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사업에 시민도 투자할 수 있다지만…인프라 펀드 수익은 계약마다 다르고 손실은 투자자가 진다
국가 주도 인프라 사업에 일반 시민이 참여할 통로는 이미 열려 있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와 KB발해인프라투융자회사처럼 도로·터널·철도·에너지·데이터센터 자산에 투자하는 공모형 인프라 펀드가 대표적이다. 다만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이 곧바로 원금 보장이나 안정 수익을 뜻하지는 않는다. 실제 위험은 사업별 실시협약 구조, 수익 배분 방식, 보증 유무에 따라 크게 갈리고, 손실은 최종적으로 펀드 투자자가 부담하는 구조다.
정부도 최근 시민 참여를 넓히는 방향으로 민간투자 제도를 손질하고 있다. 기획예산처는 2026년 2월 민간투자 활성화 방안을 의결하면서 국민참여 확대를 정책 축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제도 확대의 핵심은 ‘누가 투자하느냐’보다 ‘어떤 위험을 누구에게 남기느냐’에 있다. 과거처럼 통행량이 모자라면 정부가 일정 수입을 메워주는 구조가 일반화돼 있다면 공모 상품의 성격도 달라지겠지만, 지금의 민자사업은 그런 방식과 거리가 멀다.
옛 민자사업의 보장과 지금 사업의 구조는 다르다
민자사업의 손익 구조를 가르는 첫 번째 변수는 최소운영수입보장, 이른바 MRG다. 정부는 2009년 이후 사업에는 이 제도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고 공식 설명해 왔다. 초기에 체결된 일부 도로·터널 사업에는 여전히 보장 조항이 남아 있지만, 신규 사업은 원칙적으로 그 보호막 없이 추진된다. 대신 현재 기본계획은 위험분담형, 손익공유형, BTO+BTL 혼합형 같은 변형 구조를 두고 있다. 다시 말해 정부가 과거처럼 포괄적으로 수요 리스크를 떠안기보다, 사업마다 위험을 나눠 담는 쪽으로 제도가 이동한 것이다.
이 변화는 기업과 투자자의 손익 경로를 함께 바꿨다. 과거형 자산은 통행량이 예상보다 적어도 일정 수준의 현금흐름을 방어할 수 있지만, 그 대신 초과 수입 환수나 요금 조정 같은 상한 장치가 붙는다. 반대로 최근 사업은 재정 부담을 줄이는 대신 건설 지연, 운영 초기 수요 부진, 금리와 차환 위험이 더 직접적으로 사업시행자와 투자자에게 돌아온다. ‘국책사업이라 안전하다’는 직관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이유다.
맥쿼리인프라, 보장 있는 자산과 환수 조항이 함께 있는 구조
상장 인프라 펀드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맥쿼리인프라는 2026년 6월 30일 기준 여러 유료도로와 터널, 항만, 도시가스, 데이터센터 등에 투자하고 있다. 이 펀드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면 자산별 재정지원 조건이 제각각이다. 예컨대 수정산터널과 광주 제2순환도로 3-1구간은 실제 통행료 수입이 기준의 90%에 못 미치면 재정지원이 이뤄지고, 마창대교는 75.78% 수준의 보장 기준이 남아 있다. 반면 일정 수준을 넘는 초과 수입은 환수 대상이 된다. 수정산터널과 광주 3-1구간은 110% 초과분을 기준으로, 마창대교는 추정 통행료 수입 100% 초과분을 주무관청과 50대 50으로 공유하는 구조다.
이 구조는 투자자 입장에서 양면적이다. 하방은 일부 방어되지만 상방도 제한된다. 실제로 맥쿼리인프라는 2025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주당 380원을 분배했지만, 2026년 상반기 분배금은 주당 350원으로 낮아졌다. 자산별 보장 장치가 있다고 해도 펀드 전체 분배금은 금리, 신규 투자, 차입 구조, 자산별 실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맥쿼리인프라 투자설명서도 차입금 증가와 변동금리 노출이 재무상황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즉 맥쿼리인프라 사례는 ‘보장 조항이 있으면 무조건 안전하다’는 인식을 반박한다. 정부 보전 조항이 남은 자산은 현금흐름을 안정시키는 대신 초과 수익의 일부를 공공과 나누고, 펀드 차원의 분배 역시 고정돼 있지 않다. 인프라 펀드는 채권처럼 보일 때가 많지만 실제로는 계약조건이 다른 사업들의 현금흐름을 묶어 놓은 실적배당 상품에 가깝다.
