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사고 나면 누가 책임지나…운전자·제조사·운영자 사이 달라지는 기준
‘2026 글로벌 모빌리티 콘퍼런스’ 서울서 개최…웨이모·엔비디아·현대차 등 참여
국내법은 우선 피해자 배상 틀 유지…사고 원인 따라 제작사·운영자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어
완전자율주행 상용화의 마지막 장벽은 기술보다 사고조사·보험·데이터 책임 체계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내면 책임은 누구에게 돌아갈까. 사람이 운전대를 잡고 있던 자동차에서는 운전자 과실과 차량 결함을 중심으로 판단하면 됐지만, 자율주행차에서는 문제가 훨씬 복잡해진다. 카메라와 레이더가 주변 상황을 인식하고 소프트웨어가 판단해 차량을 움직이는 순간부터 사고 원인을 사람 한 명의 실수로 설명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9월 7일부터 8일까지 개최하는 ‘2026 글로벌 모빌리티 콘퍼런스’에서도 자율주행과 인공지능(AI), 미래 교통체계가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행사에는 카카오모빌리티와 현대자동차, 웨이모, 엔비디아 등 국내외 기업과 국제교통포럼(ITF)이 참여해 자율주행 상용화와 AI 기반 모빌리티 정책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자율주행·AI 등 첨단 모빌리티를 실제 국민 생활로 확산시키기 위한 정책 논의가 이번 행사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기술적으로는 차량이 스스로 주행하는 단계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제도는 사고 이후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까지 준비해야 한다. 누가 피해자에게 먼저 배상할 것인지, 소프트웨어 오류가 확인되면 제조사가 얼마만큼 책임질 것인지, 원격관제나 운송 서비스를 제공한 운영자의 관리 책임은 어디까지인지가 정리되지 않으면 대규모 상용화도 어렵다.
자율주행차 사고도 우선은 피해자 배상이 먼저다
현재 국내 자동차 사고 책임체계의 기본은 피해자를 먼저 보호하는 데 있다.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은 자동차 운행으로 다른 사람이 사망하거나 다친 경우 원칙적으로 자동차를 자기 책임 아래 운행하는 자에게 배상책임을 부과한다. 자율주행차라고 해서 이 기본 구조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현행법에서도 ‘자율주행자동차사고’를 별도로 정의하면서 자동차 사고 피해자를 기존 보험체계 안에서 우선 보호하는 틀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실제 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가 먼저 차량의 소프트웨어 공급사와 센서 제조사, 지도업체를 찾아가 과실을 각각 입증해야만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보험을 통해 피해를 우선 보상한 뒤 사고 원인이 차량 결함이나 자율주행시스템 문제로 확인되면 보험사나 책임 주체 사이에서 다시 비용 부담을 정하는 방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구조는 자율주행 시대에도 중요하다. 사고 원인 분석에 몇 달이 걸리더라도 피해자 치료와 보상이 그동안 중단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사고 원인을 누구에게 돌릴 것인가
피해자 보상 이후에는 사고 원인을 따지는 단계가 시작된다. 이때부터 기존 자동차 사고와 다른 문제가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사람이 직접 운전하는 자동차라면 신호위반이나 과속, 전방주시 태만처럼 운전자의 행동을 조사하는 것이 중심이 된다. 그러나 자율주행차에서는 차량이 당시 어떤 정보를 인식했고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차선 표시를 카메라가 잘못 읽었는지, 레이더나 라이다가 장애물을 인식하지 못했는지, 소프트웨어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 지도정보가 최신 상태였는지, 통신장애가 있었는지, 운전자가 시스템의 개입 요청을 무시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자율주행차 사고 책임이 운전자와 제조사 가운데 한쪽을 고르는 단순한 문제가 아닌 이유다. 실제 사고에서는 여러 원인이 동시에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국내에도 자율주행차 사고조사 제도가 이미 마련돼 있다
한국은 자율주행차 사고 원인을 별도로 조사하기 위한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은 국토교통부장관이 자율주행정보 기록장치에 저장된 자료를 수집·분석해 사고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자율주행자동차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고조사위원회는 사고 차량의 기록장치를 확보해 정보를 분석하고, 차량 보유자와 운전자, 피해자, 목격자, 제작사 등에 필요한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현재 시행령은 사고조사위원회를 위원장 1명을 포함해 20명 이내로 구성하도록 하고 있으며, 법학과 기계·자동차·전자·제어·정보통신기술 분야 전문가를 참여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자율주행 사고가 단순한 교통사고 조사를 넘어 소프트웨어와 센서, 통신, 법률 문제를 함께 다뤄야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완전자율주행이 확대될수록 이 사고기록의 중요성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사고 직전 차량이 어느 단계의 자율주행 상태였는지, 시스템이 무엇을 인식했는지, 사람이 운전에 개입했는지를 확인하지 못하면 책임을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운전자가 있는 자율주행과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은 책임 구조가 다르다
자율주행이라는 말로 모든 차량을 하나로 묶기도 어렵다. 현재 상용차와 시험차에는 사람이 언제든 운전에 개입해야 하는 단계와 일정 조건에서는 차량이 주행을 전담하는 단계가 함께 존재한다.
