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단가 인하 경쟁의 숨은 비용…CJ대한통운·한진 실적이 보여준 반전
택배 단가를 낮추면 물량이 늘고 회사 이익도 함께 늘 것이라는 통념은 최근 실적에서는 그대로 성립하지 않았다. 2026년 들어 CJ대한통운은 택배 물량을 크게 늘렸지만 서비스 고도화 투자로 택배 부문 이익이 줄었고, 한진은 회사 전체로는 매출 신기록을 냈지만 그 배경은 택배 단가 인하가 아니라 글로벌·항만 등 다른 사업의 기여가 더 컸다. 단가 경쟁의 비용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분류 인력, 배송시간, 자동화 투자, 현장 운영비 같은 다른 항목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 문제는 노동조건과도 곧바로 맞닿아 있다. 택배기사 과로 방지 대책과 생활물류서비스법이 분류작업 배제, 계약 보호, 표준계약서 보급의 틀을 만들었지만, 현장에서는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가 여전히 실적과 노동강도를 함께 흔드는 변수로 남아 있다. 단가를 내리면서도 서비스 수준을 유지하려면 결국 추가 인력이나 설비, 운영체계 개선이 필요하고, 그 부담을 기업이 흡수하느냐 현장에 전가하느냐에 따라 숫자의 의미가 달라진다.
물량은 늘었지만 이익은 줄었다…CJ대한통운의 2026년 2분기
CJ대한통운이 2026년 8월 11일 공시와 함께 낸 설명자료를 보면, 2026년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3조38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0.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016억원으로 11.9% 감소했다. 같은 기간 O-NE 택배 부문 매출은 9848억원으로 8.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409억원으로 10.7% 줄었다.
회사가 제시한 이유는 분명하다. 끊김 없는 배송과 당일·새벽 배송 확대, 허브터미널 탄력운영 등 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선제 투자 탓에 수익성이 압박받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같은 자료에서 O-NE 부문 총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12.1% 늘었고, 새벽·당일배송 물량은 65% 급증했다. 물량 확대가 곧바로 마진 개선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라, 더 촘촘한 배송 서비스와 처리능력 확보를 위한 비용이 먼저 반영된 셈이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회사가 동시에 상반기 운영 단위원가가 전년 동기 대비 2.2% 절감됐다고 밝힌 점이다. 이는 투자와 비용 증가가 전부 비효율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단가 경쟁 속에서도 자동화와 운영 고도화를 통해 장기적으로 원가를 낮추려는 시도가 진행 중이지만, 그 효과가 단기 손익계산서에서는 즉시 이익 증가로 보이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같은 회사의 2026년 2월 10일 발표 자료도 이 흐름을 뒷받침한다. CJ대한통운은 2025년 4분기 O-NE 부문 매출이 99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했다고 밝혔다. 당시 회사는 ‘매일오네’ 안착과 당일배송, 풀필먼트 연계 확대를 성장 배경으로 제시했다. 단가를 낮춰 단순 물량만 늘리는 전략보다, 배송 속도와 이커머스 연계 역량에 돈을 쓰는 전략이 실적 설명의 중심으로 이동한 것이다.
한진은 왜 매출이 늘었나…택배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회사 전체 실적
한진의 경우는 다른 반례를 보여준다. 한진 회사소개 자료에는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이 3조649억원으로 제시돼 있다. 또 회사가 투자정보 메뉴에 공개한 별도 기준 손익계산서를 보면 2025년 매출은 2조3895억원, 영업이익은 288억원으로 2024년의 121억원보다 개선됐다. 연결과 별도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숫자를 직접 겹쳐 읽어서는 안 되지만, 최소한 택배 단가만으로 회사 전체 수익 구조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은 분명해진다.
더 최근 흐름도 비슷하다. 한진 홈페이지에 공개된 2026년 10월 12일 실적 안내에 따르면, 한진은 2026년 3분기 매출 8898억원, 영업이익 326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회사가 내세운 배경은 글로벌과 항만 호조였다. 이는 택배 단가 인하 경쟁이 있더라도, 사업 포트폴리오가 넓은 회사는 항만하역·글로벌 물류·복합물류센터 운영에서 이를 상쇄하거나 보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독자 입장에서 더 중요한 결론은 따로 있다. 택배 단가 하락이 곧바로 물류사 이익 급증으로 연결된다고 보기 어렵고, 반대로 회사 실적이 개선됐다고 해서 그 과실이 택배 현장에 자동으로 돌아간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연결 실적의 상당 부분이 택배 밖 사업에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단가를 깎았는데도 회사가 벌었다’는 말은 어느 사업부에서 얼마를 벌었는지까지 나눠 봐야 성립한다.
