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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청년 유출, 숫자보다 구조가 문제다…채용공고와 본사 집중이 만든 일자리 미스매치

경제

부산 청년이 해마다 2만명씩 고향을 떠난다는 말은 최근 공식 통계와는 다소 다르다. 동남지방데이터청의 2024년 연간 인구이동통계를 보면 지난해 부산의 전체 순유출은 1만3657명이었다. 이 가운데 청년층 유출이 핵심인 것은 맞지만, 규모를 그대로 2만명으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같은 기관의 ‘통계로 보는 동남권 청년의 삶 2025’에 따르면 2024년 부산의 청년 순유출은 7936명이었다. 문제의 본질은 숫자 하나보다, 부산 안에서 원하는 일자리와 실제 열리는 일자리의 간격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그 간격은 채용지표에서 더 또렷하게 드러난다. 한국고용정보원 고용행정통계의 2026년 8월 기준 부산 구인인원은 1만974명, 구직건수는 2만7914건이었다. 단순 비율로 계산하면 구직 1건당 구인 여건은 0.39 수준이다. 같은 달 울산은 0.42, 경남은 0.57이었고 서울은 0.47, 경기는 0.46이었다. 부산은 청년이 모여 사는 대도시이지만, 구직 수요를 흡수할 만한 채용 수요가 상대적으로 약했다는 뜻이다. 동남지방데이터청이 집계한 2024년 자료에서도 부산 청년의 주요 전출지는 경남, 서울, 경기 순이었다.

소득 격차도 청년 이동을 설명하는 단서다. 동남지방데이터청 자료를 보면 2023년 기준 부산 청년의 평균 소득은 2324만원으로 울산 2693만원, 경남 2578만원보다 낮았다. 부산은 서비스업과 소비시장이 큰 도시지만, 청년이 선호하는 고임금 본사 기능과 전문직 일자리의 밀도가 이웃 산업도시나 수도권보다 약하다는 신호로 읽힌다. 동남권에서 수도권으로 옮긴 이유 가운데 직업 비중이 48.2%로 가장 컸다는 2024년 연간 인구이동통계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채용공고가 적은 것이 아니라, 청년이 원하는 공고가 부족했다


부산의 일자리 문제를 단순히 ‘기업이 없다’로만 설명하면 핵심을 놓치기 쉽다. 제조 현장과 항만, 물류, 관광, 의료, 유통처럼 지역에 필요한 일자리는 계속 존재한다. 다만 대졸 청년이 찾는 기획, 재무, 법무, 데이터, 연구개발, 글로벌 영업 같은 본사형 직무는 수도권에 더 많이 집중돼 있다. 채용공고 숫자가 아예 비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공과 경력 설계에 맞는 일자리 조합이 부족하면 청년은 부산 안에서 취업하기보다 서울이나 경기, 혹은 경남 산업벨트로 이동하게 된다.

이 점에서 부산 청년 유출은 실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일자리 미스매치 문제에 가깝다. 부산 안의 구직자는 많고, 채용공고도 있지만 서로 맞물리는 비율이 낮다. 부산연구원이 제시한 분석에서도 지난 10년간 부산의 18~34세 청년은 연평균 7664명 순유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청년 유출이 일시적 충격이 아니라 구조적 흐름이라는 뜻이다.


본사 집중은 왜 청년 유출과 연결되나


본사 집중은 단순한 주소 문제를 넘어선다. 본사가 모여 있는 곳에는 전략, 투자, 회계, 법무, 인사, 정보기술, 연구개발, 대외협력 같은 고부가가치 사무직이 함께 붙는다. 이런 기능은 협력업체, 컨설팅, 회계법인, 법무법인, 스타트업과의 거래를 불러 지역 내 추가 고용을 만든다. 반대로 생산거점만 지방에 남고 본사 기능이 수도권에 있으면 지역에는 현장 일자리는 남아도 청년이 장기 경력을 쌓을 사다리가 얇아진다.