운전자가 시스템을 감독해야 하는 수준의 자율주행에서는 운전자의 주의 의무가 여전히 중요하다. 차량이 운전 개입을 요구했는데 운전자가 이를 무시했거나, 시스템을 사용해서는 안 되는 환경에서 자율주행 기능을 작동시켰다면 운전자 책임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운전자가 없어도 운행하도록 설계된 차량에서는 제조사와 자율주행시스템 제공자, 실제 운송서비스를 운영하는 사업자의 역할이 훨씬 중요해진다.
현행 자율주행자동차법은 자율주행시스템을 운전자나 승객의 조작 없이 주변 상황과 도로정보 등을 스스로 인지·판단해 자동차를 운행할 수 있게 하는 장비와 소프트웨어, 관련 장치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의한다.
책임 역시 자동차 본체만 놓고 볼 수 없다는 의미다.
제조사 책임은 ‘차가 고장났는가’에서 ‘판단이 잘못됐는가’로 넓어진다
기존 자동차에서도 브레이크나 조향장치에 결함이 있어 사고가 발생하면 제조물 책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자율주행차에서는 여기에 소프트웨어 판단 문제가 더해진다.
차량이 보행자를 자동차로 잘못 인식하거나, 정지한 차량을 배경으로 오판하거나, 공사구간의 임시 차선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했다면 단순한 기계 결함과는 다른 유형의 문제가 된다.
특히 자율주행시스템이 업데이트되는 구조에서는 차량 출고 시점에만 안전성을 판단하기 어렵다. 차량을 판매한 뒤에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계속되고, 동일한 차량이라도 설치된 버전에 따라 주행행동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자동차 제조사의 책임도 하드웨어 안전에서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관리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법도 차량 성능만 아니라 ‘운행 환경 적합성’을 보기 시작했다
2026년 6월 시행된 개정 자율주행자동차법은 이런 변화를 제도에 반영하고 있다.
현행법은 자동차안전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자율주행차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성능인증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자율주행시스템이 정해진 운행가능영역 안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안전운행성능시험을 실시할 수 있도록 했다.
더 나아가 성능인증을 받은 차량을 실제 운행하려는 공공기관이나 여객·화물운송사업자 등은 해당 차량이 예정된 지역의 도로와 기상, 통신환경에 적합한지 별도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같은 자율주행차라도 서울 도심과 지방 산간도로, 폭우가 잦은 지역에서 안전성이 같다고 볼 수 없다는 전제가 제도에 들어간 것이다.
자율주행 상용화의 핵심이 차량 성능만이 아니라 ‘어디에서 어떻게 운행시키는가’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운영자도 책임에서 빠질 수 없다
완전자율주행 서비스가 확대되면 자동차를 만든 기업과 실제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이 다른 경우가 늘어날 수 있다. 자율주행 택시나 셔틀을 운영하는 사업자는 차량의 정비와 소프트웨어 상태, 운행구역, 원격관제, 사고 대응체계를 관리해야 한다.
현행 자율주행자동차법은 적합성 승인을 받은 운영주체에게 안전운행에 필요한 기술적·관리적·물리적 조치를 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시행령은 안전관리자를 지정하도록 하는 등 운영단계의 관리책임을 구체화하고 있다.
따라서 사고가 차량 설계결함 때문이 아니라 정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운행이 허용되지 않은 환경에서 서비스를 계속 운영하거나, 필수 업데이트를 적용하지 않은 데서 발생했다면 운영자 책임도 문제될 수 있다.
자율주행 시대의 ‘운전자’ 역할 일부가 개인에서 운영회사로 이동하는 셈이다.
보험도 운전자 개인에서 시스템 위험을 평가하는 방향으로 바뀐다
보험산업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기존 자동차보험은 운전자의 연령과 사고경력, 운전습관, 차량 종류 등을 중요한 위험요소로 평가한다. 그러나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차에서는 개인의 운전경력보다 시스템의 안전성과 운행지역, 소프트웨어 관리 수준, 센서 성능 등이 더 중요한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자율주행자동차법은 시범운행지구에서 유상 여객운송을 하려는 경우 보험 가입을 요구하고 있다. 시행령은 관련 보험에 사망 1인당 1억5000만원, 부상 1인당 3000만원 등 일정한 보장기준을 두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보험회사가 차량 모델별 사고율뿐 아니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버전과 운행가능영역, 원격관제 수준까지 보험료에 반영하는 시장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데이터가 없으면 제조사 책임도 운전자 책임도 입증하기 어렵다
자율주행차 사고에서 가장 중요한 증거는 차량 내부에 남는 데이터다.
