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어구 회수 비용, 지금은 누가 내나…생산자책임은 ‘부분 적용’, 상장사는 원가보다 원료 확보가 변수
폐어구 회수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는 질문에 지금 시점의 가장 정확한 답은 ‘전면적인 생산자책임 구조는 아직 아니다’에 가깝다. 한국의 현행 제도는 모든 폐어구를 포장재나 전자제품처럼 일괄적인 생산자책임재활용 대상으로 묶지 않고, 어구 종류에 따라 보증금제와 행정 지원, 일부 품목에 대한 재활용의무를 나눠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비용은 어업인이 먼저 내고 돌려받는 보증금, 생산·수입업자와 판매망이 부담하는 관리 비용, 행정기관이 지원하는 수거·처리 비용으로 분산돼 있다.
이 구조는 기업 영향도 다르게 만든다. 폐어구를 직접 회수·재활용하는 소재 기업에는 안정적인 원료 확보와 전처리 비용이 핵심이고, 양식용 부자처럼 이미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적용을 받는 품목의 제조·수입업자에게는 제도 이행 비용이 더 직접적이다. 상장사 비교에서도 이 차이가 분명했다. 효성티앤씨와 코오롱ENP처럼 폐어망을 원료로 재활용 소재를 만드는 기업은 정책 확대가 곧바로 대규모 실적 변수가 되기보다, 원료 수급과 프리미엄 판매가 가능한지에 따라 손익 효과가 갈리는 구조다.
어구보증금제는 ‘생산자가 내는 돈’이 아니라 ‘생산자가 붙여 팔고 관리센터로 넘기는 돈’
수산업법상 어구·부표 회수 촉진 제도는 일반적인 의미의 생산자책임재활용과는 구조가 다르다. 법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어구·부표를 생산하거나 수입하는 사업자에게 제품 가격과 별도의 어구보증금을 포함해 출고 또는 수입하도록 하고, 이 돈을 어구보증금관리센터로 이관하도록 정한다. 실제 반환이 이뤄지면 관리센터가 반환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는 방식이다.
즉 현장에서 먼저 현금을 부담하는 쪽은 어구를 사는 어업인이다. 생산·수입업자는 회수 의무를 직접 수행하기보다 보증금을 가격에 반영하고 이관하는 관리 주체에 가깝다. 한국수산자원공단의 운영체계를 보면 판매 단계에서 대상사업자가 태그와 판매정보를 센터에 넘기고, 반환 단계에서는 회수관리자가 반환증을 발급하며, 마지막 회수·처리·재활용 단계에서 처리업체가 폐기 또는 재활용을 맡는다. 제도 비용이 한 기업에 집중되지 않고 판매망, 회수관리자, 처리업체, 어업인 사이로 쪼개져 배분되는 이유다.
해양수산부는 2024년 1월 25일 보도자료에서 어구보증금제가 2024년 1월부터 통발어구에 우선 적용되고, 2026년에는 자망어구와 양식장 부표까지 확대된다고 밝혔다. 당시 반납 장소는 180개소로 제시됐고, 통발 종류에 따라 1000원에서 3000원의 보증금 기준도 함께 공개됐다. 제도 확대는 회수 물량을 늘릴 수 있지만, 반대로 말하면 회수·선별·운송 체계가 그만큼 더 촘촘해져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모든 폐어구가 생산자책임 대상은 아니다…현재 법상 직접 의무 품목은 제한적
환경 분야의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는 적용 범위가 더 좁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현행 EPR 대상 8개 제품군에는 양식용 부자와 합성수지 재질의 김발장이 포함되지만, 일반적인 어망·통발 전체가 포괄적으로 들어가 있지는 않다. 다시 말해 ‘폐어구 문제의 핵심 원인’과 ‘현행 생산자책임 부과 범위’ 사이에는 아직 간극이 있다.
이 간극은 비용 귀속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바다에 유실되기 쉬운 어망과 통발은 수산업법상 보증금제와 폐어구 수거·처리 지원 체계로 다루고, 양식용 부자 같은 일부 품목은 자원재활용법상 생산자책임 또는 부담금 체계로 다룬다. 같은 해양 플라스틱 문제라도 법적 장치가 이원화돼 있는 셈이다.
행정기관의 역할도 크다. 수산업법 시행령은 행정관청이 폐어구 수거·처리를 위한 사업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하고, 해양수산부는 별도 대책에서 폐어구 반납 인센티브와 수거 지원, 무인 반납 시범운영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제도 설계상 ‘누가 전액 부담하느냐’보다 ‘누가 어느 단계 비용을 맡느냐’가 더 중요한 구조다.
상장사 1: 효성티앤씨, 폐어망 재활용은 성장 소재지만 연결 실적을 좌우할 정도의 단일 변수는 아니다
상장사 중 폐어망 재활용의 대표 사례는 효성티앤씨다. 이 회사는 폐어망을 원료로 한 리젠 오션 나일론을 운영하고 있고, 회사 자료에서는 이를 폐기 대신 화학적으로 분해해 재활용한 원사라고 설명한다. 지속가능경영 자료에는 2007년 세계 최초 상용화, 2022년 리뉴얼, 그리고 기존 나일론 대비 탄소배출 저감 효과가 제시돼 있다.