숨은 비용은 사라지지 않았다…분류작업과 시간 압박의 이전
단가 경쟁의 숨은 비용은 이미 제도 개선 과정에서 드러난 바 있다. 국토교통부가 2022년 1월 발표한 택배 사회적합의 이행상황 1차 현장점검 결과를 보면, 전국 25개 점검지 가운데 분류인력이 모두 투입돼 택배기사가 완전히 분류작업에서 배제된 곳은 7곳, 비율로는 28%였다. 분류인력이 들어왔지만 기사가 일부 분류작업에 참여한 곳은 48%, 구인난 등으로 기사에게 별도 분류비용만 지급한 곳은 24%였다.
이 수치는 분류작업 문제가 ‘합의가 있었으니 끝난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기사에게서 분류작업을 떼어내려면 누군가 그 일을 해야 하고, 그만큼 인건비나 자동화 비용이 들어간다. 택배 단가를 낮춘 상태에서 이 비용까지 기업이 모두 흡수하지 못하면, 배송시간 압박이나 현장 편법 계약, 추가 업무 전가 같은 방식으로 다시 노동에 부담이 실릴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로 정부는 2026년 7월 표준계약서 취지의 우회 방지를 위한 택배 현장 편법 계약 실태 점검과 제도 보완 추진 방침을 밝혔다. 이는 제도가 이미 존재해도 실제 계약과 운영이 그 취지를 비껴갈 수 있다는 뜻이다. 비용 절감 압력이 커질수록 계약 구조와 현장 운영을 함께 보지 않으면, 공시 숫자만으로는 누가 비용을 떠안았는지 드러나지 않는다.
정책은 가격을 직접 정하지 않는다…보호 장치는 생겼지만 가격 바닥은 없다
현행 생활물류서비스법은 택배서비스종사자의 계약 보호 장치를 두고 있지만, 택배 단가 자체에 하한선을 두는 구조는 아니다. 2026년 8월 28일 시행 법률 기준으로 택배서비스 운송 위탁계약 해지에는 60일 이상의 유예기간과 서면 통지 의무가 규정돼 있고, 시행령은 표준계약서에 대가 지급 기준과 계약 갱신·해지 절차를 담도록 하고 있다. 제도는 가격 경쟁을 금지하기보다, 그 경쟁이 종사자 보호를 무너뜨리지 않도록 최소한의 룰을 두는 방식에 가깝다.
문제는 가격이 아니라 이행이다. 표준계약서, 분류인력 투입, 자동화 설비, 심야배송 제한 같은 장치를 지키려면 결국 비용이 든다. 단가 인하 경쟁이 계속되면 이 비용은 세 갈래 중 하나로 귀결된다. 기업이 마진을 줄이거나, 다른 사업에서 보전하거나, 혹은 현장 노동시간과 외주 구조를 통해 우회적으로 흡수하는 방식이다. 최근 실적을 보면 CJ대한통운은 첫 번째와 두 번째를 섞어 택한 흔적이 보이고, 한진은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충격을 흡수하는 쪽에 가깝다.
따라서 ‘택배 노동은 언제까지 열악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기업 분석의 언어로 바꾸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단가 경쟁은 값싼 배송의 혜택을 소비자에게 먼저 보여주지만, 그 비용은 장부에서 인건비·설비투자·운영비·이익률 하락 가운데 어딘가로 반드시 이동한다. 최근 공시와 회사 발표를 종합하면, 그 부담이 이미 기업 손익과 현장 노동조건 사이를 오가고 있다는 점은 확인된다. 남은 쟁점은 비용을 숨긴 채 단가만 낮추는 경쟁을 계속 허용할 것인지, 아니면 표준계약과 투자비용을 전제로 한 지속 가능한 가격 구조로 옮겨갈 것인지다.
자료: CJ대한통운, 2025년 4분기 영업익 1596억 ‘역대 최대’(2026.02.10); CJ대한통운, 2026년 2분기 매출 3조3800억·영업익 1016억 기록(2026.08.11); 국토교통부, 택배 사회적합의 이행상황 1차 현장점검 결과(2022.01.24); 국토교통부, 택배 현장 편법 계약 실태 점검 및 제도 보완 추진(2026.07.15); 국가법령정보센터,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시행령(2026.08.28 시행 기준); 한진, 회사소개·요약재무현황·주식정보(2026년 10월 열람); 한진, 2026년 3분기 역대 최대 매출 8898억원 공지(2026.10.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