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청구 전산화 1년, 보험사 심사비 줄었나…공시로 보면 ‘아직 입증 안 돼’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가 시행됐다고 해서 보험사의 업무비나 심사비용이 곧바로 줄었다고 말하기는 아직 어렵다. 2026년 10월 23일 기준으로 확인되는 공시와 감독당국 자료를 보면, 제도는 2024년 10월 병원급·보건소부터 단계적으로 시작됐고 의원·약국까지 넓어진 시점도 2025년 10월 25일이다. 더구나 공개 공시에서 확인되는 비용 항목은 대체로 회사 전체의 손해조사비, 사업비율, 보험서비스비용이어서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만의 효과를 떼어내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확인 가능한 최근 수치만 놓고 보면 회사별 흐름도 같지 않다. 일부 회사는 손해조사비나 보험서비스비용이 늘었고, 일부는 손해율과 사업비율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전산화가 청구 편의를 높였다는 점과 별개로, 보험사 원가 절감이나 실손보험료 인상 압력 완화까지 입증하려면 지금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뜻이다.
전산화는 시작됐지만, 전면 효과를 보기엔 시점이 짧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의 법적 근거는 보험업법 제102조의6과 제102조의7이다. 이 제도에 따라 가입자는 요양기관을 통해 보험금 청구 서류를 전자적으로 보험사에 보낼 수 있게 됐다. 다만 시행은 한 번에 전면 적용된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이뤄졌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1단계는 2024년 10월 25일 병원급 의료기관과 보건소를 대상으로 시작됐다. 2단계는 2025년 10월 25일 의원과 약국으로 확대됐다. 제도가 보험사 비용 구조에 본격 반영되려면 청구가 많은 의원·약국까지 실제 연계가 넓게 이뤄져야 하는데, 그 시점 자체가 2025년 말에야 도달한 셈이다.
연계 속도도 충분히 빠르다고 보긴 어려웠다. 금융위 자료를 보면 2025년 8월 5일 기준 참여 요양기관은 6757개였고, 2025년 10월 25일 기준 실손24 연계 기관은 10만4541개 중 1만920개로 10.4%였다. 같은 날 기준으로도 병원급·보건소 1단계 연계율은 54.8%였지만 의원·약국 2단계는 6.9%에 그쳤다. 제도 시행 자체와 현장 연계율 사이에 시간차가 있었던 만큼, 2025년 연간 비용 공시만 보고 전산화 효과를 단정하기는 무리다.
공시에서 바로 보이는 것은 ‘실손 전산화 비용’이 아니라 회사 전체 비용이다
기업 공시를 볼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보험사 사업보고서에는 손해조사비, 사업비율, 보험서비스비용, 손해율 같은 지표가 나오지만, 이것이 곧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의 성과를 뜻하지는 않는다. 손해조사비에는 자동차보험, 일반보험, 장기보험 등 여러 보험종목의 조사·사정 업무가 함께 섞여 있고, 사업비율 역시 신계약비·유지비·투자관리비·기타비용을 합친 회사 전체 운영비에 가깝다.
한화손해보험 2024년 사업보고서는 손해율 산식에 손해조사비가 포함된다고 적시하면서도, 사업비율은 신계약비·유지비·투자관리비·기타비용의 합으로 설명했다. 즉 손해조사비와 사업비율은 성격이 다르고, 둘 다 실손보험 전산 청구만의 변화로 읽을 수 없다. 같은 보고서에서 2024년 손해율은 68.3%로 전년보다 낮아졌지만 사업비율은 23.9%로 전년보다 높아졌다. 비용 흐름이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지 않았다는 의미다.
DB손해보험 2025년 사업보고서도 비슷한 한계를 보여준다. 이 보고서에서 보험서비스비용은 전년보다 11.75% 증가했고, 발행보험 기준 발생한 손해조사비는 7162억원대로 전기 6689억원대보다 늘었다. 회사는 장기보험 위험손해율 상승과 일반보험의 국내외 대형사고 등을 보험서비스비용 증가 배경으로 설명했다. 공개 자료만 보면 비용 증감에 영향을 준 요인이 여럿인데, 그 가운데 실손청구 전산화만 따로 분리해 계산한 항목은 없다.
‘전산화가 되면 보험료도 내려야 한다’는 주장, 공시만으로는 바로 연결되지 않는다
독자 입장에서는 청구가 쉬워지면 보험사 인건비나 심사비가 줄고, 그러면 실손보험료 인상 압력도 낮아져야 한다는 기대가 자연스럽다. 그러나 현재 공시 구조에서는 그 연결고리를 바로 확인하기 어렵다. 첫째, 전산화는 청구 서류 전달 절차의 디지털화이지 곧바로 지급 심사 자동화 전체를 뜻하지 않는다. 둘째, 실손보험 손해율과 보험료는 비급여 이용량, 세대별 상품 구조, 의료이용 증가, 준비금 가정, 사업비 등 여러 요소의 영향을 함께 받는다.
실제로 금융위가 제시한 자료에서도 전산화의 직접 성과로 먼저 강조된 것은 보험사 비용 절감보다 소비자 청구 편의와 병원의 서류 발급 부담 완화였다. 2025년 8월 점검자료 역시 참여 병원과 이용 소비자의 편의 개선을 언급했지만, 보험사의 심사비 절감액이나 실손보험료 인하 효과를 수치로 제시하지는 않았다. 제도 목적과 기대효과, 실제 원가 절감의 계량 검증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 더 정확한 질문은 ‘전산화가 보험사 비용을 줄였는가’보다 ‘공시와 감독자료에서 그 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가’에 가깝다. 지금까지 확인되는 답은 아직 아니오에 가깝다. 제도는 시행됐지만, 적용 범위 확대가 늦었고 연계율도 초기에는 제한적이었으며, 기업 공시는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에 따른 절감분을 별도 항목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결국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이후 보험사 업무비와 심사비용 변화를 검증하려면 앞으로는 회사별 실손 청구 건수, 전산 청구 비중, 청구 1건당 처리비용, 외주 손해사정 비용, 지급 심사 인력 구조 같은 더 세분화된 자료가 필요하다. 현 단계에서 말할 수 있는 범위는 분명하다. 실손 청구 전산화가 시작됐다는 사실은 확인되지만, 그 결과로 보험사의 심사비가 전반적으로 줄었다거나 보험료 인상 문제에 곧바로 제동이 걸렸다고 공시만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자료: 국가법령정보센터, 보험업법 제102조의6·제102조의7(2024-10-25 시행); 금융위원회, ‘24.10.25일부터 ‘창구 방문 없는’ ‘복잡한 서류 없는’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가 순차적으로 시행됩니다(2024-10-24); 금융위원회,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참여기관 확대(의원·약국)를 앞두고 준비 상황을 점검했습니다(2025-08-07); 금융위원회,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의원·약국 2단계 확대 시행 관련 보도자료(2025-10-25); 금융위원회, 실손보험 청구전산화 점검 회의 개최(2026-04-15); DB손해보험, 사업보고서 제59기(2026-03-12); 한화손해보험, 사업보고서 제80기(2025-03-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