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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일자리를 없애는가 새로 만드는가…2013년 MIT 연구자의 경고를 2026년 고용통계로 재검증

미분류

앤드루 맥아피의 TED 명강연에서 시작된 질문…ILO “세계 일자리 25% 생성형 AI에 노출”, OECD는 청년층 고용 변화 경고

기계가 인간보다 빠르게 일할 수 있다면 인간의 일자리는 어떻게 될까. 기술 발전은 오랫동안 생산성을 높이고 경제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기업이 더 적은 인력으로 같은 상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되면 노동자의 고용은 위협받을 수 있다. 생산성의 향상과 일자리의 증가는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문제는 인공지능이 등장한 이후에 처음 제기된 것이 아니다. 산업혁명 시대의 기계화부터 컴퓨터의 보급과 인터넷의 확산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기술은 기존 직업을 바꾸고 일부 업무를 대체해 왔다. 동시에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산업과 직업이 등장했다. 기술이 노동을 줄이는 힘과 새로운 노동 수요를 만들어내는 힘은 오랫동안 함께 작용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의 연구자 앤드루 맥아피(Andrew McAfee)는 2013년 TED 강연 ‘What Will Future Jobs Look Like?’에서 이러한 관계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컴퓨터와 로봇이 과거에는 인간만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작업까지 처리하기 시작하면서 노동시장이 이전과 다른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시 그의 관심은 단순히 기계가 인간의 일을 대신하는 상황에 머물지 않았다. 기술이 경제 전체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면서도 그 성과가 모든 노동자에게 동일하게 돌아가지 않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생산성은 높아지는데 일부 노동자의 임금과 고용 기회가 정체되는 현상에 주목한 것이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2026년, 인간의 노동을 둘러싼 환경은 다시 크게 달라졌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문서를 작성하고 코드를 생성하며 정보를 분석한다. 과거에는 전문적인 사무직 업무로 분류됐던 작업 일부까지 자동화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고용통계는 기술이 모든 일자리를 빠르게 없애고 있다는 단순한 주장을 뒷받침하지 않는다. 국제노동기구(ILO)의 2026년 전망에 따르면 세계 실업률은 4.9%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됐다. OECD의 한국 노동시장 연구 역시 아직 AI가 전체 일자리 수를 줄였다는 명확한 증거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직업별 차이는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2026년 OECD 고용전망은 생성형 AI에 많이 노출된 일부 직업에서 청년층의 고용이 상대적으로 감소했다는 연구를 소개했다. IMF도 AI와 관련된 새로운 기술 수요가 노동시장 내부의 격차를 확대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제 질문을 더욱 구체화해야 한다. 기술이 일자리를 없애는가, 아니면 새로 만드는가라는 질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어떤 업무가 줄어들고, 어떤 업무가 확대되며, 그 과정에서 누가 새로운 기회를 얻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2013년 맥아피는 왜 로봇보다 노동시장의 변화를 걱정했나


맥아피가 TED 무대에 올랐던 2013년은 스마트폰과 인터넷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되고 산업 현장에 자동화 기술이 도입되던 시기였다. 기업은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업무를 효율화하고 있었고, 물류와 제조업에서는 로봇의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었다.

그는 강연에서 자율주행 자동차와 고객 상담을 수행하는 컴퓨터, 창고에서 상품을 운반하는 로봇 등을 미래 노동시장의 변화 사례로 제시했다. 이러한 기술이 발전하면 운전과 상담, 물류 등 기존의 직업에서 인간이 수행하는 업무가 줄어들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당시 제시된 기술적 가능성을 실제 고용의 변화와 동일하게 보아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기술이 상당한 발전을 이루었다고 해서 모든 운전직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도로 환경과 안전 규제, 보험과 책임 문제, 운영비용 등이 상용화의 속도에 영향을 미친다.

고객 상담도 마찬가지다. 자동응답 시스템이 단순한 문의를 처리할 수 있지만 복잡한 분쟁과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사람의 판단이 필요할 수 있다.

