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자재 난연성 강화의 기업 영향…LX하우시스·벽산 실적이 보여준 ‘비용’과 ‘반사이익의 한계’
건축물 화재 때 유독가스와 급속한 화염 확산 문제가 반복되자 외벽·내부 마감재의 난연 기준과 품질인정 절차는 계속 강화돼 왔다. 다만 이 변화가 곧바로 건자재 업체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현재 제도는 특정 용도·규모 건축물에 불연·준불연 또는 실물모형시험 기준을 요구하면서도, 실제 기업에는 제품 재설계와 시험성적 확보, 품질인정 유지, 현장별 적용 검토라는 비용을 먼저 안기고 있다.
상장사 실적도 같은 방향을 보여준다. LX하우시스의 2025년 연결 매출은 3조1787억원으로 전년 3조5720억원보다 줄었고, 영업이익은 974억원에서 131억원으로 급감했다. 벽산도 2025년 연결 매출이 6107억원으로 전년 6431억원보다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57억원에서 233억원으로 줄었다. 화재안전 규제가 강화됐더라도 건설 경기 둔화와 원가, 제품 믹스 변화가 더 큰 변수로 작동했다는 뜻이다.
규제는 넓어졌지만, 모든 자재에 같은 충격을 주는 것은 아니다
현행 건축법 시행령 제61조는 공동주택, 다중이용시설, 공장, 일정 규모 이상 건축물 등 내부 마감재 규제를 받는 대상을 정하고, 외벽 마감재의 경우에는 상업지역의 일정 규모 건축물, 의료·교육·노유자시설, 3층 이상 또는 높이 9미터 이상 건축물, 필로티 주차장 건축물, 공장 등에 방화 성능 요건을 두고 있다. 외벽 규제는 이미 2019년 11월 시행 확대 이후 적용 범위가 넓어졌고, 현재도 3층 이상 또는 높이 9미터 이상 건축물이 기본 축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시장이 단순히 ‘유기단열재 퇴출, 무기단열재 수혜’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규칙은 외벽 마감재를 원칙적으로 불연 또는 준불연으로 요구하면서도, 화재확산 방지구조 기준을 만족하면 난연재료 사용을 일부 허용한다. 공장처럼 구조상 불연·준불연·난연 단열재 사용이 곤란한 경우에는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쳐 예외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기업 영향은 제품이 어느 성능 등급을 가졌는지보다, 어떤 건물군에 어떤 시공 시스템으로 납품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같은 단열재 회사라도 공동주택 내단열, 외단열, 공장, 리모델링, 필로티 구조 대응 여부에 따라 수요가 달라진다.
비용의 핵심은 원재료보다 ‘인정 절차’와 ‘시스템 시험’
규제 강화가 기업 원가에 미치는 첫 번째 경로는 제품 자체다. 불연 성능을 노린 미네랄울·그라스울 계열, 준불연 성능을 맞춘 페놀폼 계열은 일반 유기단열재보다 설계와 생산 관리가 까다롭다. 여기에 외벽 마감재나 단열재가 둘 이상의 재료로 구성되면 개별 자재가 아니라 실제 시공과 유사한 전체 구성을 기준으로 실물모형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두 번째 경로는 품질인정 유지 비용이다. 건축법은 방화문, 복합자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건축자재에 대해 품질인정을 받도록 하고 있고, 관련 관리기준은 2022년 제정된 뒤 2025년 9월에도 개정됐다. 시험·검사 비용은 별도 고시에 따라 품질인정기관과 시험기관 협의를 거쳐 공고되는 구조다. 기업 입장에서는 단순한 1회성 시험비보다, 제품 변경 때마다 성적서와 인정 범위를 다시 관리해야 하는 부담이 더 크다.
세 번째는 현장 적용 비용이다. 같은 제품이라도 외벽 마감 조합이 달라지면 적용 가능한 건물군이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제조사는 제품 판매만이 아니라 설계사무소, 시공사, 감리와 함께 현장별 승인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 규제가 강화될수록 제조업과 기술영업, 인증 대응이 묶인 체계가 중요해지는 이유다.
