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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재배, 농가 판로는 넓히지만 식품회사 원가 안정엔 한계

경제

농산물 계약재배가 농가소득과 식품회사 원가를 동시에 안정시키는 만능 장치로 보기는 어렵다. 취재 결과 계약재배는 농가에는 판로와 현금흐름을, 기업에는 원료 확보와 조달 계획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지만, 작황과 수율, 수입 원재료 비중, 환율과 에너지 비용까지 함께 움직이는 식품업 구조에서는 원가를 완전히 고정해 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도 계약재배를 수급안정 수단으로 확대하고 있지만, 최근 제도 개편은 가격 보전과 함께 출하 조절 의무를 강화하는 방향에 가깝다.


정책은 확대되고 있지만, 핵심 위험은 여전히 작황과 가격 변동성


농림축산식품부는 2024년 9월 발표한 ‘한국형 농업인 소득·경영 안전망 구축방안’에서 농축산물은 수요와 공급이 비탄력적이고, 생산량이 재배면적뿐 아니라 인위적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작황과 단수에 의해 좌우된다고 짚었다. 정부는 이런 한계 때문에 이미 계약재배 자금 지원, 비축과 방출, 시장격리 같은 수급관리 수단을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계약재배는 가격 급등락을 줄이기 위한 한 축이지만, 기상과 병해, 생산량 급변 자체를 없애는 장치는 아니다.

제도는 오히려 계약 이행 의무를 더 분명히 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농식품부는 2026년 8월 27일 시행된 농산물가격안정제와 관련해 국가와 지방정부가 재배면적 목표와 수급계획을 세우고, 계약재배 손실 지원의 법적 근거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앞서 채소가격안정제는 계약재배 농가에 평년 도매가격의 80% 수준을 보전하는 대신, 면적 조절이나 출하정지 같은 의무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 농가 입장에서는 무조건 높은 가격을 보장받는 구조가 아니라, 일정 수준의 하방을 방어하는 대신 수급조절에 참여하는 구조에 가깝다.


농심 사례, 원료 확보에는 도움…그래도 이익은 원가 상승을 피하지 못했다


기업 측 효과는 조달 안정에서 먼저 확인된다. 농심은 회사 연혁 자료에서 국산 수미감자를 수미칩 등에 활용하고 있으며, 650여 개 국내 감자 농가와 감자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소개했다. 과거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는 파종 전 사전 계약과 선급금 지급, 재배관리 교육을 통해 청년 농부의 생산성을 높이고 계약 물량 외 추가 물량까지 구매한 사례도 제시했다. 계약재배가 단순 구매가 아니라 종자, 자금, 기술지원까지 포함한 조달 체계로 작동한다는 뜻이다.

다만 실적은 다른 변수를 함께 보여준다. 농심의 별도 기준 2024년 매출은 2조7016억원으로 2023년보다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243억원에서 837억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매출원가는 1조9138억원에서 2조238억원으로 증가했다. 농심이 2025년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서 직접 적은 표현도 비슷하다. 회사는 2020년대 초반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영업이익률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계약재배가 감자 조달 안정에는 기여해도, 밀가루와 팜유, 포장재, 물류비 같은 다른 원가 항목까지 함께 묶어 주지는 못한다는 점이 숫자로 드러난 셈이다.

이 사례는 계약재배의 효능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다. 특정 품목의 수급 불안을 줄이고 농가와 장기 거래를 만들 수는 있지만, 식품회사의 손익계산서에서 원가 충격은 대개 복수의 원재료와 환율, 에너지, 판촉비가 겹쳐 나타난다. 계약재배 비중이 높은 품목이라도 다른 투입비가 흔들리면 영업이익은 얼마든지 후퇴할 수 있다.