KB발해인프라, 옛 MRG 자산의 만기와 새 자산 편입이 동시에 진행
KB발해인프라는 시민 참여 확대 논의에서 더 직접적인 비교 사례다. 2006년 설립됐지만 한국거래소 상장은 2024년 11월 이뤄졌고, 현재 개인투자자가 거래할 수 있는 상장 인프라 펀드다. 회사 자료에 따르면 2026년 8월 말 기준 보유 자산은 8개다. 이 가운데 핵심 자산인 신대구부산고속도로는 한때 최소운영수입보장 구조를 가졌던 사업이다. 다만 회사 설명상 이 자산의 MRG는 2026년 2월 종료됐고, 2020년 사업재구조화로 낮춘 통행료 인하분은 한국도로공사를 통해 사업기간 종료 시점까지 보전받는 구조가 남아 있다.
이 조합은 숫자만 보면 안정적으로 보일 수 있다. KB발해인프라는 2025년 상·하반기에 각각 주당 325원을 지급했고, 2026년 상반기에도 주당 325원을 분배했다. 그러나 여기서도 ‘보전’과 ‘무위험’은 같은 말이 아니다. KB발해인프라 측은 투자설명서와 홈페이지에서 반복해 원금 손실 가능성과 수입 손실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실제 수요, 시장 금리, 차입 조건, 신규 편입 자산의 공사와 운영 성과가 분배 재원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변화는 펀드의 자산 구성이 과거형 도로 자산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KB발해인프라는 2026년 9월 GTX-C 사업시행법인에 중순위·후순위 대출 약 1332억원 규모의 금융약정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 사업은 현대건설 등 15개사가 책임준공 의무를 부담하고, 한국철도공사가 관리운영을 맡는 구조다. 이는 최근 민자사업에서 투자자의 위험이 교통량 보장보다 공사 완료, 운영 개시, 자금 회수 순서, 대출 순위 같은 금융 구조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민 투자 확대의 실익은 있지만, ‘공공 보증 상품’으로 읽으면 오해다
정책 측면에서 보면 시민이 인프라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을 넓히는 것은 재정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대형 사업의 자금 조달 기반을 넓힌다는 장점이 있다. 이미 상장 인프라 펀드가 존재하고, 정부도 민간투자 대상의 다변화와 국민참여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장기 자금 조달 창구가 넓어지고, 성숙 자산은 상장 펀드를 통해 재매각하거나 재구조화할 여지가 커진다.
반면 그 대가도 분명하다. 첫째, 분배금은 실시협약과 자금조달 구조가 복잡하게 얽힌 결과물이라 예금이나 국채처럼 확정돼 있지 않다. 둘째, 과거형 보장 자산은 하방을 일부 막아주지만 초과 이익 환수와 요금 통제라는 제약이 따른다. 셋째, 신규 사업일수록 정부의 포괄 보증이 약해져 건설비 상승, 수요 오차, 차환 실패 같은 위험이 기업과 펀드 투자자에게 더 직접적으로 전가된다.
결국 ‘국책사업 투자기회 확대’의 명암은 상품이 늘어나는 데 있지 않고, 어떤 손실을 누가 떠안는지 투명하게 드러내는 데 있다. 시민 참여형 인프라 투자는 이미 가능하지만, 그것이 자동으로 안전한 공공상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시장에서 더 중요한 질문은 새 펀드가 나오느냐가 아니라, 그 펀드가 낡은 보장형 자산을 담는지, 수익 상한이 있는지, 혹은 보증 없는 신사업의 공사·운영 위험을 얼마나 안고 있는지다.
자료: 기획예산처, 2026년도 제2차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 개최(2026.2.11);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민간투자사업기본계획(시행 2026.9.23);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민자도로 최소운영수입보장 제도 2009년 폐지-사실은 이렇습니다(2015.1.7);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 투자 포트폴리오(기준일 2026.6.30)·분배금·투자설명서(2025.2.13); KB발해인프라투융자회사, 투자자산·분배금 지급실적·투자설명서(2025.2)·GTX-C 민간투자사업 투자 공고(2026.9.29); 현대건설, 대장~홍대 광역철도 민간투자사업 실시협약 체결(2024.6.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