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 기업의 자본배분, 모두 같은 방향은 아니다…한진칼과 LS가 보여준 소액주주 권익의 갈림길
오너 승계가 예정되거나 진행 중인 기업이라고 해서 자본배분의 결과가 자동으로 같아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는 지주사 구조에서 어떤 현금이 들어오고, 그 돈이 배당과 자사주 소각으로 우선 배분되는지, 아니면 신규 투자와 사업 확장에 함께 쓰이는지에 따라 소액주주가 체감하는 결과가 달라진다. 한국 자본시장에서 승계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도 승계 자체보다, 그 과정에서 내부거래와 상표권 수수료, 배당정책이 지배력 유지 쪽으로 작동하는지 기업가치 제고 쪽으로 작동하는지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25년 12월 공개한 2024년 기준 내부거래 현황은 이런 의문에 배경을 준다. 92개 공시대상기업집단의 국내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은 평균 12.3%였고, 총수 있는 집단의 상위 10대 그룹 내부거래 금액은 전체의 68.7%를 차지했다. 공정위는 또 총수 2세 지분율이 높은 회사일수록 평균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경향이 이어졌다고 밝혔다. 다만 공정위도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고 곧바로 위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결국 투자자가 봐야 할 것은 내부거래의 존재 자체보다, 그 거래가 지배력 유지의 비용인지 사업 효율의 수단인지, 그리고 그 결과 현금이 누구에게 어떻게 돌아가는지다.
한진칼, 배당수익 의존도가 높아진 지주사 구조
한진칼의 2025년 제13기 주주총회 소집공고를 보면, 별도 기준 매출 1350억7200만원 가운데 배당금수익이 879억9000만원으로 65.1%를 차지했다. 상표권 수익은 412억8400만원으로 30.6%, 기타는 57억9800만원으로 4.3%였다. 지주사의 현금창출력이 자회사 배당과 브랜드 사용료에 크게 기대고 있다는 뜻이다. 2022년에는 같은 공시에서 상표권 수익 비중이 71.75%, 배당금수익 비중이 11.22%였는데, 3년 사이 지주사 수익의 중심축이 상표권에서 배당으로 옮겨간 셈이다.
주주환원도 빠르게 늘었다. 한진칼의 2025 ESG 보고서에 따르면 2024사업연도 배당은 보통주 1주당 360원, 우선주 385원이었고 배당금 총액은 241억원이었다. 같은 보고서는 2024~2026년 배당정책으로 별도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에서 일회성 비경상이익을 제외한 금액의 50% 내외를 주주에게 환원하겠다고 제시했다. 2022년 보통주 170원, 2023년 300원에서 2024년 360원으로 배당이 늘었고, 현금배당 성향도 2022년 61%, 2023년 50%, 2024년 49%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 구조는 소액주주에게 단기적으로는 분명한 장점이 있다. 지주사 현금흐름이 복잡한 신사업보다 배당과 상표권 사용료에 기대면 배당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고, 실제로 한진칼은 2025년 3월 주주총회에서 결산배당일 유연화를 위한 정관 변경을 의결해 배당절차 개선 기반도 마련했다. 그러나 반대편도 있다. 지주사 수익의 대부분이 자회사 현금 이전에서 만들어질 경우, 그룹 차원의 성장투자 재원이 운영회사보다 지주사 환원정책에 먼저 묶일 수 있다. 승계 국면에서 이런 구조는 소액주주에게 현금 배당을 주는 동시에, 지배주주 측에도 같은 비율로 현금을 공급해 지배력 유지 비용을 낮추는 효과를 함께 낸다.
LS, 배당을 늘리면서도 투자 확장으로 설명한 사례
반대로 LS는 같은 지주사 체제이지만 자본배분의 메시지가 다소 다르다. LS 주주정보 공시에 따르면 2025사업연도 주당 배당금은 2500원으로 2024년 1650원보다 크게 늘었고, 총 배당금은 683억6900만원, 연결 배당성향은 25.3%였다. 배당은 늘었지만 배당정책은 직전년 주당배당금 대비 점진적 우상향을 기본 방향으로 하되 시장 평균 시가배당률을 고려해 결정한다고 설명한다. 한진칼처럼 이익의 절반 안팎을 환원하겠다는 정량 약속과는 결이 다르다.