실제 상장사 본점 분포는 여전히 수도권 편중이 강하다. CEO스코어가 2026년 7월 말 기준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를 집계한 결과 수도권 본점 비중은 71.6%였다. 부산 비중은 2016년 말과 비교해 0.8%포인트 낮아졌다. 부산에서 청년 유출을 줄이려면 단순 공장 유치보다 본사와 본사 기능, 혹은 그에 준하는 지역 의사결정 조직을 늘리는 쪽이 효과가 클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BNK와 HMM이 보여준 두 가지 반례


그렇다고 본사가 모두 서울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BNK금융지주는 본점을 부산 남구 문현금융로에 두고 있고, 2025년 연결 당기순이익 8150억원을 냈다. 2026년 상반기에도 연결 당기순이익 4118억원을 기록했다. 지역 본사가 실적과 자본조달, 조직 운영을 함께 끌고 갈 수 있다는 사례다. 다만 금융 본사 한 곳이 지역 청년층의 직무 수요를 모두 흡수할 수는 없다. 금융은 지역경제의 버팀목이 될 수 있지만, 청년 유출을 되돌리려면 산업과 직무 구성이 더 넓어져야 한다는 한계도 동시에 보여준다.

HMM은 또 다른 시험대다. 회사는 2026년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안을 통과시켰고, 이후 본점 소재지를 부산으로 옮기는 절차를 밟았다. 10월에는 부산에서 본사 업무를 시작하며 120명이 근무에 들어갔다. 다만 이 사례는 본점 주소 변경이 곧바로 대규모 청년 채용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보여준다. 본사 이전은 상징성이 크지만, 실제 지역 고용 효과는 어느 조직이 얼마나 옮겨오고 협력 생태계가 얼마나 따라붙는지에 따라 갈린다.


정책 평가는 ‘지정’보다 ‘이행’으로 봐야 한다


부산은 이미 본사와 투자 유치를 겨냥한 제도 실험에 들어가 있다. 부산의 금융 기회발전특구는 2024년 6월 지정됐고, 2026년 2월에는 북구 등 추가 구역이 더해졌다. 제도 설계상으로는 세제와 재정 지원을 통해 기업 투자와 이전을 유도하는 장치다. 그러나 지정 자체가 청년 유출 해법은 아니다. 실제 판단 기준은 투자 의향이 아니라 투자 집행, 본사 기능 이전, 신규 채용, 그리고 부산 안에서 청년이 오래 일할 수 있는 직무가 늘어났는지다.

결국 부산 청년이 떠나는 이유를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일자리가 없어서’보다는 ‘원하는 경력의 일자리가 부산에 덜 모여 있어서’에 가깝다. 최근 공식 통계는 ‘매년 2만명 청년 유출’이라는 표현을 그대로 뒷받침하지는 않지만, 청년 순유출이 구조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부산의 해법도 청년정책 일반론보다 채용공고의 질, 본사 기능의 집적, 지역 안에서의 소득과 승진 경로를 늘리는 산업정책에 더 가까워 보인다.

자료: 동남지방데이터청, 2024년 연간 동남권 인구이동통계(2025.02.11); 동남지방데이터청, 통계로 보는 동남권 청년의 삶 2025(2025.10.29); 한국고용정보원, 고용행정통계 2026년 8월 지역별 구인·구직 현황; 부산연구원, 부산 청년인구 유출입 특성과 청년인구 유지 방안; BNK금융그룹, 2025년 실적 보도자료(2026.02.06) 및 2026년 상반기 실적 보도자료(2026.07.28); BNK금융지주, 사무소 현황(2025.12.31 기준); HMM, 주주총회 안건 결과 공시(2026.03.26) 및 2026년 상반기 실적 발표; 산업통상자원부, 기회발전특구 지정 관련 보도자료(2024.06.20, 2026.02.05); CEO스코어, 상장사 본점 소재지 분석(202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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