맥아피의 강연을 평가하려면 그가 언급한 개별 기술의 예측이 모두 실현됐는지보다 어떤 경제적 문제를 제기했는지 살펴보는 편이 중요하다.

그는 기술이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노동시장 내부의 격차를 확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사람은 더 많은 기회를 얻는 반면, 자동화하기 쉬운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은 고용과 소득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강연에서는 서로 다른 교육과 직업적 배경을 가진 노동자들의 경제적 전망을 대비하는 방식으로 이러한 문제를 설명했다.

하지만 교육 수준에 따라 모든 사람의 미래가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이후 생성형 AI의 발전은 고학력 전문직에서도 자동화 가능한 작업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2013년의 문제의식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자동화 위험이 집중되는 직업의 범위는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기술이 노동자를 줄여도 경제 전체의 일자리가 반드시 감소하지 않는 이유


기술과 고용의 관계를 이해하려면 기업 내부의 변화와 경제 전체의 변화를 구분해야 한다.

어떤 제조기업이 자동화 설비를 도입해 기존 노동자 100명이 수행하던 작업을 70명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고 가정해 보자. 생산량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해당 업무에 필요한 인력은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자동화로 생산비용이 낮아지고 상품 가격이 내려가면서 판매량이 증가한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기업이 생산을 확대하면 다른 공정과 물류, 영업 등에서 노동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자동화 설비를 제조하고 유지·관리하는 산업에서 추가적인 고용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경제학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기술의 노동 대체 효과와 이를 상쇄할 수 있는 생산 확대·수요 증가 효과 등으로 설명한다.

중요한 것은 두 효과가 언제나 같은 크기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동화로 절감한 비용이 상품 가격 인하와 투자 확대에 사용된다면 경제 전체의 수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면 생산성 향상으로 발생한 이익이 특정 기업과 자본 소유자에게 집중되고 새로운 수요가 충분히 발생하지 않는다면 고용 확대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기업의 생산성이 높아졌다는 사실만으로 사회 전체의 일자리가 늘어났다고 판단할 수 없는 이유다.

또한 기술의 효과가 발생하는 시점도 다르다.

기존 업무의 자동화는 비교적 빠르게 진행되더라도 새로운 산업과 직업이 성장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기술을 배워야 하는 노동자에게는 이 시차가 중요한 문제가 된다.

장기적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진다고 해도 현재의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자동으로 그 일자리를 얻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직무에 필요한 역량과 지역, 임금 수준이 이전 직업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술 발전이 전체 고용을 유지한다는 사실과 개별 노동자가 고용 불안을 경험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전혀 다르다.


세계 실업률 4.9%가 AI의 고용 충격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2026년 국제노동기구는 ‘Employment and Social Trends 2026’ 보고서에서 세계 실업률이 4.9%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수치는 세계 노동시장이 기술 발전으로 인해 전면적인 고용 붕괴를 경험하고 있다는 주장과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실업률만으로 노동시장의 상태를 충분히 평가할 수도 없다.

ILO는 같은 보고서에서 2026년 전 세계의 일자리 격차(Jobs Gap)가 약 4억8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일자리 격차는 공식 실업자만이 아니라 유급 노동을 원하지만 노동시장에 충분히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까지 고려하는 더 넓은 개념이다.

공식 실업률이 안정적이더라도 사람들이 원하는 수준의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문제가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고용의 양과 질을 구분해야 한다.

취업자 수가 유지되더라도 임금이 정체되거나 근로시간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안정적인 상용직이 줄고 소득 변동성이 큰 노동형태가 확대된다면 노동시장은 다른 문제를 경험할 수 있다.

AI가 특정 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일부 근로자의 업무강도와 관리 방식을 바꿀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이러한 변화를 모두 AI의 결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노동시장은 경기 변동과 인구구조, 산업정책, 국제무역, 금리, 기업 투자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기술 변화가 발생한 시기에 실업률이 상승하거나 하락했다고 해서 그 원인을 자동으로 특정 기술에 돌릴 수는 없다.

