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다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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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지배력보다 자본배분이 갈랐다…SK·삼성물산 사례로 본 지배구조 할인

경제

‘유능하지도 않은 재벌을 유지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시장이 내놓는 답은 찬반보다 더 냉정하다. 총수 일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업가치가 자동으로 깎이거나 오르지는 않지만, 총수의 지배력이 소수주주 보호 장치보다 강하고 자본배분의 기준이 불투명할수록 할인 폭은 커진다. 반대로 지배주주가 있는 회사라도 배당, 자사주 처리, 비핵심 자산 정리, 이사회 통제의 규칙을 명확히 제시하면 할인 요인을 줄일 수 있다. 2026년 들어 상법과 자사주 공시 규정이 바뀐 것도 이 지점을 겨냥한다.

핵심은 ‘재벌이냐 아니냐’보다 ‘누가 어떤 규칙으로 현금을 쓰느냐’다. 지배구조 할인은 대체로 세 갈래에서 발생한다. 첫째, 총수 지배력 유지를 위해 비핵심 계열 지원이나 내부거래가 우선될 수 있다는 우려다. 둘째, 자회사 지분과 부동산, 현금이 많아도 그 자산이 주주에게 돌아오지 않고 지주회사 안에 묶일 수 있다는 의심이다. 셋째, 자사주가 소각이 아니라 교환사채나 우호지분 확보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는 불신이다. 2026년 9월 10일부터 시행된 개정 상법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뿐 아니라 주주까지 명시했고, 금융위원회는 2026년 6월 30일부터 자사주를 가진 모든 상장사가 보유현황과 처분·소각계획, 실제 이행현황을 더 상세히 공시하도록 제도를 바꿨다.


SK는 왜 할인 논쟁의 한가운데에 서 있나


SK㈜는 총수 지배력과 지주회사 할인 논쟁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2025년 말 기준 보통주 총수 7250만2703주 가운데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은 1843만379주로 25.4%였다. 같은 시점 자기주식은 1798만699주로 24.8%에 달했다. 지배주주 지분과 맞먹는 규모의 자사주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자본정책에 대한 투자자 감시를 부르는 구조다.

사업구조도 단순하지 않다. SK㈜의 2025년 사업보고서상 연결대상 회사 수는 577개였다. 같은 보고서에는 SK스페셜티 매각, 판교 데이터센터 자산과 영업권의 SK브로드밴드 양도, 특수관계인 대상 출자 등 사업재편 내역이 다수 담겼다. 이런 재편은 한편으로는 비핵심 자산 정리와 포트폴리오 조정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산 매각 대금이 차입금 축소, 신규 투자, 주주환원 가운데 어디로 얼마나 배분되는지가 불명확하면 할인 요인이 된다.

SK㈜가 최근 내놓은 해법은 주주환원 규칙의 명문화다. 회사는 2024~2026 사업연도 주주환원 정책으로 연간 최소 배당금 5000원과 자산 매각 이익 등을 활용한 시가총액 1~2%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또는 추가 배당을 제시했다. 실제로 2025년 보통주 주당 현금배당금은 8000원으로 최소 기준을 웃돌았고, 현금배당 총액은 4407억원, 연결 기준 배당성향은 27.6%였다. 다만 주주환원 약속이 곧바로 할인 해소로 이어졌다고 보긴 어렵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규칙 제시’보다 ‘대규모 자회사 체제와 계열 내 거래를 얼마나 단순화하느냐’가 더 큰 변수이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무엇이 다른가


삼성물산도 총수 지배력에서 자유로운 회사는 아니다. 2026년 6월 30일 기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은 37.7%로, SK㈜보다 오히려 높다. 그런데도 지배구조 할인 논쟁의 성격은 다르다. 삼성물산은 지주회사 단일 구조가 아니라 건설·상사·패션·리조트 사업에서 자체 영업현금흐름을 내는 복합기업이고, 주주환원 규칙도 비교적 명확하게 제시해 왔다.

회사는 IR 자료에서 2023~2025년 관계사 배당수익의 70%를 주주환원에 쓰는 정책을 제시했고, 2025년에는 보통주 주당 2800원, 총 4583억원의 현금배당을 집행했다. 2025년 지배지분 순이익은 2조4391억원, 배당성향은 18.8%였다. 2025년 말 자기주식은 보통주 780만8963주로 보통주 발행주식 수의 5% 수준이었다. 2025년 연간 실적도 매출 40조7420억원, 영업이익 3조2930억원으로 집계됐다. 총수 일가 지분율은 높지만, 영업현금 창출력과 배당정책, 자사주 규모와 처리방식이 SK㈜와는 다른 평가를 받는 배경이다.

물론 이것이 곧 총수 지배력이 문제가 아니라는 뜻은 아니다. 삼성물산 역시 과거 합병 문제를 포함해 지배구조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았고, 높은 특수관계인 지분은 여전히 감시 대상이다. 다만 현재의 가치평가 국면에서 시장이 보는 포인트는 ‘총수 일가가 있느냐’보다 ‘그 지배력이 소수주주와 어떤 계약을 맺고 있느냐’에 더 가깝다. 지배주주가 높은 지분을 갖더라도 배당 규칙, 자사주 정책, 이사회 내 견제장치가 비교적 분명하면 할인 폭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할인의 본질은 통제권이 아니라 현금흐름의 귀속


두 사례를 함께 놓고 보면 결론은 단순하다. 총수 지배력이 기업가치를 깎는 직접 원인이라기보다, 그 지배력이 현금흐름과 자산처분 권한을 소수주주보다 앞세울 때 할인이 발생한다. 지주회사 체제가 복잡하고 계열 재편이 잦을수록 할인은 커지기 쉽고, 반대로 배당과 소각 원칙이 명확하고 비핵심 자산 정리가 주주환원이나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되면 할인은 줄어들 수 있다.

따라서 ‘재벌을 유지해야 하느냐’는 질문은 기업 분석의 언어로 바꾸면 ‘통제권의 사익이 현금흐름의 공익보다 큰가’가 된다. 2026년 제도 변화는 이 판단 기준을 더 분명하게 만들었다. 앞으로 한국 증시에서 지배구조 할인 논쟁은 총수의 존재 자체보다 자사주를 소각하는지, 자산 매각 대금을 어디에 쓰는지, 자회사를 왜 보유하는지, 이사회가 그 결정을 얼마나 제어하는지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자료: 국가법령정보센터, 상법 제382조의3(2025.7.22 개정, 2026.9.10 시행); 금융위원회, 자기주식 보유·처분 공시 강화해 기업가치 제고 뒷받침한다!(2026.6.23); 한국거래소,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2026년 2월); SK주식회사, 2025년 사업보고서(2026.3.18); SK주식회사, 주식정보·투자자 FAQ(2026년 10월 확인); 삼성물산, IR 주주구성·주주환원(2026년 10월 확인); 삼성물산, 2025년 연간 및 4분기 실적 참고자료(2026.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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