 실제 지급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어 보험사 손해율에는 또 다른 변수다.
기업 사례: 보험료 수입이 늘어도 본업 이익은 줄 수 있다
실손보험 손해율이 기업 실적에 미치는 압박은 공시에서 확인된다. DB손해보험의 2026년 1분기 IR 자료를 보면 매출액은 5조578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6.2% 늘었지만, 보험손익은 2270억원으로 43.7% 줄었다. 영업이익은 4630억원으로 28.5%, 세전순이익은 4600억원으로 28.6%, 당기순이익은 2690억원으로 39.9% 감소했다. 보험료 수입이 늘어도 의료비 지급과 손해율 부담이 커지면 본업 수익성이 바로 악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같은 회사의 2026년 1분기 경영공시와 2025년 사업보고서를 함께 보면 손해보험사의 손익은 보험손익과 투자손익이 함께 움직인다. 즉 실손보험 손해율이 악화하더라도 회사 전체 이익은 투자 성과나 자동차·일반보험 실적에 따라 일부 상쇄될 수 있고, 반대로 투자 여건이 나쁘면 실손 부담이 더 크게 드러난다. 독자가 체감하는 ‘왜 또 실손을 드나’라는 질문이 기업 분석으로 넘어오면, 답은 결국 손해율 하나가 아니라 포트폴리오 전체에 있다.
다른 대형사들도 대응 방향은 비슷하다. 삼성화재는 2026년 1분기와 2분기 경영현황 공시를 별도로 게시했고, 2026년 7월 1일자 재가입 계약용 실손의료비보험 상품을 공시했다. 현대해상도 2026년 1분기와 2분기 경영실적 발표 일정을 공개하고, 홈페이지에서 4세대 실손 누적 비급여보험금 확인 기능을 운영하고 있다. 실손 사업의 핵심이 단순 판매에서 비급여 이용 관리와 세대 전환 관리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가계에는 부담, 기업에는 기회와 리스크가 동시에 남는다
가계 관점에서 보면 건강보험과 실손보험의 중첩은 분명한 추가 비용이다. 하지만 이 추가 비용이 곧바로 낭비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건강보험 보장률이 100%가 아니고, 중증 질환이나 반복 치료가 발생하면 실손보험이 실제 현금 유출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의료 이용이 적은 가구라면 같은 구조가 장기간 보험료 지출만 남기는 역진적 체감으로 돌아온다.
기업 관점에서도 반례는 존재한다. 실손보험 손해율이 높다고 해서 모든 손보사가 같은 폭으로 흔들리지는 않는다. 보험 포트폴리오, 투자손익 방어력, 구세대 계약 비중, 4·5세대 전환 속도, 비급여 청구 집중도에 따라 충격이 달라진다. 실손보험은 건강보험의 빈틈을 메우는 상품이면서 동시에, 그 빈틈이 얼마나 크고 어떻게 관리되느냐에 따라 손보사의 수익성을 좌우하는 가장 민감한 사업부문 중 하나가 됐다.
결국 “건보료를 내는데 왜 또 실손보험을 드느냐”는 질문의 답은 제도와 시장을 나눠 봐야 풀린다. 제도 차원에서는 건강보험이 남기는 본인부담과 비급여가 실손 수요를 만들고, 시장 차원에서는 그 수요가 보험사 손해율과 상품 개편 압력으로 되돌아온다. 시민에게는 생활비 문제이고, 손보사에는 손익 구조의 문제인 셈이다.
자료: 금융위원회, 5세대 실손의료보험 출시 관련 보도자료(2026.05.01); 금융위원회,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연계율 제고 관련 보도자료(2026.04.24); 국민건강보험공단, 2026년 달라지는 건강보험·장기요양보험 제도 리플릿(2026); 국가지표체계, 건강보험 보장률(2024 기준); DB손해보험, 2026.1Q Earnings Release(2026.05.15); DB손해보험, 2026년 1/4분기 DB손해보험 현황(경영공시)(2026.05.29); DB손해보험, 제59기 사업보고서(2026.03.31); 삼성화재, 정기경영공시 FY26 안내 페이지(2026 확인); 현대해상, 실적발표자료 2026.1Q·2026.2Q 안내 페이지(2026 확인); DB손해보험 FAQ 및 현대해상 약관·서비스 안내 자료(2026 확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