기술이 실제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려면 업종별·직업별 자료를 비교하고 다른 경제적 요인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세계 일자리의 25%가 AI에 노출된다는 말의 정확한 의미


2025년 ILO와 폴란드 국립연구기관 NASK는 생성형 AI가 전 세계 직업에 미칠 잠재적인 영향을 분석한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약 3만 개의 직무 과제를 바탕으로 작업의 자동화 가능성을 평가하고, 전문가의 판단과 AI 모델의 분석을 결합했다.

그 결과 세계 노동자의 약 25%가 생성형 AI에 어느 정도 노출된 직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이 수치를 세계 일자리의 4분의 1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ILO가 측정한 것은 직업의 소멸 가능성을 직접 예측한 수치가 아니라 해당 직업에 포함된 작업이 생성형 AI의 영향을 받을 잠재적인 정도다.

특히 전체 고용 가운데 가장 높은 노출 등급에 해당하는 비율은 약 3.3%로 추정됐다.

직업에 AI가 수행할 수 있는 작업이 포함돼 있더라도 나머지 업무에는 사람의 판단이나 감독, 대면 활동이 필요할 수 있다. 따라서 AI에 대한 노출이 곧 직업 전체의 대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ILO는 대다수 직업이 완전히 없어지기보다 수행하는 업무와 일하는 방식이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이 분석은 기술에 관한 뉴스에서 자주 혼동되는 두 가지 개념을 구분하도록 한다.

하나는 어떤 기술이 특정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가라는 기술적 가능성이다. 다른 하나는 기업이 실제로 그 기술을 도입해 사람을 대체하는가라는 경제적 결과다.

기업이 자동화를 도입할지는 비용과 정확성, 법적 책임, 고객의 요구, 조직의 운영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기술적으로 가능한 일과 경제적으로 실행되는 일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


사무직이 제조업보다 더 많은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과거의 자동화는 공장과 물류센터에서 이루어지는 반복적인 육체노동을 대체하는 모습으로 자주 설명됐다. 기계가 상품을 조립하고 운반하면서 사람의 업무를 줄이는 방식이다.

그러나 생성형 AI는 다른 종류의 노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문서 작성과 번역, 자료 요약, 프로그래밍, 기초적인 분석처럼 정보처리가 중요한 업무에서도 AI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5년 ILO 연구에서는 사무지원직의 생성형 AI 노출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기술을 많이 사용하는 전문직과 기술직 가운데 일부에서도 노출이 확대되는 경향이 관찰됐다.

이는 고학력 직업이 자동화에서 안전하다는 단순한 가정이 성립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직업 전체가 아니라 실제 수행하는 업무를 구분해야 한다.

법률 분야를 예로 들면 계약서 초안을 작성하거나 관련 판례를 검색하는 업무에는 AI를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복잡한 분쟁의 전략을 수립하고 의뢰인에게 법률적 책임을 지는 업무는 다른 특성을 가진다.

언론에서도 자료를 요약하거나 표준화된 문서를 작성하는 작업과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취재원을 설득하며 보도의 책임을 판단하는 업무는 구분된다.

의료 분야 역시 기록 정리와 정보 검색에 AI를 활용할 수 있지만 환자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치료의 책임을 부담하는 과정에는 전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이처럼 직업은 여러 작업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기술이 특정한 작업을 자동화하면 직업 전체가 없어질 수도 있지만 업무 구성만 달라질 수도 있다. 일부 분야에서는 사람이 더 복잡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역할이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향후 고용 변화를 이해하려면 직업명만 살펴보기보다 그 직업을 구성하는 작업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분석해야 한다.


OECD는 왜 청년층의 일자리 감소 가능성을 주목했나


기술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때 평균적인 취업자 수보다 먼저 살펴봐야 할 집단이 있다. 노동시장에 처음 진입하는 청년층이다.

기업이 자동화 기술을 도입하면 기존 근로자의 업무를 지원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고, 새로운 직원을 채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두 경우 모두 기술 활용이 확대되지만 고용통계에 나타나는 변화는 다르다.

