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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임금 격차는 왜 더 벌어지나…수출·수익성이 갈라놓은 지불능력

경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임금 격차가 좀처럼 줄지 않는 이유를 숫자로 좁혀 보면, 핵심은 복지 제도나 채용 홍보보다 먼저 기업의 지불능력에 닿는다. 고용노동부가 2026년 9월 30일 발표한 2025 회계연도 기업체노동비용조사에서 300인 미만 기업의 노동비용은 300인 이상 대비 64.7% 수준에 그쳤다. 1년 전 68.3%보다 3.6%포인트 더 벌어진 수치다. 임금이 낮은데도 구인난은 덜하지 않았다. 고용노동통계조사 홈페이지의 2026년 상반기 지표를 보면 사업체 인력부족률은 300인 미만 2.6%, 300인 이상 1.4%였다.

이 격차는 단순히 “중소기업이 임금을 덜 주려 한다”는 도덕론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매출이 어디서 나오는지, 원재료와 물류비를 가격에 얼마나 전가할 수 있는지, 설비투자와 연구개발 뒤에도 영업이익이 얼마나 남는지가 실제 임금 여력을 가른다. 수출 비중이 높거나 해외에서 가격결정력을 가진 기업은 임금 인상분을 흡수할 완충지대가 생기지만, 내수 비중이 높고 납품단가 조정력이 약한 기업은 같은 인건비 상승도 곧바로 수익성 악화로 연결되기 쉽다.


지원정책은 인력 유입을 돕지만, 이익률을 대신 만들어주지는 못한다


현행 중소기업 인력지원 특별법은 중소기업 인력지원 기본계획, 인식개선사업, 성과보상공제, 성과공유기업 확인 같은 장치를 두고 있다. 시행령도 성과공유기업 요건으로 평균임금 증가율, 성과급 약정, 우리사주나 복지기금 운영 등을 규정하고 있다. 방향은 분명하다. 구인난이 심한 중소기업의 인력 유입과 장기근속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 제도들이 기업의 매출원가 구조 자체를 바꾸지는 못한다는 점도 분명하다. 임금 인상 재원을 만드는 것은 결국 매출 총이익과 영업이익이다. 정부 지원이 입직과 근속을 보완할 수는 있어도, 판매단가를 올리거나 해외 판로를 넓히거나 원재료 조달 구조를 개선하는 일까지 대신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정책 지원이 이어져도 수익성이 낮은 기업군에서는 임금 격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


현대차와 농심이 보여준 차이, 같은 임금이라도 버틸 수 있는 폭이 다르다


수출과 해외 판매가 임금 지불능력에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기업 공시와 실적자료에서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난다. 현대자동차는 2025년 연간 매출 186조2545억원, 영업이익 11조467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6.2%였다. 같은 해 판매대수는 413만8389대였고, 이 가운데 한국 판매는 71만2954대, 해외 판매는 342만5435대였다. 현대차의 2025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연초 임직원 수는 12만233명이었고, 임직원 평균 총급여는 남성 1억2500만원, 여성 1억1200만원이었다.

이 수치를 단순 환산하면 현대차의 2025년 매출은 임직원 1인당 약 15억5000만원, 영업이익은 약 9500만원 수준이다. 완성차 산업 특유의 대규모 자본집약 구조를 감안하더라도, 해외 판매 기반과 높은 생산성 덕분에 임금·성과급·복지비를 감당할 수 있는 이익의 절대 규모가 크다는 뜻이다. 임금이 비용이기는 하지만, 수익을 갉아먹는 한계선에 매번 바로 닿는 구조는 아니라는 얘기다.

반면 농심의 2025년 연간 경영실적은 다른 그림을 보여준다. 연결기준 매출은 3조5140억원, 영업이익은 1840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5.2%였다. 해외 매출은 1조6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0.5% 늘었지만, 국내 매출은 2조4540억원으로 1.0% 줄었다. 전체 매출에서 국내 비중은 69.8%, 해외 비중은 30.2%였다. 같은 자료에서 판매관리비는 8350억원, 이 가운데 노동비용은 2110억원으로 매출의 6.0%를 차지했다.

농심 사례의 핵심은 노동비용이 높아서 곧바로 취약하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해외 성장으로 매출을 방어했는데도, 노동비용 2110억원과 영업이익 1840억원이 비슷한 크기라는 점이 중요하다. 원재료, 물류, 환율, 판촉비 부담이 겹치면 임금 인상분을 흡수할 여유가 빠르게 줄어드는 구조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내수 비중이 큰 제조업체나 협상력이 약한 중소 납품업체에서는 이 압박이 더 직접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반례도 있다, 결국 갈라놓는 것은 ‘수출 여부’보다 가격결정력이다


그렇다고 내수 업종은 모두 저임금 구조에 묶이고, 수출기업은 모두 높은 임금을 줄 수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오리온은 2025년 연결기준 매출 3조3324억원, 영업이익 5582억원을 기록해 영업이익률 16.8%를 냈다. 회사는 같은 발표에서 러시아 매출이 47.2%, 인도 매출이 30.3% 늘었고 유럽·아프리카로 시장을 넓히며 수출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와 유지류, 견과류 가격 상승과 고환율로 제조원가 부담이 커졌지만 운영 효율화로 수익성을 방어했다는 것이 회사 설명이다.

이 사례는 식품업이라서 무조건 임금 여력이 약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같은 소비재 기업이라도 해외 시장에서 브랜드와 유통망을 확보해 가격결정력을 높이면, 원가 상승과 인건비 인상을 더 오래 흡수할 수 있다. 반대로 기술력이나 생산성은 있어도 납품단가를 스스로 정하기 어려운 중소 제조업체라면 수출을 하더라도 임금 여력이 곧바로 커지지 않을 수 있다. 결국 임금 격차를 가르는 것은 단순한 업종 구분보다 매출의 질과 이익의 두께에 가깝다.


임금 격차의 본질은 노동시장보다 기업의 가치사슬에 있다


중소기업 임금 격차가 심화하는 이유를 한 문장으로 줄이면, 임금을 올려도 버틸 수 있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원가구조 차이가 커졌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일부 글로벌 기업은 해외 판매, 브랜드, 자동화, 금융조달, 연구개발 회수 능력을 바탕으로 인건비 상승을 분산할 수 있다. 반면 많은 중소기업은 내수 의존도와 낮은 협상력 때문에 인건비 증가가 곧바로 영업이익 감소로 번진다. 그래서 임금 격차 문제는 노동정책만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더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고 그 과실을 임금으로 나눌 수 있는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격차를 줄이려면 채용보조금이나 장려금만으로는 부족하다. 가격 전가가 가능한 거래 구조, 생산성 향상 투자, 수출 판로 다변화, 고부가 제품 전환처럼 기업의 이익률을 실제로 높이는 경로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소기업은 사람을 구하지 못해도 임금을 충분히 올리지 못하고, 대기업은 사람을 붙잡기 위해 더 높은 보상을 제시하는 흐름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자료: 고용노동부, 2025 회계연도 기업체노동비용조사 결과 발표(2026.09.30); 고용노동통계조사 홈페이지, 주요 고용노동지표(2026.10.22 기준);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중소기업 인력지원 특별법(시행 2026.02.01) 및 중소기업 인력지원 특별법 시행령(시행 2025.10.01); 현대자동차, 2025 연간 및 4분기 경영실적 발표(2026.01.29); 현대자동차, 2025 지속가능성 보고서(2025); 농심, 2025년 연간 경영실적(2026.03.11); 오리온, 2025년 연결기준 매출액 3조 3324억 원, 영업이익 5582억 원 기록(2026.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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