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금리는 멈추거나 내려도 대출금리는 왜 버티나…은행 예대금리차를 움직이는 네 가지 변수
예금금리가 먼저 내려가거나 묶여 있는데도 대출금리가 기대만큼 빠르게 떨어지지 않는 구간은 드물지 않다. 2026년 10월 22일 기준으로 한국은행이 가장 최근 공표한 자료는 9월 30일 발표한 8월 통계인데,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저축성수신금리는 연 3.21%로 전월과 같았지만 대출금리는 연 4.40%로 0.13%포인트 올랐다. 같은 달 예대금리차는 1.19%포인트로 7월의 1.06%포인트보다 확대됐다.
겉으로는 예금과 대출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야 할 것 같지만, 은행 손익은 기준금리 하나로 결정되지 않는다. 조달금리, 차주의 신용위험, 가산금리와 규제, 경쟁 강도가 서로 다른 속도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상장 금융지주들의 2026년 실적 자료를 보면 같은 시기에도 어떤 은행은 핵심예금 확대와 자산 재배분으로 마진을 방어했고, 어떤 은행은 기업대출 경쟁과 충당금 부담 때문에 대출금리 인하 여력이 제한됐다.
첫째 변수는 조달금리다. 예금금리 한 줄로 은행의 실제 자금비용을 읽기 어렵다
독자들이 가장 자주 놓치는 지점은 은행의 자금조달 구조가 정기예금 평균금리와 같지 않다는 점이다. 은행은 정기예금뿐 아니라 요구불예금, 시장성 조달, 채권 발행, 기존에 높은 금리로 받아 둔 예금의 재가격 조정까지 함께 떠안는다. 그래서 신규 예금금리가 먼저 내려도 전체 조달비용은 한동안 높은 수준에 남아 있을 수 있고, 반대로 핵심예금이 늘어나면 예금금리 인하 폭보다 더 크게 비용이 줄기도 한다.
KB금융의 2026년 1분기 실적 설명은 이런 구조를 잘 보여준다. 은행 NIM은 핵심예금 확대와 고금리 정기예금의 리프라이싱 효과로 전분기보다 2bp 개선됐다. 그러나 같은 회사의 상반기 실적 발표에서는 2분기 은행 NIM이 1.74%로 3bp 하락했다고 밝혔다. 하반기 금리 인상에 대비한 선제적 자금 확보와 시장성 예금 증가로 조달비용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예금금리가 당장 크게 움직이지 않아도 은행이 내부적으로 느끼는 조달 압력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금융도 상반기 실적 발표에서 은행 NIM 1.51%를 제시하면서 핵심예금 중심의 수신 확대와 자산 리밸런싱을 개선 배경으로 들었다. 같은 금리 환경에서도 어느 은행이 값싼 예금을 얼마나 확보했는지, 고금리 조달분을 얼마나 빨리 갈아치웠는지에 따라 대출금리 인하 여력은 달라진다. 예금금리가 내렸는데 대출금리가 덜 내렸다는 현상만 보면 소비자에게는 비슷해 보여도, 은행별 손익 계산서는 전혀 다른 그림일 수 있다.
둘째 변수는 신용위험이다. 위험비용이 커지면 대출금리는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대출금리는 자금 원가만이 아니라 손실 가능성의 가격이기도 하다. 경기 둔화, 부실기업 증가, 해외법인 손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같은 위험 요인이 커지면 은행은 대손충당금과 자본 부담을 더 반영하게 된다. 이런 국면에서는 예금금리가 다소 내려도 대출금리를 같은 폭으로 내리기 어렵다.
KB금융은 2026년 상반기 실적에서 2분기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이 부실기업 관련 일회성 충당금 적립의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룹 크레디트코스트는 38bp로 관리됐지만, 이는 위험이 사라졌다는 뜻이 아니라 개별 대출군에서 여전히 위험비용이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는 뜻에 가깝다. 우리금융도 2026년 1분기 실적에서 해외법인 관련 일회성 충당금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2분기에는 대손비용이 4392억원으로 1분기보다 16.7% 줄었지만, 상반기 전체 대손비용은 9660억원이었다.
이 점은 기업가치에도 직결된다. 대출금리를 인하해 자산을 키우는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시장점유율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위험가중자산과 충당금 부담이 함께 늘면 순이익과 자본비율이 오히려 악화할 수 있다. 반대로 대출금리를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하면 성장 속도는 둔화돼도 건전성 방어에는 유리하다. 투자자가 봐야 할 것은 대출잔액 증가율만이 아니라 대손비용과 크레디트코스트가 함께 안정적인지 여부다.
