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다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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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가 밀어올린 실손보험료, 보험사 이익으로 바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

경제

실손보험료 인상의 직접 압력은 정치권의 무관심만으로 설명되기보다 비급여 지출 구조와 상품 세대별 손해율 악화에서 먼저 찾아야 한다. 금융당국이 2026년 6월 발표한 2025년 실손의료보험 사업실적을 보면 실손보험 보험료수익은 18조원으로 전년보다 10.0% 늘었지만, 지급보험금 증가폭이 더 커 보험손익은 1조87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경과손해율은 101.0%로 상승했고, 특히 3세대와 4세대 손해율은 각각 120.3%, 115.1%로 높았다. 보험료가 오르는 이유와 보험사 실적이 움직이는 방향이 같아 보여도, 실제 숫자는 보험료 인상분이 손해를 모두 상쇄하지 못하고 있다는 쪽에 더 가깝다.

핵심은 비급여다. 금융위원회는 실손 개혁 설명자료에서 2023년 실손 비급여 보험금이 8조2000억원으로 2017년보다 크게 늘었고, 우리나라 전체 비급여 진료비의 약 40%를 실손보험이 보장한다고 설명했다. 보험금 지급도 일부 고이용자에게 집중돼 있다. 대형 손해보험 4개사 기준으로 2024년 상반기 개인 실손보험에서는 계약자의 9%가 전체 보험금의 약 80%를 수령했고, 65%는 보험금을 한 번도 받지 못했다. 결국 비급여 지출이 늘수록 전체 가입자 보험료를 끌어올리고, 그 부담이 다시 손해율과 상품 개편 논의로 이어지는 구조다.


세대별 손해율이 말하는 것


실손보험의 손익을 볼 때는 상품을 한 덩어리로 보면 오히려 흐름을 놓치기 쉽다. 4세대 실손은 2021년 7월 출시되면서 급여와 비급여를 분리하고, 비급여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화하는 구조를 도입했다. 이어 2024년 7월부터는 실제 비급여 보험금 수령액에 따라 4세대 가입자의 비급여 보험료가 할인 또는 최대 300%까지 할증되기 시작했다. 비급여 보험금이 없으면 할인, 100만원 이상이면 할증하는 장치가 붙은 것이다.

그런데 제도 도입이 곧바로 손해율 안정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금융당국 집계에서 2025년 4세대 손해율도 115.1%로 100%를 웃돌았다. 이는 자기부담률과 할인·할증 구조만으로는 비급여 이용 증가를 단기간에 제어하기 어렵다는 뜻에 가깝다. 반대로 2세대는 전체 계약의 41.2%를 차지하면서도 손해율이 93.1%로 가장 낮았다. 금융당국은 이를 두고 1·2세대의 누적된 보험료 조정 효과가 3·4세대보다 먼저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결국 세대별 손해율은 어떤 상품이 본질적으로 우월하다는 단순 비교보다, 가격 조정 시차와 가입자 구성, 비급여 이용 행태가 함께 작동한 결과로 읽어야 한다.


보험사 실적에선 왜 반대 그림이 나오나


상장 손해보험사 실적을 보면 실손보험료 인상이 곧장 이익 증가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이 더 분명해진다. 삼성화재의 연결 기준 지배기업주주지분 당기순이익은 2024년 2조736억원에서 2025년 2조183억원으로 줄었다. DB손해보험도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이 1조7722억원에서 1조5367억원으로 감소했다. 실손보험 전반의 보험료 인상 기조가 이어졌던 시기에도 대표 손보사들의 연간 순이익은 나란히 뒷걸음친 셈이다.

DB손해보험의 2026년 1분기 경영공시는 이 구조를 더 또렷하게 보여준다. 이 회사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2685억원으로 전년 동기 4470억원보다 줄었고, 보험손익도 2266억원으로 4027억원에서 감소했다. 보험료를 올려도 손해율이 더 빠르게 악화되거나, 신계약 경쟁과 사업비, 지급보험금 증가가 겹치면 회사 실적은 오히려 약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실손보험은 가입자에게는 생활비 부담의 문제지만, 보험사에는 장기보험 포트폴리오 전체의 수익성과 자본배분을 흔드는 변수로 작동한다.

여기에는 회계상 완충장치도 있지만 한계가 있다. 손해보험사는 자동차보험, 일반보험, 투자손익, 신계약 서비스마진 등 다른 이익원으로 실손 부문의 충격을 일부 흡수할 수 있다. 그러나 실손 부문 적자가 길어질수록 가격 조정 압력은 커지고, 그 과정에서 판매 전략은 저손해율 상품 확대와 고위험군 선별, 전환 유도 쪽으로 기울게 된다. 실손보험료 문제가 결국 기업 실적과 투자 판단의 문제이기도 한 이유다.


정책은 움직였지만 효과는 느리다


정치권이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025년 3월 비급여 관리와 실손보험 개혁방안을 내놓았고, 2026년 5월에는 5세대 실손보험을 출시했다. 5세대는 중증 비급여 보장은 유지·강화하면서, 비중증 비급여는 보장한도를 1천만원으로 낮추고 자기부담률을 50%로 높였다. 근골격계 물리치료, 체외충격파치료, 비급여 주사제 등 일부 과잉 우려 항목은 보장에서 제외됐다. 제도 설계만 놓고 보면 보험료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된 비중증 비급여를 직접 겨냥한 개편이다.

다만 정책의 집행 속도와 재무 효과는 다르다. 금융위원회는 약관변경 조항이 없는 1세대와 초기 2세대 계약이 총 1600만건에 이르며, 이들은 계약 만기 전까지 개정 약관 적용이 어렵다고 밝혔다. 후기 2세대와 3·4세대도 재가입 시점에 따라 2026년 7월부터 2036년 6월까지 순차적으로 전환된다. 다시 말해 제도는 이미 움직이고 있지만, 보험사 손익에 반영되는 속도는 가입자 전환 주기만큼 느릴 수밖에 없다. 실손보험료 인상에 대한 정치적 불만이 커도 시장에서 체감하는 변화가 더디게 나타나는 배경이다.

결국 투자자와 산업 독자가 봐야 할 지점은 보험료 인상 자체가 아니라, 비급여 지출을 얼마나 통제할 수 있는지, 그리고 각 보험사가 구세대 계약 부담을 얼마나 빨리 낮출 수 있는지다. 실손보험은 지금도 국민 다수가 가입한 상품이지만, 상장 손보사 입장에서는 가격을 올려도 이익이 자동으로 회복되지 않는 저수익 포트폴리오에 가깝다. 향후 기업가치의 분기점은 보험료 추가 인상 여부보다 세대 전환 속도, 비급여 관리 실효성, 그리고 실손 적자를 다른 사업부문이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자료: 금융위원회, 의료체계 정상화와 국민 의료비 부담 완화를 위한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방안(2025.3.19); 금융위원회, ’24.7.1일부터 4세대 실손의료보험은 비급여 이용량에 따라 비급여 보험료가 할인 또는 할증됩니다(2024.6.7); 금융위원회, 5월 6일부터 치료비 부담이 큰 중증질환의 보장을 강화하고, 보험료는 낮춘 5세대 실손의료보험이 새롭게 출시·판매됩니다(2026.5.4);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2025년 실손의료보험 사업실적(잠정)(2026.6.4); 삼성화재, 주주환원(2026); DB손해보험, 경영현황(2026); DB손해보험, 2026년 1/4분기 DB손해보험 현황(2026.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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