중요한 차이는 투자 쪽에서 확인된다. LS는 2025년 말 기준 그룹 경영실적에서 LS전선, LS ELECTRIC, LS MnM 등을 핵심 사업회사로 제시했고, 같은 해와 2026년 들어 해저케이블과 배터리 소재, 북미 전력 인프라를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 계획을 잇달아 공개했다. LS전선의 미국 버지니아 해저케이블 공장은 총 6억8100만달러, 약 1조원 규모로 소개됐고, 그룹은 향후 5년간 미국 내 30억달러, 약 4조6000억원 투자를 계획한다고 밝혔다. 또 LS MnM은 2차전지 소재 사업에 6700억원 투자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지주사의 배당 확대가 곧바로 성장투자 위축으로 이어졌다고 보기 어려운 사례다.
이런 경우 소액주주가 보는 핵심은 배당을 얼마나 주느냐보다, 배당을 늘린 뒤에도 그룹의 핵심 사업회사가 경쟁력 있는 분야에 계속 투자하고 있는지다. 지주사 배당이 투자 포기 대신 사업 확대와 병행된다면 승계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인 할인 논리를 적용하기 어렵다. LS 사례는 승계·지배구조 이슈가 있어도 자본배분이 반드시 정체로 귀결되지는 않는다는 반례에 가깝다.
내부거래는 숫자보다 통제 구조를 봐야 한다
내부거래는 승계 기업을 평가할 때 가장 민감한 항목이지만, 단순 비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현행 공정거래법령상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국내회사가 특수관계인을 상대로 자본총계 또는 자본금 중 큰 금액의 5% 이상이거나 일정 금액 이상인 대규모 내부거래를 할 경우 이사회 의결과 공시 대상이 된다. 문제는 제도 자체보다 회사 내부에서 이 거래를 누가 사전 심의하느냐다.
한진칼은 2025 ESG 보고서에서 ESG경영위원회가 기업가치와 주주권익 제고, 주주와의 소통 활동, 내부거래 관련 사항 등을 사전 검토할 수 있도록 운영한다고 밝혔다. 과거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도 계열회사와의 거래총액한도, 상표권 사용계약 갱신, 자금대여 연장 같은 안건이 이사회에서 다뤄진 기록이 남아 있다. LS도 이사회 내 ESG위원회의 권한사항에 내부거래 사전 심의를 명시하고 있고, 별도로 공정거래 자율준수 편람을 통해 대규모 내부거래의 이사회 의결과 공시 절차를 내부 규율로 세워두고 있다. 두 회사 모두 형식상 통제장치는 갖췄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 장치가 실제로 거래 축소나 조건 개선으로 이어졌는지를 후속 공시와 사업보고서에서 계속 확인해야 한다.
결국 승계 기업이 한국의 성장동력을 약화시키는지에 대한 답은 추상적인 도덕 판단보다 자본배분의 실물 경로에서 갈린다. 지주사가 자회사에서 올린 현금을 배당과 상표권 수수료로 모으고, 그 돈이 다시 지배력 유지에 유리한 방식으로만 순환하면 성장 여력은 줄고 소액주주 이익도 제한된다. 반대로 같은 승계 기업이라도 내부거래를 통제하면서 배당 확대와 성장투자를 병행하면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한진칼과 LS를 나란히 놓고 보면, 시장이 봐야 할 질문은 ‘승계 기업인가 아닌가’가 아니라 ‘지주사 현금이 누구의 통제력과 누구의 수익률을 위해 쓰이고 있는가’에 더 가깝다.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2025년 공시대상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 정보 공개(2025.12.03); 주식회사 한진칼, 주주총회소집공고(2026.02.25); 한진칼, 2025 한진칼 ESG 보고서(2025.08); 주식회사 LS, 주주정보(2026년 3월말 기준); 주식회사 LS, 투자 정보(2025년 말 기준); 주식회사 LS, 지배구조; 주식회사 LS, 공정거래 자율준수 편람(2026); LS전선, 미국 버지니아 해저케이블 공장 투자 보도자료(2025); LS그룹, 북미 전략산업 투자 현황 보도자료(2026); LS그룹, LS MnM 2차전지 소재 투자 보도자료(2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