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받는 K방산주…하반기 실적 기대에 저점매수론 고개

한때 국내 증시의 주도주로 꼽히던 K방산주가 최근 한 달간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하며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와 전장 부품, 인공지능 관련주로 시장 수급이 옮겨가면서 방산주의 상승 탄력이 약해진 것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수주잔고와 하반기 실적 개선세를 근거로 단기 조정을 저점 매수 기회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요 방산 5사의 올해 2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1조5581억원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조3184억원보다 18.2% 증가한 규모다. 대상 기업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한화시스템 등이다.
기업별로는 한화시스템의 영업이익 증가율 전망치가 89.55%로 가장 높았다. 이어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 35.57%, KAI 28.17%, 한화에어로스페이스 16.89%, 현대로템 4.7% 순으로 예상됐다. 하반기에는 성장폭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증권은 방산 5사의 하반기 합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0% 이상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실적 기대의 기반은 대규모 수주잔고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자주국방 기조가 강화됐고, 중동과 동남아에서도 한국산 무기체계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 지난해 말 기준 주요 방산 4사의 합산 수주잔고는 1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뉴스웨이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상 방산 부문 수주잔고는 37조2000억원, KAI는 27조3437억원, LIG넥스원은 26조2300억원, 현대로템은 10조5181억원 수준이었다.
수주잔고는 방산업체 실적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방산 계약은 체결 이후 실제 납품과 매출 인식까지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과거에 확보한 대형 수출 계약이 올해와 내년 실적에 순차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사업보고서도 방산 부문의 매출과 수주 상황, 주요 계약을 별도 항목으로 공시하고 있다.
문제는 주가다. 실적 전망이 나쁘지 않은데도 최근 방산주는 시장에서 소외됐다. 한국거래소 기준 최근 한 달 동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3.61%, KAI는 27.24%,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는 19.63%, 현대로템은 25.53%, 한화시스템은 25.88%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0.08% 하락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방산주의 낙폭이 두드러진다.
주가 약세의 직접적인 배경은 수급 이동이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는 삼성전기, LG이노텍 등 적층세라믹콘덴서 관련주가 강하게 올랐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증시가 특정 성장 테마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지난해와 올해 초까지 주도주 역할을 했던 방산주에서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방산주 특유의 밸류에이션 부담도 영향을 미쳤다. K방산주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글로벌 재무장 흐름을 타고 빠르게 올랐다. 주가가 이미 큰 폭으로 상승한 만큼, 신규 수주 공백이나 계약 지연, 원가 부담, 환율 변동, 지정학적 변수 완화 등이 단기 조정의 빌미가 될 수 있다. 방산 계약은 정부 간 협상과 수출 승인, 현지 생산 조건, 납기 일정 등 변수가 많아 투자 심리가 민감하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증권가의 기본 시각은 여전히 긍정적이다. 방산업체의 수익 구조가 단순한 테마를 넘어 실적 국면으로 들어섰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에도 주요 방산 4사는 수출 확대에 힘입어 분기 기준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스페셜경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KAI, 현대로템 등 주요 방산업체의 지난해 2분기 합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국방비 확대 흐름이 방산주를 지지하는 요인이다. 유럽 각국은 러시아 위협에 대응해 국방비를 늘리고 있고, 미국 역시 동맹국에 방위비 부담 확대를 요구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 방산업체들은 가격 경쟁력과 빠른 납기, 실전 운용 경험, 패키지형 수출 능력을 앞세워 폴란드와 중동, 동남아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왔다.
다만 저점 매수론이 곧 무조건적인 낙관론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방산주는 대형 수주가 실적에 반영되는 시점과 주가가 움직이는 시점이 다를 수 있다. 이미 알려진 호재가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을 가능성도 있다. 또 방산 수출은 상대국 예산, 정권 교체, 외교 관계, 현지 생산 요구 등에 따라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 개별 기업별로도 수익성이 높은 수출 물량의 비중, 연구개발비 부담, 원가율 관리 능력에 따라 실적 차이가 커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