사고 직전 차량이 수동운전 상태였는지 자율주행 상태였는지, 시스템이 전방의 보행자를 몇 초 전에 인식했는지, 제동 명령은 언제 내려졌는지, 운전자에게 개입 요청을 했는지 등이 기록돼 있어야 사고 원인을 재구성할 수 있다.
이 기록이 없다면 운전자는 “차가 갑자기 잘못 움직였다”고 주장하고 제조사는 “운전자가 제때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자율주행차 상용화는 자동차 기술과 동시에 데이터 규칙을 만드는 작업이기도 하다.
어떤 정보를 얼마나 오래 보관할 것인지, 사고조사기관과 보험회사에 어느 범위까지 제공할 것인지, 차량 이용자의 위치·이동정보와 개인정보는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가 함께 정리돼야 한다.
AI가 운전하면 ‘설명할 수 없는 사고’ 문제가 더 커진다
자율주행에 AI가 깊게 들어갈수록 또 하나의 문제가 생긴다. 시스템이 왜 특정 판단을 했는지 사후에 설명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규칙 기반 프로그램은 일정 조건에서 어떤 명령을 실행했는지를 비교적 명확하게 추적할 수 있다. 그러나 대규모 학습데이터를 이용한 AI 모델은 특정 장면에서 왜 그 물체를 보행자가 아닌 다른 대상으로 분류했는지를 단순한 코드 한 줄로 설명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고 “AI가 그렇게 판단했다”는 설명만으로 책임 문제를 끝낼 수는 없다.
상용화 단계에서는 시스템이 어떤 상황을 안전하게 처리하도록 설계됐는지, 알려진 한계가 무엇인지, 위험한 상황을 얼마나 충분히 시험했는지가 중요한 판단자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자율주행 기술 경쟁이 단순한 주행성능 경쟁에서 검증 가능성과 설명 가능성의 경쟁으로 바뀌는 이유다.
사고 책임을 명확히 해야 소비자도 기술을 믿는다
자율주행차 상용화에서 기술성능만큼 중요한 것이 사회적 신뢰다.
운전자가 차량을 직접 조작하지 않았는데 사고가 발생했을 때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 불분명하다면 소비자는 시스템 사용 자체를 꺼릴 수밖에 없다.
반대로 피해자가 신속하게 보상받고, 사고기록을 통해 원인을 객관적으로 조사하며, 결함이 확인되면 제조사나 운영자에게 비용을 부담시키는 구조가 명확하다면 기술에 대한 수용성도 높아질 수 있다.
결국 자율주행차 사고 책임제도는 사고가 난 뒤 법정에서 책임자를 찾기 위한 규칙만이 아니다. 시장이 자율주행기술을 믿고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기반시설의 하나다.
웨이모·엔비디아가 서울에 모인 이유도 ‘도로에 올리는 문제’ 때문이다
이번 글로벌 모빌리티 콘퍼런스에 웨이모와 엔비디아, 현대자동차, 카카오모빌리티 등이 참여한 것도 기술 개발 이후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행사에서 자율주행과 AI를 비롯한 첨단 모빌리티 혁신과 정책 방향을 국제교통포럼과 함께 논의한다고 밝혔다.
웨이모처럼 실제 무인 자율주행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과 차량 제조사, AI 반도체·플랫폼 기업은 자율주행 생태계에서 서로 다른 역할을 맡는다.
앞으로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 역시 이 생태계를 따라 나뉠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 제조 결함인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문제인지, 센서의 한계인지, 운영자의 관리 소홀인지, 통신이나 도로정보 문제인지가 사고마다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상용화가 확대될수록 하나의 ‘자율주행차 책임법’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보험과 제조물책임, 자동차안전, 운송사업, 데이터 관리 규정을 서로 연결하는 체계가 필요해진다.
상용화의 마지막 장벽은 ‘차가 달릴 수 있느냐’가 아니다
자율주행 기술의 초기 단계에서는 차량이 스스로 차선을 유지하고 장애물을 피할 수 있는지가 핵심 경쟁력이었다. 이제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서 질문도 달라지고 있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누가 조사할 것인지, 피해자는 누구에게 보상받을 것인지, 제조사가 책임져야 할 소프트웨어 결함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운영회사는 어떤 안전관리 의무를 져야 하는지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도 성능인증과 운행환경 적합성 승인, 보험가입, 안전관리자 지정, 사고정보 기록과 사고조사위원회 제도를 잇달아 마련하면서 이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다만 제도가 있다고 해서 모든 책임경계가 이미 확정된 것은 아니다. 운전자가 전혀 없는 차량이 대규모로 상용화되고 AI가 차량 판단을 더 많이 담당하면 기존 보험과 제조물책임 체계만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새로운 사례가 계속 나타날 수 있다.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를 결정하는 마지막 조건은 차량이 사람보다 얼마나 잘 운전하는가에만 있지 않다. 사고가 났을 때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재현할 수 있고, 피해자는 신속하게 보상받으며, 실제 원인을 만든 주체에게 책임이 돌아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함께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