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를 줄이는 기업의 계산…사무실 임차료보다 더 큰 것은 협업 방식과 인프라 구조
기업이 재택근무를 줄이거나 사무실 출근을 다시 강조하는 이유를 단순히 임차료 절감이나 사무실 유지비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국내 주요 플랫폼 기업 공시를 보면 사무실과 설비에 묶인 비용은 여전히 크지만, 실제 선택은 비용 자체보다 어떤 업무를 어디서 수행할 때 성과가 나는지에 더 가깝다. 같은 IT 업종에서도 한 회사는 원격 선택권을 유지했고, 다른 회사는 오피스를 기본 축으로 잡았다. 그런데 두 회사 모두 최근 실적은 개선됐다.
이 점은 재택근무가 왜 한국에서 보편적 표준으로 굳어지지 못했는지에도 연결된다. 기업 입장에서 사무실은 단순한 월세가 아니라 보안, 장비, 대면 협업, 교육, 의사결정 속도, 조직관리와 묶인 비용 구조다. 반대로 재택근무도 공짜가 아니다. 디지털 협업 도구, 성과관리 체계, 원격 보안, 분산된 장비와 공간 운용이 함께 따라붙는다. 결국 기업은 임차료와 인건비를 따로 떼어 계산하기보다, 어느 방식이 매출과 이익을 더 안정적으로 만들지 비교하게 된다.
네이버는 원격 선택권을 유지했지만 물리 인프라 투자는 더 커졌다
네이버는 현재 채용 문화 소개에서 평일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 사이 자율적으로 일하고, 매년 오피스 기반과 원격 기반 근무 형태를 선택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재택근무를 전면 철회한 모델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네이버의 2025년 연결감사보고서를 보면 리스 관련 자산과 부채는 오히려 크게 늘었다.
2025년 말 네이버의 연결 기준 사용권자산은 9223억원으로 1년 전 3175억원에서 급증했고, 리스부채도 5961억원에서 1조1878억원으로 늘었다. 세부 항목을 보면 IDC 건물 관련 사용권자산이 740억원 수준에서 7650억원으로 커진 영향이 컸다. 당기 중 증가한 사용권자산도 8368억원이었다. 리스 총 현금유출은 2950억원으로 전년 2679억원보다 늘었다.
이 숫자는 재택근무 선택권을 준다고 해서 기업의 공간 비용이 자동으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플랫폼 기업의 핵심 자산이 단순 사무실이 아니라 데이터센터, 전용회선, 기계장치 같은 운영 인프라까지 포함하기 때문이다. 원격근무를 유지해도 회사가 감당해야 하는 물리 자산 투자는 오히려 커질 수 있다.
실적만 놓고 보면 네이버는 이런 구조 아래서도 2025년 연간 매출 12조350억원, 영업이익 2조2081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이 수치만으로 원격 선택제가 성과를 높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공시는 성과와 비용을 보여주지만, 그 성과가 근무 방식 자체에서 비롯됐는지까지 직접 분리해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오피스를 기본 축으로 두되, 조직별로 방식을 고르게 했다
카카오는 2024 ESG 보고서에서 ‘Kakao ON’ 체계를 설명하며 완전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적용하고, 지정 오피스를 기본 업무공간으로 두면서 각 조직이 최적의 일하는 방식을 선택한다고 밝혔다. 전면 재택도, 전면 고정출근도 아닌 조직별 선택형에 가깝다. 2022년 메타버스 근무제를 선언했던 회사가 이후 운영 방식을 다시 정리한 셈이다.
카카오의 2025년 연결감사보고서를 보면 리스 관련 부담도 여전히 크다. 2025년 말 사용권자산은 1조5079억원, 리스부채는 1조8911억원이다. 전년보다 각각 줄었지만 여전히 대규모다. 당기 중 리스 총 현금유출은 4538억원으로 전년 4038억원보다 증가했다. 사용권자산 감가상각비만 3058억원, 리스부채 이자비용도 825억원이었다.
카카오 사례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오피스를 기본 축으로 둔다고 해서 비용이 즉시 가벼워지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장기 계약된 부동산과 각종 설비, 계열사 운영 공간, 데이터센터 같은 요소가 함께 움직이기 때문이다. 출근을 늘린다고 비용 구조가 단기에 확 바뀌지 않고, 반대로 재택을 확대한다고 공간비가 바로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카카오는 이런 구조 속에서도 2025년 연간 매출 8조991억원, 영업이익 7320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이 역시 출근 확대가 실적을 만들었다고 바로 연결하기는 어렵다. 다만 회사가 협업 방식과 자산 구조를 함께 조정하면서 성과를 냈다는 사실은 확인된다.