셋째 변수는 가산금리와 규제다. 금리 경쟁은 시장 논리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대출금리에는 기준금리 외에 은행이 붙이는 가산금리가 들어간다. 여기에는 신용위험 프리미엄, 자본비용, 유동성 비용, 각종 규제 대응 비용이 섞여 있다. 금융위원회는 2022년 이후 예대금리차 비교공시를 월 단위로 확대하고, 2023년에는 잔액기준 예대금리차와 전세대출금리, 기준금리·가산금리·우대금리 세부 공시 확대 방안을 내놨다. 정보 공개는 개선됐지만, 공시 확대가 곧바로 가산금리 축소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2026년 제도 환경은 일부 대출 부문에서 가격 경쟁을 제약하는 성격이 더 강하다. 금융위원회는 2026년 가계부채 관리방안에서 관리대상 가계대출 증가율을 1.5%로 관리하겠다고 밝혔고,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의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 담보대출 만기연장 제한도 제시했다. 가계대출 총량관리와 스트레스 DSR 체계가 유지되는 국면에서는 은행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공격적으로 낮춰 물량을 늘릴 유인이 약해진다. 대출을 더 많이 취급해도 총량 규제에 걸리면 다른 대출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규제는 특정 부문으로 자금을 유도하기도 한다. 은행업감독규정 개정은 2026년 들어 수도권 밖 지역의 기업과 개인사업자 대출에 대한 예대율 산출 가중치를 조정해 지방 자금공급을 유도하는 방향을 담았다. 같은 은행 안에서도 주담대, 기업대출, 지역대출, 정책금융 연계대출의 금리 결정이 서로 다르게 움직일 수 있는 이유다. 독자가 체감하는 ‘대출금리’는 하나지만, 은행 내부에서는 상품별로 완전히 다른 규칙이 작동한다.
넷째 변수는 경쟁이다. 다만 경쟁은 모든 대출시장에서 동시에 강해지지 않는다
예대금리차 논쟁에서 경쟁 부족은 빠지지 않는 설명이지만, 실제로는 경쟁의 세기가 대출군마다 다르다. 가계대출은 총량관리와 규제 영향이 커서 가격 경쟁이 제한되기 쉽지만, 기업대출은 우량 차주를 둘러싼 경쟁이 더 직접적으로 마진을 압박한다. 그래서 은행 전체 대출금리가 잘 안 내려가도, 특정 기업대출 시장에서는 이미 수익률이 깎이고 있을 수 있다.
KB금융은 2026년 상반기 실적에서 2분기 은행 NIM 하락 배경으로 기업대출 경쟁 심화를 직접 언급했다. 자산수익률이 전분기 수준에 머무르는 동안 조달비용이 올라가면서 마진이 줄었다는 설명이다. 경쟁이 약해서 대출금리가 버틴다는 통념과 다른 사례다. 가격을 낮춰도 조달비용과 위험비용이 함께 오르면 은행 전체 수익성은 좋아지지 않는다.
우리금융은 다른 그림을 보여줬다. 상반기 이자이익은 4조659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2% 늘었고, 기업대출은 전년 말보다 4% 증가했다. 그런데도 은행 NIM은 1.51%로 전년 동기 대비 7bp 개선됐다. 핵심예금 확대와 자산 리밸런싱이 동반된 결과다. 같은 기업대출 확대라도 어떤 은행은 경쟁 심화로 마진이 깎였고, 어떤 은행은 조달 효율화와 자산 선별로 수익성을 지켰다는 의미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여기서 반례를 읽어야 한다. 대출금리가 안 내려가면 은행이 일방적으로 이익을 챙긴다고 보기 쉽지만, 실제로는 우량 차주 경쟁이 심한 부문에서는 대출수익률이 이미 눌려 있을 수 있다. 반대로 예금금리가 내려가도 핵심예금이 약하거나 시장성 조달 비중이 높으면 이익 개선 폭은 제한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예대금리차 숫자 하나보다 대출 포트폴리오와 조달 구조의 조합이다.
기업 실적과 투자 판단에선 ‘얼마나 내렸나’보다 ‘어디서 버텼나’를 봐야 한다
예금금리는 빠지거나 멈추는데 대출금리는 왜 안 내려가느냐는 질문의 답은 단순하지 않다. 최근 수치만 봐도 2026년 8월 신규취급액 기준 예금금리는 3.21%로 멈췄지만 대출금리는 4.40%로 올랐고, 한국은행은 그보다 앞선 8월 27일 기준금리를 3.00%로 인상했다. 여기에 가계대출 총량관리, 스트레스 DSR, 주담대 규제, 기업대출 경쟁, 충당금 부담이 겹치면 예금과 대출은 같은 속도로 움직일 수 없다.
따라서 은행주를 볼 때는 예대금리차의 방향만으로 이익을 단정하기보다 네 가지를 함께 봐야 한다. 핵심예금 확대와 리프라이싱으로 조달비용이 얼마나 조정되는지, 충당금과 크레디트코스트가 안정적인지, 규제가 어느 자산군의 성장을 막거나 유도하는지, 경쟁이 가계보다 기업에서 더 강하게 나타나는지다. 예금금리 하락이 곧바로 대출금리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결국 은행이 금리를 숫자가 아니라 포트폴리오와 규제로 관리하기 때문이다.
자료: 한국은행, 2026년 8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2026.09.30); 한국은행, 통화정책방향(2026.08.27); 금융위원회, 2026년도 가계부채 관리방안(2026.04.01); 금융위원회, 은행권 예대금리차 공시 확대 방안(2023.03.03);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은행업감독규정 일부개정 제·개정문(2026.03.18); KB금융그룹, 2026년 상반기 경영실적; KB금융그룹, 2026년 1분기 경영실적; 우리금융그룹, 우리금융, 2분기 실적 턴어라운드…상반기 순익 1.6조원 돌파(2026.07.24); 우리금융그룹, 우리금융, 보통주비율 중장기 목표 조기 달성…비은행 부문 경쟁력 강화 추진(2026.04.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