기존 직원을 유지하면서 업무 효율을 높이는 경우에는 취업자 수가 크게 변하지 않을 수 있다. 반면 신규 채용을 줄이면 이미 고용된 근로자보다 노동시장 진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영향이 집중될 수 있다.

2026년 OECD 고용전망은 이러한 문제를 다뤘다.

OECD는 생성형 AI에 대한 노출이 높은 일부 직업에서 경력 초기의 젊은 노동자 고용이 상대적으로 감소했다는 2025년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전체 고용이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특정 직업의 청년층 고용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결과를 AI가 모든 청년 일자리를 줄였다는 증거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연구 대상과 기간, 직업별 AI 노출 수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신규 채용의 변화에는 경기와 산업별 투자, 기업의 인력 운영 전략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럼에도 청년층 고용을 별도로 살펴봐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중요하다.

초급 업무는 신입사원이 직무 경험을 쌓는 과정이기도 하다. 기업이 이러한 업무를 자동화하면서 신규 채용을 줄인다면 장기적으로 숙련된 인력을 어떻게 양성할 것인지 새로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기업이 현재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초급 업무를 줄이는 선택이 미래의 전문인력 공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경우 교육과 인사관리의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기존처럼 단순한 업무부터 담당하면서 경험을 축적하는 경로가 줄어든다면 AI를 활용하면서 복잡한 문제를 배우는 새로운 훈련체계가 필요할 수 있다.


생산성이 높아졌는데 노동자의 임금이 오르지 않는다면


맥아피의 강연에서 오늘날에도 중요한 부분은 기술이 만들어낸 경제적 성과를 누가 가져가는가라는 질문이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면 기업의 생산성이 높아질 수 있다.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고, 일부 비용도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생산성이 증가했다고 해서 모든 노동자의 임금이 같은 비율로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생산성 증가로 얻은 이익은 임금과 기업의 이윤, 상품 가격의 변화, 투자 확대 등 다양한 경로로 배분될 수 있다.

기업의 시장 지배력과 노동자의 협상력, 산업별 경쟁 상황에 따라 성과의 분배는 달라질 수 있다.

IMF는 2024년 AI와 노동시장에 관한 분석에서 인공지능이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을 확대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노동자는 생산성이 높아지고 임금 상승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반면 자동화로 대체하기 쉬운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는 임금과 고용에서 불리한 압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고소득 노동자에게 AI가 생산성을 높이는 보완재로 작용한다면 노동소득의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러한 결과는 기술의 특성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노동시장의 제도와 교육 기회, 기업의 경쟁 환경, 기술의 보급 비용에 따라 변화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기술 발전이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높였는지 평가하는 것과 그 성과가 노동자에게 어떻게 분배됐는지 평가하는 일은 구분해야 한다.

생산성 향상을 곧바로 국민 전체의 생활 수준 개선과 동일시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한국에서도 AI의 영향은 모든 산업에서 같지 않다


한국은 제조업의 비중이 크고 디지털 인프라가 발달한 경제다. 산업용 로봇과 정보통신 기술의 활용이 활발하며 생성형 AI도 기업과 개인의 업무에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그러나 산업구조가 다양하기 때문에 AI의 영향 역시 업종별로 달라질 수 있다.

제조업에서는 생산설비의 자동화와 공정관리, 품질검사 분야에서 기술의 역할이 확대될 수 있다. 반면 금융과 정보통신, 전문서비스업에서는 문서와 데이터를 처리하는 업무에 생성형 AI가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의료와 돌봄처럼 대면 서비스가 중요한 산업에서는 AI가 일부 기록과 분석 업무를 지원하더라도 실제 현장의 인력 수요는 인구구조와 제도, 서비스의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OECD가 발표한 ‘Artificial Intelligence and the Labour Market in Korea’는 이러한 문제를 한국 노동시장의 관점에서 검토했다.

보고서는 AI의 영향이 아직 전체 고용 규모에서 뚜렷한 감소로 확인되지는 않지만 직업과 노동자 집단에 따라 위험과 기회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AI는 과거 자동화와 달리 비반복적인 인지 업무에서도 상당한 발전을 이루고 있어 전문직과 사무직의 업무구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의 고용을 분석할 때는 인구구조 변화도 중요한 변수다.