LX하우시스는 준불연 PF보드로 대응했지만, 실적은 따로 움직였다
LX하우시스는 사업보고서에서 건축자재 부문의 주요 제품으로 창호, 바닥재, 벽지, 단열재 등을 제시하고, 건축법 규제 강화로 고성능·고효율 자재 수요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또 화재에 안전하고 단열 효과가 탁월한 PF단열재를 국내 최초 생산해 단열재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회사 제품 페이지를 보면 PF보드는 준불연 성능을 앞세우고 있고, 외벽 마감 시스템 실물모형시험 성적서를 2024년 11월 기준 16종 확보했다고 안내한다. 규제가 강화될수록 이런 제품군은 단순 단열 성능이 아니라 ‘법규 대응 가능한 시스템 자재’로 팔릴 가능성이 높다. 이는 가격 경쟁만으로 승부하던 범용 단열재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진입장벽을 만든다.
다만 반대편 숫자도 분명하다. LX하우시스의 2025년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모두 줄었다. 사업보고서에서도 건축자재 산업이 내수 중심이며 건축비 상승, 분양시장 위축의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고 적시했다. 규제 강화는 수요의 성격을 바꾸지만, 침체한 착공 시장 자체를 되살리지는 못한 셈이다.
벽산은 불연 미네랄울과 유기단열재를 함께 들고 가는 구조다
벽산은 규제 변화의 수혜와 부담이 함께 드러나는 사례다. 회사는 공식 제품 자료에서 미네랄울 외단열 시스템을 불연 단열재 기반 시스템으로 제시하고 있고, 화재확산 방지구조 시공 방식도 별도로 소개한다. 동시에 아이소핑크로 대표되는 XPS 유기질 단열재도 계속 판매하고 있다.
이는 시장 재편이 특정 소재의 일방적 승리로 끝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외벽 화재안전 규제가 강한 구간에서는 미네랄울 같은 불연 계열이 유리하지만, 다른 용도나 비용 민감도가 높은 현장에서는 유기단열재 수요가 남을 수 있다. 한 회사 안에서도 규제 대상 건물군과 비대상 건물군, 외단열과 내단열, 신축과 개보수에 따라 서로 다른 제품을 밀어야 하는 구조다.
벽산의 2025년 실적은 이런 복합성을 보여준다. 연결 매출은 전년보다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줄었다. 화재안전 제품 라인업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실적이 뛰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제품이 실제 착공 현장으로 연결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규제는 시장을 바꾸지만, 수익을 자동 보장하지는 않는다.
시장 재편의 승패는 ‘불연 여부’보다 ‘적용 가능한 포트폴리오’에 달렸다
건축자재 난연성 강화의 직접 효과는 두 갈래다. 하나는 저가 범용 자재만으로 대응하던 시장의 축소이고, 다른 하나는 시험성적서와 품질인정, 시공 시스템을 묶어 제안할 수 있는 업체의 협상력 강화다. 특히 외벽처럼 실제 화재확산 성능을 시스템 단위로 보는 영역에서는 제품 카탈로그보다 성적서와 시공 디테일이 더 중요한 경쟁력이 된다.
그렇다고 모든 규제가 대기업에만 유리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규격화된 불연 시스템을 먼저 확보한 중견업체가 특정 시장에서 유리할 수도 있고, 반대로 포트폴리오가 넓은 업체는 유기·무기, 내장·외장, B2B·B2C를 오가며 충격을 분산할 수도 있다. 결국 재편의 방향은 소재 한 종류가 아니라 인정 가능한 시스템 수, 현장 적용 범위, 건설 경기 회복 속도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시민 질문으로 돌아가면, 유독가스와 화재 확산 문제는 마감재 성능만의 문제가 아니라 건물 용도, 외벽 시스템, 시공 품질, 현장 관리가 겹친 결과다. 그래서 정책도 단순한 난연 자재 의무를 넘어 외벽 실물모형시험, 품질인정, 품질관리서 제출로 이동했다. 기업에는 비용이 커졌지만, 그 비용을 감당해 인증과 시스템을 확보한 업체만 다음 시장을 차지할 수 있는 구조가 더 분명해졌다고 볼 수 있다.
자료: 국가법령정보센터, 건축법 시행령 제61조(2026년 10월 6일 시행); 국가법령정보센터,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24조(2026년 10월 6일 시행); 국가법령정보센터, 건축자재등 품질인정 및 관리기준(국토교통부고시 제2025-508호, 2025년 9월 19일); 국가법령정보센터, 건축법 제52조의5·제52조의6; LX하우시스, 제17기 주주총회소집공고(2026년 3월 6일); LX하우시스, 단열재 PF보드 제품 안내; 벽산, 투자정보 재무정보; 벽산, 외벽단열시스템 및 단열재 제품 안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