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학습데이터 샀다고 다 내 자산 아니다…계약 따라 내부사용·상용화 범위 갈린다
기업이 AI 학습데이터를 확보했다고 해서 곧바로 그 데이터를 자유롭게 재판매하거나 계열사 전체 서비스에 확대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는 매매인지, 기간부 이용허락인지, 공급자 클라우드에 접속하는 서비스인지에 따라 권리 범위와 회계 처리, 투자위험이 달라진다. 공시와 공식 약관을 대조해보면 AI 사업에서 핵심은 ‘데이터를 샀다’는 표현보다 어떤 사용권을 받았는지, 그 권리가 재무제표에 비용·선급금·무형자산 중 무엇으로 남는지에 더 가깝다.
같은 AI 계약도 라이선스, 용역, 클라우드 접근권으로 나뉜다
한국회계기준원이 공개한 IFRS 해석위원회 논의 결과에 따르면, 고객이 정해진 기간 동안 공급자의 클라우드에서 돌아가는 응용 소프트웨어에 접근할 권리만 받는 계약은 원칙적으로 소프트웨어 자산을 넘겨받는 거래가 아니라 용역계약으로 본다. 공급자가 소프트웨어의 업데이트와 재구성, 실행 환경을 계속 통제한다면 고객은 소프트웨어 자체를 통제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경우 기업이 먼저 대금을 내더라도 그것은 통상 미래 용역에 대한 권리이지, 곧바로 별도의 소프트웨어 무형자산을 취득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반대로 국제회계기준 IAS 38은 계약상 또는 기타 법적 권리에서 발생하고, 기업이 미래 경제적 효익을 통제할 수 있는 식별 가능한 비화폐성 자산이면 무형자산으로 인식할 수 있다고 본다. 결국 AI 학습데이터나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도 계약 구조에 따라 자산이 될 수 있지만, 단순 접속권이나 기간제 사용권은 같은 이름을 쓰더라도 성격이 다를 수 있다.
공시를 보면 솔트룩스는 라이선스보다 용역 비중이 훨씬 컸다
이 차이는 실제 공시에서도 드러난다. 솔트룩스의 2024년 3월 21일자 제43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매출은 라이선스매출 소계가 25억1251만4000원, 용역매출 소계가 268억3373만5000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AI·데이터 사업이라도 일회성 사용권 판매보다 구축·운영·개발 용역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 셈이다. 회사는 같은 보고서에서 고객과 직접 계약하거나 파트너사를 통해 계약을 진행하며, 매출 형태도 직접 매출과 파트너사를 통한 라이선스 공급으로 나뉜다고 설명했다.
같은 보고서의 무형자산 주석을 보면 기말 순장부금액은 개발비 29억947만6000원, 고객관계 44억2307만원, 영업권 168억2526만2000원으로 잡힌 반면 라이선스 계정은 3000원에 그쳤다. AI 사업을 한다고 해서 재무제표에 ‘데이터 라이선스’가 크게 쌓여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뜻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회사가 말하는 AI 역량이 데이터 소유권 축적형인지, 용역 수행형인지, 인수합병에 따른 영업권 중심인지부터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서비스 범위는 보안 방식과 개별계약 조항에서 다시 갈린다
사업 모델도 기업마다 다르다. 크라우드웍스의 워크스테이지 소개 자료는 데이터 수집·가공 플랫폼을 클라우드형과 온프레미스형으로 나눠 제시한다. 2025년 11월 14일 IR 브리핑에서는 AI 모델 학습용 고품질 데이터 구축 및 가공 서비스를 온프레미스로 국내 5대 시중은행 중 1곳에 공급했다고 밝혔다. 같은 데이터 구축 사업이라도 고객사 내부망에서만 쓰는 방식인지, 외부 플랫폼에 접속하는 방식인지에 따라 통제권과 보안, 재사용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플리토는 데이터 마켓플레이스에서 ‘라이선스 검증이 된’ AI 학습·평가 데이터셋을 판매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권리 범위는 일률적이지 않다. 플리토가 2026년 9월 28일 시행 내용을 알린 약관 개정 공지에는 개별계약이 서비스 범위와 제공 기간, 데이터 처리·보관·파기, 지식재산권의 귀속과 라이선스 범위 등에 우선할 수 있다고 적시돼 있다. 회사가 허용한 범위를 넘어 상업적으로 사용하는 행위는 제한 대상이라는 점도 함께 명시됐다. 데이터셋을 구매해도 내부 실험용인지, 상용 서비스 탑재가 가능한지, 제3자 제공이나 2차 학습이 허용되는지는 별도 계약을 봐야 한다는 의미다.
법은 데이터베이스 권리와 일방적 IP 이전 요구를 따로 본다
국내 법체계도 데이터 거래를 단순 소유권 이전으로 보지 않는다. 저작권법은 데이터베이스제작자에게 데이터베이스의 전부 또는 상당한 부분을 복제·배포·방송·전송할 권리를 부여하고, 그 보호가 데이터베이스를 구성하는 개별 소재의 저작권까지 없애는 것은 아니라고 규정한다. 데이터 세트를 통째로 넘겨받지 않았거나 상당 부분 이용이 제한된 계약이라면, 구매 기업이 기대하는 사업 확장 범위와 실제 법적 권리가 어긋날 수 있다.
데이터 산업진흥 및 이용촉진에 관한 기본법도 일정한 데이터사업자에게 합리적 이유 없는 데이터 지식재산권의 일방적 양도 요구를 금지하고 있다. 계약서에서 권리 귀속, 2차적 이용, 독점 여부가 길게 다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데이터 거래가 늘수록 가격보다 권리 범위가 분쟁의 핵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국 AI 학습데이터를 샀다는 기업 설명을 검증하려면 세 가지를 따져야 한다. 첫째, 권리가 영구적 양수인지 기간부 이용허락인지다. 둘째, 내부 사용 외에 상용 서비스 탑재, 계열사 공동 사용, 재판매, 재학습이 허용되는지다. 셋째, 그 결과가 비용으로 끝나는지, 선급금으로 남는지, 무형자산으로 계상되는지다. AI 시대의 데이터 경쟁력은 보유량만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계약서의 사용권 조항과 공시 주석이 실제 사업 범위를 훨씬 더 정확하게 말해준다.
자료: 한국회계기준원, IFRS 해석위원회 논의 결과 ‘클라우드에 호스팅된 공급자의 소프트웨어에 접근할 수 있는 고객의 권리'(공개일 2020.12.30); IFRS Foundation, IAS 38 Intangible Assets; 국가법령정보센터, 저작권법 제93조·제96조(시행 2024.02.09); 국가법령정보센터, 데이터 산업진흥 및 이용촉진에 관한 기본법(2026.10.23 열람); 솔트룩스, 제43기 사업보고서(2024.03.21); 크라우드웍스, Workstage 소개 자료(2026.10.22 열람) 및 ‘2025년 3분기 경영실적 브리핑'(2025.11.14); 플리토, Data Marketplace 소개(2026.10.23 열람) 및 ‘Live Translation 서비스 이용약관 통합 개정 안내'(시행일 2026.09.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