공시가 말해주는 것은 ‘임차료 절감’보다 ‘고정비 재배치’다
두 회사 공시를 함께 보면 재택근무 축소의 핵심을 ‘사무실 월세가 아까워서’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더 정확한 표현은 고정비의 재배치다. 사무실, 데이터센터, 통신망, 장비, 보안 체계, 교육과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을 어떤 비율로 묶을지 결정하는 문제에 가깝다.
특히 대규모 플랫폼·IT 기업은 부동산 비용보다 더 넓은 범위의 공간 비용을 안고 있다. 네이버는 IDC 건물 관련 자산이 크게 늘었고, 카카오는 부동산 외에도 기계장치 리스 비중이 적지 않았다. 이런 구조에서는 재택근무의 손익분기점이 일반 사무직 중심 기업과 다르게 계산된다. 근무 장소를 유연화하더라도 핵심 서비스 운영 인프라가 수도권 거점에 남아 있으면 좋은 일자리 역시 본사와 대형 캠퍼스 주변에 모이기 쉽다.
지방 청년이 서울의 비싼 주거비를 감수하고 올라오는 현실도 여기와 맞물린다. 원격근무가 넓게 정착하면 채용 풀을 넓히고 거주지 선택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본사 의사결정 조직, 핵심 개발, 대형 인프라 운영, 협업 밀도가 높은 부서가 수도권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재택근무가 일부 유지돼도 승진과 평가, 핵심 프로젝트 배치가 오프라인 중심 조직에 묶이면 지방 거주만으로 좋은 일자리를 얻기 어려운 구조가 유지된다.
정부는 유연근무를 지원하지만, 도입 여부는 여전히 기업 판단이다
정책도 재택근무를 의무가 아니라 선택 가능한 제도로 다루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워크24 안내를 보면 현재도 사업주가 시차출퇴근, 선택근무, 재택·원격근무를 활용하면 유연근무 장려금과 시스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2025년에는 육아기 유연근무 장려금 지원 단가가 확대됐고, 2026년에도 기업지원 제도 안내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이런 제도는 재택근무를 넓히는 유인일 뿐, 기업의 기본 운영 방식을 바꾸는 강제 규칙은 아니다. 실제 도입은 업종, 보안 요구, 장비 의존도, 평가 체계, 관리자 역량에 따라 달라진다. 결국 제도가 있어도 회사가 성과관리와 협업 방식을 설계하지 못하면 재택근무는 오래 가지 못한다.
반례도 분명하다…정답은 출근 확대가 아니라 업무별 설계다
네이버와 카카오를 함께 보면 한 가지 반례가 분명해진다. 재택 선택권을 넓게 둔 회사도 성과를 낼 수 있고, 오피스를 기본 축으로 둔 회사도 성과를 낼 수 있다. 따라서 ‘좋은 실적을 내려면 출근을 늘려야 한다’거나 ‘재택근무가 정답이라 사무실은 줄일수록 좋다’는 식의 단선적 판단은 공시만으로 뒷받침되지 않는다.
기업이 실제로 따지는 것은 임차료 자체보다 어떤 업무를 어느 공간에서 할 때 성과, 속도, 보안, 채용 경쟁력이 함께 맞아떨어지느냐다. 지방에 좋은 일자리가 왜 적은지, 왜 재택근무가 널리 정착하지 못했는지를 이해하려면 사무실 비용만 볼 것이 아니라 본사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와 물리 인프라 집중, 장기 리스 계약, 조직관리 방식까지 같이 봐야 한다. 적어도 현재 공시가 보여주는 결론은 분명하다. 기업의 계산은 ‘사무실을 없애느냐 유지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고정비 구조가 자신의 사업모델에 가장 잘 맞느냐를 고르는 쪽에 가깝다.
자료: NAVER Careers, Culture 페이지(2026년 확인); 네이버 주식회사와 그 종속회사, 2025년 연결감사보고서(2026.03.06); NAVER Corp., 2025년 4분기 및 연간 실적 발표(2026.02.06); 카카오, 2024 ESG Report(2025.06.25 발간본 기준 확인); 주식회사 카카오와 그 종속기업, 2025년 연결감사보고서(2026.03.18); 카카오, 2025년 연간 실적 발표(2026.02.12); 고용노동부, 유연근무 제도 안내(2026년 확인); Work24, 유연근무 장려금 제도 안내(2026년 확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