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한·하나·우리, 돈은 잘 버는데 왜 저평가가 안 풀릴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은행주는 국내 증시에서 대표적인 ‘저평가주’로 통했다. 매년 수조원의 이익을 내면서도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장기간 0.3~0.5배 수준에 머물렀고,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은행주는 아무리 돈을 벌어도 제값을 받지 못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2026년에는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졌다. 금융지주들이 역대 최대 수준의 이익을 내는 동시에 현금배당을 확대하고 자사주를 사서 소각하기 시작하면서 시장이 은행주에 적용했던 할인율도 빠르게 낮아졌다. 올해 2월 KB금융은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처음으로 PBR 1배를 넘어섰고, 신한금융과 하나금융, 우리금융 역시 과거보다 높은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따라서 지금 은행주를 볼 때 “PBR이 낮으니 싸다”는 논리만으로 접근하기는 어렵다. 같은 금융업 안에서도 자기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해 이익을 내는지, 충분한 자본을 쌓은 뒤 그 가운데 얼마를 배당과 자사주 소각으로 돌려주는지에 따라 기업가치의 차이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주의 다음 승부는 저평가 탈출 자체가 아니라 높아진 주가를 다시 정당화할 수 있는 수익성과 주주환원의 지속성에 가까워지고 있다.
4대 금융지주, 상반기에만 순이익 11조원 넘겼다
올해 금융지주 실적은 여전히 강하다. 2026년 상반기 기준 KB금융은 3조8846억원, 신한금융은 3조4427억원, 하나금융은 2조4029억원, 우리금융은 1조609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KB·신한·하나금융은 반기 기준 최대 실적을 새로 썼고, 우리금융도 2분기 순이익이 1조원을 넘어 분기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과거 은행주의 약점 가운데 하나는 이익의 상당 부분이 금리와 대출 증가에 의존한다는 것이었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순이자마진(NIM)이 떨어지고, 경기가 악화되면 대손충당금이 늘어나면서 이익이 쉽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늘 따라다녔다.
최근에는 이 구조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우리금융은 상반기 이자이익이 4조659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 이상 늘었고 비은행 이익 비중도 22%를 넘어섰다. 신한금융 역시 2분기 비이자이익 증가를 바탕으로 분기 순이익 1조8201억원, ROE 12.4%를 기록했다.
은행주 재평가가 단순히 고금리 덕분만은 아니라는 의미다.
은행주에서 PBR만 보면 절반만 보는 이유
은행주를 이야기할 때 가장 자주 등장하는 지표는 PBR이다. PBR 1배는 시장이 회사의 순자산과 기업가치를 대략 같은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이고, 0.5배라면 장부상 순자산 1만원을 시장에서는 5000원 정도로 평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PBR이 낮다고 해서 자동으로 저평가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자기자본으로 충분한 수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이라면 장부가치보다 낮은 가격을 받는 것이 시장 입장에서는 합리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은행주에서는 PBR과 함께 자기자본이익률인 ROE를 봐야 한다.
가령 자기자본 100조원을 가진 금융회사가 5조원을 번다면 ROE는 대략 5%지만 같은 자본으로 12조원을 벌면 12%가 된다. 후자의 금융회사가 더 높은 PBR을 받는 것이 자연스럽다.
2026년 상반기 기준 신한금융의 ROE는 12.4%, 하나금융은 10.62%를 기록했고, KB금융도 높은 자본효율성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시장이 앞으로 은행주에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려면 단순히 순이익이 늘어나는 것을 넘어 두 자릿수 수준의 ROE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신뢰가 필요하다.
자사주를 사서 ‘없애는 것’이 중요한 이유
최근 은행주의 성격을 가장 크게 바꾼 것은 주주환원이다. 과거 은행주는 주로 높은 배당수익률을 보고 투자하는 종목이었다면 이제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함께 계산해야 한다.
올해 7월 말까지 4대 금융그룹이 결정한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는 총 4조1000억원에 달했다. KB금융이 1조9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신한금융 1조2000억원, 하나금융 6500억원, 우리금융 3500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이미 지난해 4대 금융지주의 연간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인 3조6800억원을 넘어선 수준이다.
자사주 소각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하다. 회사가 자기 주식을 사들인 뒤 없애면 전체 발행주식 수가 줄어들고, 회사의 이익이 같아도 남아 있는 주식 한 주가 차지하는 몫은 커진다.
예를 들어 1조원의 이익을 1억주가 나눠 갖는다면 주당이익은 1만원이지만 주식 수가 9000만주로 감소하면 같은 이익에서도 주당이익은 약 1만1111원으로 늘어난다.
배당은 현금을 직접 돌려주는 방식이고, 자사주 소각은 남아 있는 주식 한 주의 가치를 높이는 방식이다. 최근 은행주에서는 두 가지가 동시에 강화되고 있다.
KB금융, 높은 자본비율이 주주환원의 원천
KB금융이 은행주 재평가의 선두에 선 배경에는 높은 이익뿐 아니라 자본력이 있다. 6월 말 KB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3.74%를 기록했고, 회사는 내부 기준인 13.5%를 초과한 자본을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하는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KB금융은 7월에도 7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추가로 결정했으며, 회사가 밝힌 2026년 예상 총주주환원 규모는 약 3조7000억원에 이른다. 2분기 주당 현금배당도 1155원으로 결정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배당금을 많이 지급한다는 사실보다 주주환원이 일정한 공식과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이익이 늘고 CET1이 목표 수준을 넘어설수록 초과자본을 다시 주주에게 돌려주는 구조가 정착되면 투자자는 미래 주주환원 규모를 이전보다 예측하기 쉬워진다.
