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 노동의 그늘, 플랫폼·비정규직 처우 갈등이 사회 균열 키운다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에 항의하며 집단행동을 예고하고 있다. 한편 배달기사, 퀵서비스 종사자, 가사·돌봄 서비스 플랫폼 노동자들 역시 불합리한 수수료 구조와 사회보험 사각지대 문제를 호소한다. 이처럼 서로 다른 영역에서 발생하는 노동 분쟁은 결국 같은 뿌리를 공유한다. 정규직 중심의 고용 질서가 흔들리는 가운데, 비정규직과 플랫폼 노동자가 사회적 갈등의 전면에 서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학교 현장에서는 급식 노동자와 돌봄 교실 보조 인력 등 비정규직 종사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들은 정규직 교직원과 비교해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조건 속에서 장기간 일하고 있음에도, 처우 개선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교육 현장에서 학생 안전과 건강을 책임지는 필수 인력이지만, 이들의 지위는 여전히 ‘비정규직’이라는 이름 아래 주변부로 밀려 있다. 일부 노조는 파업 가능성을 언급하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플랫폼 노동자들의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배달 플랫폼 종사자들은 최근 수수료 체계와 배차 알고리즘 문제를 집중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특정 시간대와 지역에서 수익 구조가 급격히 바뀌어 생활 안정성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퀵서비스 기사, 대리운전 기사, 가사·돌봄 매칭 플랫폼 종사자들 역시 “자영업자”라는 법적 지위로 분류돼 고용보험, 산재보험, 건강보험 등 기본적인 사회보장 제도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일은 사용자 지휘 아래 이뤄지지만 법적 책임은 사용자에게서 분리된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셈이다.
임금과 수수료 문제는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플랫폼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한 달 내내 일해도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이 최저임금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 역시 주 40시간 근무에도 생활임금에 못 미치는 사례가 많다. 노동의 가치를 정당하게 보상받지 못하는 현실이 지속되면서, 이들의 분노는 단순한 처우 개선 요구를 넘어 ‘노동권 보장’이라는 근본적 문제 제기로 확산되고 있다.
사회적 안전망 부재는 갈등을 제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적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나, 정부의 대응은 아직 충분치 않다. 일부 정책은 플랫폼 노동자를 ‘특수형태 근로종사자’ 범주에 포함해 제한적인 보호 장치를 제공하고 있으나, 실제 현장에서는 여전히 보호 사각지대가 넓다. 이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플랫폼 사업자를 ‘사용자’로 인정해 법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플랫폼 기업들은 “노동자들이 독립 계약자 신분이기에 전통적 근로자성은 인정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맞서고 있다.
이런 대립은 법원과 국회로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 판례에서는 플랫폼 노동자의 근로자성을 인정했지만, 다른 사건에서는 자영업자로 판단해 모순된 결론이 내려졌다. 국회에서는 플랫폼 노동자 보호 법안이 논의되고 있으나, 기업의 반발과 이해관계 충돌로 속도는 더디다. 노동계는 “디지털 경제를 빌미로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는 구조”라고 비판하고, 기업 측은 “규제 강화가 오히려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반박한다. 갈등의 골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갈등은 단순히 노사 대립을 넘어 세대와 지역의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배달·퀵서비스 같은 플랫폼 노동은 청년층과 MZ세대가 많이 종사하는 영역이고, 학교 급식실이나 돌봄 서비스는 중년 여성의 비중이 높다. 세대·성별·지역에 따라 분절된 노동 구조가 각각의 불만과 차별 경험을 낳고, 전체 사회가 ‘노동권 격차’를 둘러싸고 갈라질 위험이 커진다. 플랫폼 노동자들의 집단 행동이 잦아지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이 반복될수록 사회적 긴장은 더욱 고조될 수밖에 없다.
궁극적으로 플랫폼 노동과 비정규직 처우 갈등은 한국 사회가 어떤 노동 질서를 선택할 것인지 묻고 있다. 지금처럼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용자와 독립계약자 사이의 모호한 구분을 유지한다면, 노동시장의 분절은 심화되고 갈등은 상시화될 것이다. 반대로 제도적 개혁을 통해 사회보장 확대, 공정한 수수료 체계, 사용자 책임 강화를 추진한다면 새로운 균형을 찾을 수 있다.
노동은 한국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플랫폼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외치는 목소리는 단순한 임금 투쟁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을 권리에 대한 요구다. 지금의 갈등은 일시적 소란이 아니라 한국 노동시장의 구조적 균열을 드러내는 신호다. 정부와 국회, 그리고 기업들이 이를 외면한다면, 앞으로 더 큰 사회적 비용과 갈등을 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