저출생과 고령화는 노동 공급과 산업별 인력 수요에 영향을 미친다. 일부 산업에서 취업자 수가 줄어들더라도 원인이 기술적 자동화인지, 생산가능인구의 변화인지, 산업 경기의 악화인지 구분해야 한다.

기술 발전과 인구 감소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는 자동화가 인력 부족을 완화하는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산업 전환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노동자는 기술 도입으로 인한 어려움을 경험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의 AI 고용정책은 전체 일자리가 몇 개 사라질 것인가라는 질문보다 어떤 산업에서 어떤 역량의 수요가 변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개발도상국은 AI의 위협보다 기회를 더 적게 얻을 수도 있다


기술 발전의 영향은 국가의 소득 수준과 산업구조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2025년 ILO 연구에 따르면 생성형 AI에 노출된 직업의 비율은 저소득 국가에서 약 11%, 고소득 국가에서는 약 34%로 추정됐다.

이는 고소득 국가가 생성형 AI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뜻이다. 사무직과 전문직, 디지털 기반 업무의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출 수준이 낮은 국가가 반드시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력과 통신망, 디지털 장비, 전문인력 등 여러 조건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반이 부족하면 기술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편익도 제한될 수 있다.

2026년 ILO와 세계은행의 공동 연구는 이러한 차이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135개 국가의 노동시장을 검토하면서 개발도상국이 선진국보다 자동화에 대한 노출은 낮더라도 기술을 활용해 업무를 보완할 잠재력은 상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디지털 인프라와 직무 환경의 차이 때문에 생산성 개선의 편익을 충분히 얻지 못할 위험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기술의 충격은 경험하지만 그에 따른 생산성 향상은 충분히 얻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AI 시대의 국가 간 경쟁력은 단순히 어떤 기술을 개발했는지뿐 아니라 기업과 노동자가 해당 기술을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얼마나 확보했는지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노동시장의 미래를 이해하려면 기술 발전의 속도와 함께 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조건의 차이도 살펴봐야 한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노동자의 임금이 더 높은 이유


기술 발전이 일자리를 대체하는 동시에 새로운 노동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은 최근의 채용 자료에서도 나타난다.

2026년 IMF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수요와 노동시장 변화를 분석한 자료를 발표했다.

연구에서는 미국과 영국의 채용공고에서 새로운 역량을 요구하는 직무가 더 높은 임금과 관련되는 경향이 관찰됐다.

새로운 기술을 요구하는 채용공고는 그렇지 않은 공고보다 약 3% 높은 임금을 제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여러 새로운 역량을 동시에 요구하는 경우에는 임금 차이가 더 커질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임금 차이를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만 하면 누구나 임금이 일정 비율로 오른다는 뜻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새로운 역량을 요구하는 직무가 원래 더 높은 전문성과 책임을 필요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과 지역, 직무의 특성도 임금 수준에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이 자료는 노동시장에서 요구되는 역량이 변화하고 있다는 중요한 신호를 제공한다.

기업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면 해당 기술을 운영하고 평가하며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사람의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

기존의 노동 수요가 줄어드는 영역과 새로운 노동 수요가 형성되는 영역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그 변화의 속도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데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 기존 노동자가 얼마나 쉽게 새로운 직무로 이동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특히 중장년층과 기술 접근성이 낮은 노동자는 새로운 일자리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

따라서 직업훈련 정책은 단순히 AI 사용법을 교육하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실제 산업에서 어떤 업무가 변화하고 있는지 분석하고, 기존의 경력을 활용해 다른 직무로 이동할 수 있는 경로를 마련해야 한다.


기업은 같은 일을 더 적은 인원으로 할 것인가, 더 많은 일을 할 것인가


기술 발전과 고용의 관계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 가운데 하나는 기업이 생산성 향상을 어떻게 활용하는가라는 문제다.

AI를 도입한 기업은 기존 업무를 더 적은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이때 기업은 인건비를 절감하는 전략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선택도 가능하다.