대상 사례, 국산 확대 의지는 분명하지만 전체 원가를 묶기엔 조달 구조가 더 복잡하다


대상은 계약재배를 더 넓은 공급망 전략 안에 두고 있다. 회사 유통사업 소개에는 농산 부문 안정화 수단으로 산지 직거래, 계약재배, 해외 농산물 직수입, 비축구매가 함께 제시돼 있다. 2024년 9월 개정한 지속가능한 원재료 조달 정책에서도 국산 농산물 계약재배 확대를 통해 농가 균형 발전을 도모하겠다고 적었다. 2026년 1월에는 충북 보은군과 농산물 생산·유통 활성화 업무협약을 맺고 쌀, 양파 등 지역 농산물의 판로 확대와 계약재배 연계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정책 문서는 대상의 핵심 원재료 구조가 국내 농산물만으로 설명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장류에 쓰이는 대두는 미국산을 주로 사용하고, 유지류도 원유를 수입해 국내 정제 설비를 갖춘 협력사를 통해 공급받는다고 명시했다. 계약재배 확대 의지가 있어도 주요 원가의 상당 부분이 국제 곡물과 수입 유지류 시장, 환율에 연동된다는 뜻이다. 국내 계약재배만으로 전사 원가를 안정시킨다고 말하기 어려운 배경이다.

재무지표도 공급 안정 비용이 단순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대상의 별도 기준 매출은 2023년 3조3949억원에서 2024년 3조4850억원, 2025년 3조5289억원으로 완만하게 늘었고 영업이익은 2024년에 크게 개선된 뒤 2025년에는 1505억원 수준에서 정체됐다. 반면 재고자산은 2023년 3569억원에서 2024년 4218억원, 2025년 4603억원으로 계속 증가했다. 이것만으로 계약재배의 비용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공급 안정 전략이 현실에서는 비축과 재고 부담, 운전자본 증가를 동반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결론은 ‘부분적 안정’…기업별로 효과가 갈리는 이유


계약재배가 가장 잘 작동하는 구간은 특정 국산 농산물의 물량 확보와 농가 판로 안정이 맞물리는 경우다. 감자칩 원료처럼 품질 기준이 뚜렷하고 산지 관리가 중요한 품목에서는 농가도 판매 불확실성을 줄이고, 기업도 필요한 시기에 일정 규격의 원료를 확보할 수 있다. 정부가 계약재배 참여 농가를 수급정책과 연결하려는 것도 이 지점 때문이다.

반대로 계약재배 효과가 약해지는 경우도 분명하다. 첫째, 기상 악화로 수율이 흔들리면 계약이 있어도 실제 생산량이 줄 수 있다. 둘째, 기업 원가에서 수입 곡물과 유지류, 포장재, 물류비 비중이 크면 국내 계약재배 확대만으로는 손익 안정 효과가 제한된다. 셋째, 가격이 하락했을 때에도 계약 물량을 떠안아야 하거나 재고를 더 쌓아야 하는 구조라면 기업에는 오히려 운전자본 부담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질문에 대한 가장 정확한 답은 이렇다. 농민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팔 수 있는 제도를 넓히는 데 계약재배는 분명 유효한 수단이지만, 그것만으로 농가소득과 식품회사 원가를 동시에 안정시키기는 어렵다. 농가 쪽에서는 가격 하방 보전, 재해보험, 수급조절 체계가 함께 돌아가야 하고, 기업 쪽에서는 계약재배에 더해 수입선 다변화, 재고관리, 환헤지, 제품가격 전가 능력이 같이 갖춰져야 실제 손익 방어 효과가 난다. 계약재배는 해법의 전부가 아니라, 품목과 기업 구조에 따라 효능이 크게 갈리는 조달 장치에 가깝다.

자료: 농림축산식품부, 한국형 농업인 소득·경영 안전망 구축방안(2024.9.); 농림축산식품부, 농산물가격안정제 관련 보도자료(2026.8.); 농림축산식품부, 고랭지감자 수급안정 체계 구축 지원 보도자료(2022.7.); 농심, 회사 연혁 및 요약재무제표(2026년 10월 열람); 농심, 2025 기업가치 제고 계획; 대상주식회사, 지속가능한 원재료 조달 정책(2024.9.); 대상주식회사, 재무정보 요약재무정보(2026년 10월 열람); 대상주식회사, 충북 보은군과 농산물 생산 및 유통 활성화 업무협약 체결(2026.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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