다만 재무 관점에서 보면 이 사업이 당장 연결 손익을 뒤흔드는 단계라고 보기는 어렵다. 효성티앤씨 IR 자료상 2025년 연결 매출은 7조6948억원, 영업이익은 2515억원이다. 폐어망 재활용 원사가 상징성과 시장성은 크지만, 회사 전체 매출 규모를 감안하면 제도 변화가 곧바로 실적을 크게 바꾸려면 회수량 확대가 안정적인 판매 증가와 프리미엄 단가 유지로 이어져야 한다.
오히려 단기 손익의 핵심 변수는 회수 체계 그 자체보다 원료의 품질과 안정성일 가능성이 크다. 폐어망은 바다에서 회수되는 과정에서 염분, 이물질, 혼합 재질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회수량이 늘어도 전처리 비용이 높거나 품질 편차가 크면 원가 절감보다 추가 비용이 먼저 늘 수 있다. 반대로 보증금제 확대와 회수 인프라 정비로 비교적 균질한 원료 확보가 가능해지면, 재생 원사 사업은 원가보다 매출 믹스 개선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상장사 2: 코오롱ENP는 폐어망을 ‘원재료 조달 문제’로 본다…직접 규제비용보다 친환경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가 중요
코오롱ENP도 폐어망과 폐로프를 활용한 친환경 엔지니어링플라스틱 제품을 운영하고 있다. 회사 지속가능경영 자료에는 KOPA 6 ECO-R 제품군의 원료로 폐어망과 폐로프가 제시돼 있다. 이는 폐어구를 그대로 처리하는 사업자라기보다, 회수된 폐어구를 가공 가능한 원료로 전환해 고부가 플라스틱 소재로 판매하는 기업이라는 뜻이다.
코오롱ENP의 재무 규모를 보면 2024년 연결 매출 4862억원, 영업이익 398억원이다. 효성티앤씨보다 회사 규모는 작지만, 마찬가지로 폐어망 재활용이 연결 실적 전체를 단독으로 좌우하는 구조는 아니다. 이 회사에 중요한 것은 회수 정책이 강화되면서 친환경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느냐, 그리고 그 원료를 자동차·전기전자 등 고부가 시장에 프리미엄 제품으로 팔 수 있느냐다.
여기서 반례도 나온다. 폐어구 회수 확대가 항상 재활용 기업의 이익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회수량이 늘어도 세척·분쇄·컴파운딩 비용이 함께 오르거나, 최종 고객이 친환경 프리미엄 가격을 충분히 지불하지 않으면 원가 부담만 늘 수 있다. 특히 기계적 재활용은 원료 오염도와 물성 저하에 민감해, 회수 물량 확대가 곧바로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직접 부담이 더 큰 쪽은 재활용 소재 기업보다 일부 어구·부표 제조업체일 수 있다
현재 제도에서 비용 부담이 더 직접적인 곳은 오히려 재활용 소재 상장사보다 어구·부표 제조·수입 단계일 가능성이 높다. 양식용 부자는 이미 EPR 대상 품목이고, 보증금 대상 어구·부표를 생산하거나 수입하는 사업자는 보증금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고 센터 이관, 판매정보 관리, 표식 부착 같은 실무를 수행해야 한다. 재활용 소재 기업은 회수된 자원을 사 와서 쓰는 수요자이지만, 해당 제조업체들은 제도 운영의 첫 관문이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 어구·부표 제조업은 비상장 중소업체 비중이 높아, 투자자가 공시만으로 비용 전가 능력이나 마진 영향을 추적하기 쉽지 않다. 이 점에서 상장사 분석은 한계가 있다. 공시 접근성이 높은 기업은 폐어구를 재활용해 새 소재를 만드는 곳들인데, 정작 제도 비용을 가장 먼저 맞는 업체 상당수는 자본시장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다.
결국 ‘폐어구 회수 비용은 누가 내나’라는 질문에 대한 산업적 결론은 분명하다. 지금 한국 제도는 생산자에게 모든 비용을 일괄 전가하는 구조가 아니라, 어업인이 선납하는 보증금, 제조·수입업자와 판매망의 관리비용, 행정기관의 수거·처리 지원, 재활용 기업의 전처리·가공 원가가 겹쳐 있는 혼합형 구조다. 상장사 투자 관점에서는 보증금 자체보다 회수 체계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작동해 재생 원료의 품질과 물량을 확보하느냐가 더 중요한 변수다. 정책이 2026년 자망어구와 양식장 부표로 확대되면, 직접 의무 주체의 비용 부담보다도 재활용 가능한 원료 공급망이 얼마나 정교해지는지가 기업 실적의 실제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자료: 해양수산부, 「어구보증금제」, 본격 시행(2024.01.25.); 국가법령정보센터, 수산업법·수산업법 시행령·수산업법 시행규칙(2026년 10월 열람 기준); 한국수산자원공단, 어구·부표보증금제도 안내(열람 기준 2026.10.22.); 한국환경공단,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안내(열람 기준 2026.10.22.); 해양수산부, 버려지는 어구 줄이고, 회수는 최대로 ‘27년부터 ’바닷속 폐어구 발생≤수거‘목표(2025.04.14.); 효성티앤씨, IR 재무정보 2025년 연결 요약손익계산서(열람 기준 2026.10.22.); 효성티앤씨, 2025 지속가능경영보고서·2024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코오롱ENP, 요약 연결재무제표 및 2024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열람 기준 2026.1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