기존 직원의 업무시간을 줄이는 대신 새로운 고객과 시장을 확보하는 데 자원을 투입할 수 있다. 이전에는 비용 때문에 제공하지 못했던 서비스를 새롭게 개발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기업의 고객 상담 업무 가운데 반복적인 문의를 AI가 처리하게 됐다고 가정해 보자.

기업은 상담 인력을 줄일 수도 있지만 기존 상담 인력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고객 서비스를 개선하도록 업무를 재편할 수도 있다.

두 방식 모두 기술을 도입한 결과지만 고용과 서비스 품질에 미치는 영향은 다를 수 있다.

여기에서 기업의 전략과 시장 환경이 중요해진다.

상품과 서비스의 수요가 확대될 수 있는 산업에서는 기술로 확보한 생산성을 새로운 사업에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시장 규모가 정체된 산업에서는 자동화가 인력 감축으로 연결될 압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

노동자에게 필요한 역량 역시 달라진다.

반복적인 업무를 빠르게 처리하는 능력보다 기술을 활용해 업무 전체를 개선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능력이 중요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모든 근로자의 노동조건을 자동으로 개선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AI를 이용해 직원의 업무를 더욱 세밀하게 감시하거나 짧은 시간에 더 많은 업무를 수행하도록 요구한다면 생산성 향상이 노동강도의 증가로 이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AI 도입의 효과는 인건비 절감이나 생산량 증가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기업의 생산성과 근로자의 임금, 업무의 질, 고객이 얻는 편익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AI 시대의 교육은 사라질 직업을 예측하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기술이 발전할 때마다 미래에 유망한 직업을 예측하는 목록이 등장한다.

어떤 직업은 사라질 것이고 다른 직업은 성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전망은 교육과 진로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특정 직업의 장기적인 존속 여부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다.

기술의 발전 속도와 기업의 도입 비용, 제도적 변화, 새로운 소비자 수요를 모두 예측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같은 직업이라도 실제 수행하는 업무는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질 수 있다.

회계와 법률, 의료, 언론처럼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직업에서도 기술이 일부 업무를 변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해당 분야의 모든 업무가 동시에 사라진다는 의미가 아니다.

따라서 교육은 현재의 직업 목록에만 대응하기보다 변화하는 업무를 이해하고 새로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될 필요가 있다.

기초적인 읽기와 쓰기, 수리 능력은 여전히 중요하다. 기술의 결과를 검증하고 문제를 구조화하며 다른 사람과 협력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특히 생성형 AI가 그럴듯한 답을 제시할 수 있다는 사실은 결과의 정확성을 확인하는 능력을 더욱 중요하게 만든다.

AI가 작성한 문서와 분석 결과를 사용할 수 있더라도 그것이 사실에 부합하는지 판단하지 못하면 업무의 품질을 보장하기 어렵다.

기술을 활용하는 능력과 기술을 평가하는 능력이 함께 필요하다는 뜻이다.

교육정책도 학교에서의 일회성 학습만으로 끝나기 어렵다.

노동자는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여러 차례 기술적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 이에 대응하려면 재직자와 실직자 모두가 새로운 역량을 습득할 수 있는 평생교육과 직업훈련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다만 노동자에게 계속 공부하라는 요구만으로 기술 전환의 부담을 해결할 수는 없다.

교육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 실제 취업으로 연결되는 경로까지 마련돼야 학습의 효과가 노동시장에서 실현될 수 있다.


2013년의 경고는 틀렸는가, 아니면 질문이 더 중요해졌는가


앤드루 맥아피는 2013년 TED 강연에서 기술이 기존 노동의 상당 부분을 변화시키고 노동시장 내부의 격차를 확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현재, 모든 인간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상황은 나타나지 않았다. 국제적인 실업통계만으로 기술이 대규모 고용 붕괴를 초래했다고 판단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그의 문제의식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ILO의 2025년 연구는 세계 노동자의 약 4분의 1이 생성형 AI에 어느 정도 노출된 직업에 종사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IMF는 AI의 영향을 받는 노동자의 규모가 크며 생산성과 임금, 고용에 서로 다른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26년 OECD 연구에서는 AI에 많이 노출된 일부 직업에서 청년층의 고용이 상대적으로 약화됐다는 초기 증거도 검토됐다.

