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의 노동시간은 왜 장부에 안 잡히나…가게 수익성 계산의 빠진 항목
자영업자가 아침부터 밤까지 일하고도 “남는 돈이 없다”고 느끼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장부상 이익과 실제 이익이 다르기 때문이다. 개인사업자의 손익 계산에서는 임차료, 재료비, 아르바이트 인건비, 전기료 같은 현금 지출은 비용으로 잡히지만, 사장 본인의 노동은 대개 별도 비용 항목으로 기록되지 않는다. 그래서 세금 신고상 흑자이거나 현금이 조금 남더라도, 그 돈이 자기 노동의 대가까지 충당하지 못하면 경제적으로는 적자에 가까운 상태가 될 수 있다.
국세청 안내에 따르면 사업소득은 총수입금액에서 필요경비를 빼서 계산하고, 주요 경비에는 매입비용·임차료·인건비가 포함된다. 편의점 CU의 점주 FAQ도 점포 운영 중 대표 비용으로 임차료 또는 월정수수료, 관리비, 전기·수도세, 스태프 급여, 폐기비용, 세무보수비 등을 제시한다. 반면 점주 자신의 노동시간은 그 목록에 없다. 최저임금 역시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제도여서, 자영업자 본인의 장시간 노동은 세법이나 손익표에서 자동으로 비용 처리되지 않는다.
주 43.3시간 일하는 자영업자, 자기노동을 넣어보면 계산이 달라진다
통계청의 2025년 8월 비임금근로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424만1천명이다. 이들의 평소 주당 평균 취업시간은 43.3시간이었고, 숙박·음식점업 비임금근로자는 53.5시간으로 더 길었다. 여기에 고용노동부가 고시한 2026년 적용 최저임금 시간급 1만320원을 단순 대입하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의 자기노동 가치는 월 약 194만원, 숙박·음식점업은 월 약 240만원 수준이 된다. 이는 연장근로 가산이나 사업주의 위험 부담을 따지지 않은 단순 환산이어서, 실제 체감 노동가치는 이보다 더 높을 수 있다.
이 계산을 적용하면 많은 자영업자의 “흑자인데도 가난한” 상황이 설명된다. 예를 들어 한 달 매출에서 재료비와 임차료, 공과금, 직원 급여, 카드수수료, 대출이자 등을 모두 빼고 180만원이 남았다고 해도, 사장이 한 달 내내 가게를 지켰다면 이는 생활을 지탱할 임금이 아니라 자기노동을 충분히 보상하지 못한 잔여금일 수 있다. 장부상 영업이익과 경제학에서 말하는 실질 영업이익이 갈라지는 지점이 여기다.
상장 유통사에도 번지는 압박…본사 수익성과 점주 수익성은 함께 봐야
이 문제는 개인 점포의 하소연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편의점 본사 같은 상장 유통사의 비용 구조와 투자 판단에도 연결된다. BGF리테일의 2025년 매출은 9조612억원, 영업이익은 2천539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약 2.8%였다. GS리테일의 2025년 매출은 11조9천574억원, 영업이익은 2천921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약 2.4%였다. 본사 역시 박한 마진 구조에서 운영되는 만큼, 점포 현장의 노동비 부담이 커질 때 이를 본사가 전부 흡수하기는 쉽지 않다.
대신 본사들은 점주 수익성 방어를 위한 우회적 지원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GS리테일은 판매이익 인센티브, 경쟁력 향상 인센티브, 경조사 지원, 상생지원 보험, 법률·노무 무료 상담 등을 운영한다고 안내한다. BGF리테일과 CU도 점포 운영 비용 항목을 공개하는 한편 폐기비용 지원, 복지몰, 건강검진 할인, 노무·법무·세무 상담 같은 지원 제도를 두고 있다. 점주 자기노동이 장부에서 빠질수록, 본사는 현금성 보전보다 발주 지원·운영 효율화·복지 지원 같은 간접 방식으로 점포 유지율을 높이려는 유인이 커진다.
가게 수익성은 ‘돈이 남느냐’가 아니라 ‘내 노동값까지 남느냐’로 봐야
기업과 투자자, 예비 창업자가 봐야 할 숫자는 두 가지다. 첫째는 회계상 영업이익이고, 둘째는 사장 본인의 노동가치와 자기자본 비용까지 반영한 실질 영업이익이다. 특히 가족노동이나 본인 노동으로 적자를 버티는 점포는 단기 현금흐름은 유지돼도, 인력 교체나 점주 건강 악화, 외부 고용 전환이 발생하는 순간 수익성이 급격히 무너질 수 있다. 반대로 같은 매출이라도 점주의 투입 시간을 줄이면서 이익을 유지하는 매장은 더 높은 사업가치를 가진다.
물론 모든 자영업이 이런 구조에 갇히는 것은 아니다. 상권 독점력, 차별화 상품, 높은 객단가, 자동화 설비, 다점포 운영, 숙련된 인력 배치가 가능한 업종은 자기노동 비용을 충분히 넘는 수익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장시간 노동 자체를 수익성의 증거로 보면 판단이 틀어지기 쉽다. 자영업이 돈을 버는지 따질 때는 “월말에 얼마가 남았나”보다 “내가 다른 곳에 가서 일했어도 받을 수 있는 임금까지 빼고 남는가”를 먼저 계산해야 한다.
자료: 통계청, 2025년 8월 비임금근로 부가조사 결과(2025.11.5); 최저임금위원회, 2026년 적용 최저임금 고시(2025); 고용노동부, 최저임금 안내 자료(2025); 국세청, 세무 안내; BGF리테일, 재무정보(2026년 10월 확인); GS리테일, 경영성과(2026년 10월 확인); GS리테일, 상생경영·경영주 지원제도(2026년 10월 확인); CU, FAQ 및 점주광장 운영 안내(2026년 10월 확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