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재테크의 목적은 부자가 되는 게 아니라 ‘덜 불안해지는 것’ 아닐까
요즘 우리는 돈을 굴리는 법을 너무 많이 배운다. 어떤 ETF가 유망한지, 예금과 채권 가운데 무엇이 나은지, 연금계좌를 어떻게 채워야 절세가 되는지, 집을 언제 사고 언제 팔아야 하는지에 관한 정보가 매일 쏟아진다. 돈을 잘 관리하려면 알아야 할 것이 많아졌고, 모르고 있으면 뒤처지는 것 같은 불안도 함께 커졌다.
재테크의 목표는 자연스럽게 하나로 수렴한다. 더 높은 수익률, 더 많은 자산, 더 빠른 경제적 자유다. 물론 틀린 목표는 아니다. 돈은 많을수록 선택지가 늘고, 자산이 충분하면 삶의 여러 위험을 견디기 쉬워진다. 문제는 수익률과 자산 규모가 재테크의 유일한 기준이 되는 순간이다.
수익률을 높이는 일과 삶의 불안을 줄이는 일은 항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가진 돈 대부분을 투자해 자산을 빠르게 늘릴 수 있지만 시장이 크게 흔들리는 순간 잠을 이루지 못할 수 있다. 반대로 일정한 비상자금을 남겨둔 사람은 투자수익률은 조금 낮더라도 갑작스러운 실직이나 가족의 병원비, 예상하지 못한 이사를 비교적 침착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그렇다면 누가 더 돈을 잘 관리하고 있는 것일까.
재테크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너무 자주 ‘얼마를 벌었는가’를 묻고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는 잘 묻지 않는다. 자산 5억원을 가진 사람이 자산 3억원인 사람보다 언제나 안정적인 것도 아니다. 5억원 대부분이 변동성이 큰 자산에 묶여 있고 대출이 많다면 소득이 끊기는 순간 훨씬 취약할 수 있다. 반대로 자산 규모는 작아도 부채가 적고 1년치 생활비를 현금성 자산으로 확보한 사람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더 많은 시간을 벌 수 있다.
돈의 가장 큰 역할 중 하나는 바로 그 시간을 사는 데 있다.
회사가 힘들어졌을 때 당장 아무 일자리나 잡지 않아도 되는 몇 달, 건강이 나빠졌을 때 치료비 걱정 없이 쉴 수 있는 시간, 맞지 않는 직장에서 나와 새로운 일을 찾아볼 수 있는 여유, 실패하더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다. 이것들은 모두 통장 잔고가 만들어주는 선택권이다.
그래서 재테크의 성과를 수익률만으로 평가하면 중요한 부분을 놓치게 된다. 연 10% 수익을 냈지만 시장이 떨어질 때마다 공포에 매도한다면 좋은 투자라고 보기 어렵고, 연 4%의 수익을 얻었더라도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자산을 꾸준히 늘리면서 생활의 안정까지 지켰다면 충분히 좋은 재테크일 수 있다.
문제는 사람마다 불안을 견딜 수 있는 수준이 다르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주식계좌가 하루에 10% 떨어져도 기다릴 수 있지만, 누군가는 3%만 내려가도 생활에 집중하지 못한다. 투자에서는 흔히 이를 위험감수 성향이라고 부르지만, 사실 위험은 숫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직업의 안정성, 가족 부양 여부, 건강 상태, 대출 규모, 앞으로 필요한 목돈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똑같은 1억원이라도 30대 독신 직장인의 1억원과 은퇴를 앞둔 60대 가장의 1억원은 같은 방식으로 굴릴 수 없다. 같은 연봉을 받아도 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과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사람의 현금 여유도 다르다. 그런데 재테크 콘텐츠는 종종 이런 삶의 조건을 지워버리고 가장 높은 기대수익률만을 정답처럼 제시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돈을 불리기 위해 시작한 재테크가 오히려 불안을 생산한다. 남들은 주식으로 얼마를 벌었다는데 나는 뒤처지는 것 같고, 집값이 오르면 집이 없는 것이 불안하고, 집값이 떨어지면 대출받아 산 것이 불안하다. 예금을 하면 물가를 못 따라갈까 걱정되고, 투자를 하면 원금이 줄어들까 걱정된다.
재테크가 삶을 안정시키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끊임없이 비교하게 만드는 경쟁이 되면 끝이 없다. 자산 1억원을 모으면 3억원이 부족해 보이고, 3억원이 되면 10억원을 가진 사람이 눈에 들어온다. 수익률 5%를 기록하면 20%를 번 사람이 보인다. 돈의 절대적인 크기가 커져도 상대적인 불안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좋은 재테크는 어쩌면 자신의 ‘충분함’을 정하는 일에서 시작해야 한다. 얼마의 비상자금이 있으면 마음이 편한지, 부채가 어느 수준을 넘으면 불편한지, 은퇴 후 월 얼마가 있으면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지, 투자자산이 어느 정도 떨어져도 버틸 수 있는지 스스로 기준을 만드는 것이다.
그 기준이 있어야 높은 수익률의 유혹 앞에서도 무리하지 않을 수 있고, 다른 사람이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자신의 계획을 유지할 수 있다.
물론 돈을 불리는 것은 중요하다. 노후는 길어지고, 주거와 의료, 돌봄에 들어가는 비용도 무시하기 어렵다. 그러나 재테크가 성공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통장 잔액 하나로 충분하지 않다.
돈 때문에 하기 싫은 일을 계속해야 하는 시간이 줄었는지, 갑작스러운 사고에도 삶이 무너지지 않을 정도의 여유가 생겼는지, 가족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해야 할 가능성이 낮아졌는지, 필요할 때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지가 함께 중요하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돈을 원하는 이유도 돈 자체 때문만은 아니다. 돈이 많으면 미래를 조금 덜 두려워할 수 있을 것 같고,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것 같으며, 사랑하는 사람을 지킬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재테크의 목적 역시 조금 다르게 정의할 수 있다.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삶이 흔들릴 때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든 사람이 돈을 잘 관리한 사람일 수 있다.
부자가 되는 것은 훌륭한 목표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돈 때문에 매일 불안하지 않은 삶일지도 모른다.
좋은 재테크는 돈을 최대한 많이 불리는 기술이 아니라, 돈이 부족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부터 조금씩 자유로워지는 과정에 더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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