이는 기술 발전이 경제 전체에 이익을 가져오더라도 그 과정에서 모든 노동자가 동일한 성과를 얻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따라서 기술이 일자리를 없애는가 새로 만드는가라는 질문에 하나의 숫자로 답하기는 어렵다.

기술은 특정 업무를 대체할 수 있고 다른 업무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의 등장으로 노동 수요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러한 효과는 동시에 나타날 수 있으며 산업과 직업, 국가, 노동자 집단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기존 업무에서 밀려난 노동자가 새로운 일자리로 얼마나 쉽게 이동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새로운 산업이 성장하더라도 그 산업이 요구하는 역량을 갖추기 어렵다면 일부 노동자는 장기간 불리한 위치에 머물 수 있다.

여기에서 기술정책과 고용정책의 목표도 분명해진다.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의 도입을 무조건 제한하는 것이 해답은 아니다. 그러나 기술이 만들어내는 성과가 노동자에게 자동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가정해서도 안 된다.

기업은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어떤 업무를 확대할 것인지 검토해야 한다. 정부는 변화하는 직업 구조를 분석하고 노동자의 이동과 재교육을 지원해야 한다.

교육기관은 현재 존재하는 직업뿐 아니라 앞으로 변화할 업무에 필요한 역량을 가르쳐야 한다.

무엇보다 고용통계를 살펴보는 방식부터 달라질 필요가 있다.

전체 취업자 수가 유지된다는 사실만으로 기술 전환이 성공했다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 청년층의 신규 채용과 중장년층의 직업 이동, 임금의 변화, 업무의 질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함께 확인해야 한다.

반대로 일부 기업에서 인력을 감축했다는 사실만으로 경제 전체의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

맥아피의 강연이 남긴 질문은 기술이 인간보다 뛰어난 능력을 갖게 될 것인지에 관한 것만이 아니었다.

기술이 경제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 때 그 사회에서 인간의 노동은 어떤 가치를 인정받을 것인지에 관한 질문이기도 했다.

2026년의 고용통계는 그 질문에 아직 최종적인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 가지 방향은 분명하게 보여준다.

기술 발전의 결과는 기술 자체에 의해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기업이 기술을 어떻게 도입하고, 사회가 노동자의 이동을 어떻게 지원하며, 생산성 향상의 성과를 어떻게 배분하는지가 함께 작용한다.

AI가 수행할 수 있는 작업은 계속 확대될 수 있다. 하지만 AI가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는 것과 인간에게 필요한 일자리가 같은 속도로 줄어드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새로운 기술이 인간을 얼마나 많이 대체하는지를 두려워하는 일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기술이 만들어낸 생산성을 어떤 새로운 일과 산업으로 연결할 것인지, 그 과정에서 소외되는 노동자를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기술이 일자리를 없앨 것인지 새로 만들 것인지는 기술의 성능만으로 완성되는 예측이 아니다.

그것은 기업과 정부, 노동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경제적 결과다.

2013년 맥아피의 경고를 2026년에 다시 살펴봐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래의 일자리를 결정하는 것은 기계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만이 아니다.

그 기계를 활용해 인간에게 어떤 경제를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자료: Andrew McAfee, ‘What Will Future Jobs Look Like?’, TED2013(2013); 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Generative AI and Jobs: A Refined Global Index of Occupational Exposure’(2025); 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Employment and Social Trends 2026’(2026); 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World Bank, ‘Disruption without Dividend? How the Digital Divide and Task Differences Split GenAI’s Global Impact’(2026); OECD, ‘OECD Employment Outlook 2026’(2026); OECD, ‘Artificial Intelligence and the Labour Market in Korea’(2025); International Monetary Fund, ‘New Skills and AI Are Reshaping the Future of Work’(2026); International Monetary Fund, ‘Gen-AI: Artificial Intelligence and the Future of Work’(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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