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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술 이전기업의 출시 시차, 인증비만으로 설명 안 된다

경제

공공 연구기관에서 특허나 기술을 이전받은 기업의 제품 출시가 늦어지는 이유를 인증 비용 하나로 묶어 설명하기는 어렵다. 최근 공공기술 사업화 지원 공고와 연구기관의 사업화 안내를 보면 시험·검증·인증은 거의 빠지지 않는 지원 항목이지만, 실제 출시 속도는 기술 분야와 후속 개발 난이도, 규제 절차, 생산 전환 역량에 따라 크게 갈렸다. 같은 연구기관의 기술을 이전받아도 소프트웨어처럼 비교적 빠르게 제품화된 사례가 있는 반면, 반도체·바이오처럼 추가 엔지니어링과 인허가가 필요한 분야는 수년의 시차가 확인된다.

제도상으로도 공공기술의 이전과 사업화는 단순한 특허 계약에서 끝나지 않도록 설계돼 있다. 현행 ‘기술의 이전 및 사업화 촉진에 관한 법률’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공연구기관에 기술이전·사업화 전담조직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연구기관이 기술을 넘긴 뒤에도 계약 관리, 기술료 징수, 상용화 지원을 이어가도록 한 구조다.


지원 공고가 공통으로 적어 둔 비용 항목


정부와 유관기관의 최근 사업 공고를 보면 ‘인증’은 분명한 사업화 비용으로 다뤄진다. 범부처통합연구지원시스템(IRIS)에 올라온 2025년 강소연구개발특구 공고는 공공연구기관 기술을 이전받아 사업화를 추진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성능·신뢰성 검증과 인증 지원을 명시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의 기업지원 프로그램도 시제품 제작과 함께 해외인증 등 시장 맞춤형 후속 연구를 지원 대상으로 적고 있다.

다만 모든 사업이 인증 수수료를 같은 방식으로 보전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의 일부 기술검증 지원 사업 공고는 해외 기술 인증·검사 연계를 적으면서도 인증수수료와 검사료, 개념증명 비용은 지원 대상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공공기술 사업화 현장에서 인증이 중요하다는 점은 같지만, 실제 지원 설계는 인증비 직접 보전형, 후속 R&D 연계형, 컨설팅 중심형으로 갈린다는 뜻이다.


같은 공공기술 이전이라도 출시 속도는 달랐다


빠른 제품화 사례는 정보보안 분야에서 먼저 확인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자료에 따르면 케이사인은 스마트지갑 관련 기술이전 이후 2011년 11월 스마트폰 인증 솔루션 ‘위즈사인’을 출시했다. 소프트웨어는 제조 설비 전환이나 장기 신뢰성 평가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아 기술이전 뒤 시장 투입까지의 거리가 짧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반면 같은 ETRI 계열 기술이전 사례라도 반도체는 사정이 달랐다. 시지트로닉스는 2020년부터 ETRI로부터 질화갈륨 관련 기술이전을 받기 시작했고, 회사 공지에서 사업화까지 통상적인 엔지니어링 이슈와 추가 시간, 전문인력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술이전 계약이 체결돼도 양산성 확보와 성능 고도화가 남아 있으면 출시 시점은 뒤로 밀릴 수 있다는 뜻이다.

같은 회사 안에서도 결과는 갈렸다. 시지트로닉스는 또 다른 ETRI 이전기술인 ‘펄스파워용 1400V급 MCT 전력반도체’에 대해서는 특수용도 소자 개발과 사업화에 성공해 2024년 기술보증기금의 기술이전·사업화 우수사례집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결국 계약 체결 여부보다 기술 성숙도와 적용 시장, 후속 개발 난도가 더 직접적인 분기점으로 작동한 셈이다.


바이오·헬스케어는 ‘출시’와 ‘인증 완료’가 분리되기도


바이오 분야에서는 제품 출시와 인증 완료가 같은 시점에 일어나지 않는 사례도 확인된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 소개 자료에 따르면 에스크랩퍼니는 탈모 완화 소재 관련 특허 기술을 이전받아 샴푸 제품을 출시했지만, 별도로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 획득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소비재 성격의 제품은 먼저 시장에 내놓고, 기능성 인정이나 추가 규제 절차는 뒤따를 수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의료 성격이 강한 장비는 연구기관과 기업의 공동 상용화 끝에 비교적 이른 출시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KRIBB는 2011년 5월 유바이오메드가 모바일 바이오이미징 시스템을 상용화해 제품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경우에도 연구기관 보도자료는 기술이전 자체보다 연구진과 기업의 공동 개발과 상용화 과정을 함께 강조했다. 공공기술 이전만으로 곧바로 제품이 나온 것이 아니라는 점은 다른 사례와 같다.


정책 초점은 인증비 단독 지원보다 후속개발 묶음 설계에 가깝다


이런 사례를 종합하면, 공공 연구기관을 늘리거나 기술이전 제도를 확대하더라도 민간 기업 지원의 병목은 특허 계약 체결 자체보다 그 이후 단계에 몰려 있다고 봐야 한다. 실제로 ETRI는 이전받은 기술의 조기 제품화와 서비스화를 위해 추가 개발 지원, 연구인력 파견, 시험시설 지원을 주요 사업으로 두고 있다. 공공기술 사업화 지원 공고가 인증만이 아니라 시제품 제작, 성능 검증, 공정 개선, 후속 연구개발을 한 묶음으로 편성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공공 연구기관 특허를 이전받은 기업의 제품 출시를 가로막는 것이 인증 비용이냐’는 질문에는 절반만 맞는 답이 나온다. 인증과 시험 비용은 분명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부담 항목이지만, 공식 자료에서 더 자주 확인되는 병목은 후속 엔지니어링, 양산 전환, 규제 절차, 전문인력과 시간의 부족이다. 제도 설계도 인증비 직접 보전 하나보다 기술이전 뒤 상용화 전 과정을 끌고 가는 전담조직과 후속 사업화 지원에 무게를 두고 있다.

자료: 국가법령정보센터, 기술의 이전 및 사업화 촉진에 관한 법률(2025.10.1. 시행 현행법령); 범부처통합연구지원시스템, 강소연구개발특구 관련 공고(2025);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기술이전·사업화 지원사업 공고(2023~2025);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기업지원프로그램(2025);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사업화본부 주요사업 및 마일스톤(확인일 2026-10-23); ETRI 사이버융합보안연구단 자료, 스마트지갑 기술 상용화 사례(2011); 시지트로닉스, 회사 공지사항(2022, 2024);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보도자료 및 KRIBB Focus 자료(201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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