반대로 높은 주주환원을 계속하려면 강한 이익과 안정적인 자산건전성이 동시에 유지돼야 한다. KB금융의 2분기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은 5198억원이었고 상반기 누적 신용비용률은 39bp로 전년 동기보다 15bp 개선됐다. 다만 경기 둔화가 심해져 부실대출이 빠르게 늘어난다면 이런 여유자본 역시 줄어들 수 있다.
신한·하나·우리, 같은 은행주라도 투자 포인트는 다르다
신한금융은 6월 말 CET1 비율 13.43%를 확보한 상태에서 7월 7000억원 규모의 추가 자사주 취득과 2분기 주당 74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10월까지 예정된 올해 자사주 취득 규모만 1조4000억원에 달하며, 회사는 연간 실적과 자본비율을 확인한 뒤 4분기 추가 환원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하나금융은 상대적으로 높은 순이자마진과 여전히 남아 있는 밸류에이션 매력이 특징이다. 2분기 그룹 NIM은 1.88%로 전분기 1.82%, 전년 동기 1.73%보다 높아졌고 ROE는 10.62%, 주당순자산가치(BPS)는 15만9027원으로 집계됐다.
우리금융은 다른 금융지주보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가 중요한 변수다. 올해 2분기 순이익이 1조46억원으로 올라서면서 상반기 순이익이 1조6090억원을 기록했고, 비은행 이익 비중도 22%를 넘어섰다. 자사주 매입·소각은 연간 3500억원으로 확대했으며 2분기 주당 배당금은 220원으로 결정했다.
결국 네 회사 모두 은행주라는 같은 이름으로 묶이지만 KB는 자본력과 환원 규모, 신한은 높은 수익성과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 하나는 NIM과 밸류에이션, 우리는 비은행 확대와 실적 정상화가 상대적으로 중요한 변수다.
금리가 오른다고 은행주가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다
은행주를 단순히 금리 상승 수혜주로 보는 것도 위험하다. 시장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 상승으로 순이자마진이 좋아질 수 있지만 동시에 차주의 이자 부담이 높아져 연체와 부실 가능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영업자 대출, 기업대출 가운데 취약한 부분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은행은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고, 그만큼 순이익과 배당 여력은 줄어든다.
반대로 금리가 빠르게 내려가면 건전성 부담은 완화될 수 있지만 예대금리차가 좁아지면서 이자이익이 감소할 수 있다. 결국 은행 입장에서 가장 좋은 환경은 금리가 무조건 높은 상황이라기보다 대출이 적절히 성장하면서 NIM과 연체율이 동시에 안정되는 상황에 가깝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자본규제와 가계대출 규제, 환율 움직임까지 CET1 비율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은행주의 주주환원이 언제나 같은 속도로 늘어난다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
배당수익률만 높다고 싼 주식은 아니다
은행주 투자에서 또 하나 주의할 것은 배당수익률이다. 주가가 크게 오르면 같은 배당금을 지급해도 배당수익률은 낮아지고, 반대로 주가가 급락하면 배당수익률은 높아 보인다.
따라서 배당수익률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주식이 싸다고 판단하면 원인을 거꾸로 볼 수 있다. 시장이 향후 이익 감소나 충당금 증가를 예상해 주가를 낮게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배당수익률이 높아졌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현금배당만 볼 필요도 없다. 배당에 자사주 소각까지 합친 총주주환원 규모와 이를 뒷받침하는 CET1, ROE를 함께 확인하는 편이 은행주의 실제 매력을 판단하는 데 더 적합하다.
회사가 1조원을 배당하고 1조원의 자사주를 소각했다면 주주에게 돌아가는 경제적 효과는 배당금만 볼 때보다 훨씬 크다. 바로 이 변화 때문에 은행주의 평가 방식도 ‘고배당주’에서 ‘자본환원주’로 이동하고 있다.
은행주의 다음 리레이팅은 결국 ROE와 CET1이 결정한다
은행주가 지난 몇 년 동안 받아온 저평가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낮은 성장성, 금융당국 규제, 경기 악화 때마다 반복되는 충당금 우려, 예측하기 어려웠던 자본정책이 모두 할인 요인이었다.
하지만 높은 이익을 낸 뒤 남은 자본을 계속 쌓아두는 대신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주에게 돌려주는 구조가 정착되면서 과거의 평가 방식도 바뀌고 있다. 실제로 KB금융이 올해 PBR 1배를 넘어선 것은 은행주가 반드시 장부가치 아래에서 거래돼야 한다는 오랜 공식이 깨질 수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그렇다고 은행주가 더 이상 싸지 않다는 뜻도 아니다. 회사마다 수익성과 자본여력, 주주환원 속도가 다르고, 주가가 먼저 올라온 정도도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PBR 숫자 하나를 기준으로 비교하기는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
2026년 은행주에서 중요한 질문은 “0.5배냐 0.8배냐”에서 끝나지 않는다.
얼마나 높은 ROE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지, 부실이 발생하더라도 CET1을 충분히 지킬 수 있는지, 그렇게 남은 자본 가운데 실제로 얼마를 배당과 자사주 소각으로 돌려주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과거 은행주의 투자 논리가 ‘너무 싸니까 언젠가는 오른다’였다면 지금은 조금 달라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