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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M 도입 넓히는 건설사들, 설계변경·재시공 비용 절감은 아직 숫자로 입증되지 않았다

경제

국내 공공건설과 대형 건설사 현장에서는 BIM 도입이 이미 예외가 아니라 확산 단계에 들어섰다. 다만 BIM을 썼다는 사실만으로 설계변경과 재시공 비용이 실제로 줄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2026년 10월 현재 확인 가능한 공공지침, 연구보고서, 기업 공개자료를 대조하면 공공 발주 기준은 꾸준히 강화됐지만, 기업별로 설계변경 건수와 재시공 비용을 BIM 적용 여부와 연결해 일관되게 공개한 공식 자료는 제한적이었다.

핵심은 ‘도입 확대’와 ‘비용 절감 입증’이 같은 문장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토교통부는 2020년 말 건설산업 BIM 기본지침과 건축 BIM 활성화 로드맵을 내놓고 공공부문 적용 확대 방향을 제시했다. 로드맵에는 LH 공동주택의 BIM 의무화 비율을 2020년 25%, 2022년 50%, 2024년 100%로 높이는 계획이 담겼다. 이후 국토교통부는 2022년 건설산업 BIM 시행지침을 배포해 발주자·설계자·시공자 단계별 활용 절차를 구체화했다.


공공 발주는 확대됐지만, 절감 효과의 공식 집계는 다르다


조달청 기준을 봐도 흐름은 같다. 조달청은 2013년 맞춤형서비스로 발주하는 500억원 이상 공사 설계용역 등에 BIM 적용 기본지침을 반영한다고 밝힌 데 이어, 2022년 말에는 시설사업 BIM 적용지침서 v2.1을 개정해 2023년 1월 1일부터 맞춤형서비스 BIM 적용 공사에 쓰겠다고 공지했다. 공공 발주 문서 안으로 BIM이 제도적으로 들어온 시점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공공부문에서 바로 확인되는 수치는 ‘BIM 절감액’보다 ‘설계 검토 제도’ 성과에 가깝다. 조달청은 2024년 보도자료에서 2013년부터 2023년까지 설계 적정성 검토 66조1천438억원어치를 수행해 2조2천73억원 규모 예산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같은 자료에는 2023년 한 해 검토 건수 343건, 설계검토 의견 34만3천318건, 안전분야 개선의견 6만6천650건이 제시돼 있다. 다만 이 수치는 설계 적정성 검토 사업의 성과이지, BIM만의 효과를 분리한 통계는 아니다.

이 차이는 중요하다. BIM은 3차원 모델과 정보를 통합해 설계 충돌을 미리 찾고 협업을 돕는 도구이지만, 실제 설계변경은 발주 조건, 현장 지반과 지장물, 설계서 완성도, 계약 방식, 발주기관 지시 같은 다른 변수의 영향을 동시에 받는다. 따라서 BIM 확대와 설계변경 감소가 같은 시기에 나타나더라도, 공개자료만으로 곧바로 인과관계를 확정하기는 어렵다.


LH 연구도 ‘추가 투입’과 ‘연계 부족’을 함께 보여줬다


실제 공공 연구보고서도 이런 한계를 드러낸다. 한국토지주택공사 토지주택연구원의 2019년 보고서는 LH 내부에서 설계단계 BIM 활용은 있었지만 시공단계까지 연계된 사례가 부족해 실효성이 상대적으로 낮았다고 적었다. 다시 말해 BIM을 썼다는 사실보다 설계·시공·유지관리 전 단계가 얼마나 이어졌는지가 효과를 가르는 변수로 제시된 셈이다.

2023년 토지주택연구원의 또 다른 연구는 BIM 설계의 비용 구조를 더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이 보고서는 실시설계 단계의 건축설계 모델링과 건축도면화에 한정할 경우 BIM 도입으로 약 5.8%의 작업시간 증가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전체 설계단계 요율 산정을 위해서는 견적과 토목설계 등이 더 검토돼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초기 투입이 늘 수 있다는 뜻이어서, BIM이 곧바로 총비용 절감으로 이어진다고 보기 어렵게 만든다.

이 대목은 업계 홍보 문구와 가장 크게 갈린다. 기업들은 대체로 BIM이 원가 관리, 시공 오차 축소, 도면 품질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공공 연구는 그 효과가 자동으로 발생하지 않으며, 추가 대가와 업무 재편까지 함께 봐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건설사들은 확대 중이지만, 공시 숫자는 아직 거기까지 가지 않았다


주요 건설사들의 공식 자료를 보면 BIM 확대 자체는 분명하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021년 BIM 국제표준 ISO 19650 인증을 획득하면서 2010년 BIM 전담팀 발족 이후 표준화와 프로세스 일원화 투자를 확대해 왔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2022년 BIM 기반 디지털 플랫폼을 도입해 건축·주택 현장에 순차 적용하겠다고 했고, DL이앤씨는 2023년 자료에서 2020년 업계 최초로 모든 공동주택 현장에 BIM 기술을 적용했다고 소개했다. 대우건설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와 공식 자료에서 BIM 설계와 스마트건설 기술 적용 확대를 언급하고 있다.

문제는 그 다음 단계다. 기업 공식 자료에는 BIM의 기대 효과와 적용 사례가 적지 않지만, 설계변경 건수 감소율이나 재시공 비용 절감액을 사업보고서 수준에서 분리해 비교할 수 있는 공시 체계는 확인하기 어려웠다. 건설사 손익계산서에는 매출, 매출원가, 공사손실충당금, 수주잔고 같은 큰 항목은 드러나지만, BIM 도입 전후의 설계변경 비용만 따로 떼어 투자자가 검증할 정도로 제시되는 경우는 드물다.

이 때문에 현 시점에서 말할 수 있는 결론은 제한적이다. BIM 도입 확대는 사실이지만, 기업별로 설계변경과 재시공 비용이 얼마나 줄었는지는 공개자료만으로 일괄 판정하기 어렵다. 일부 현장에서는 설계 충돌 검토와 수량 산출 정밀도가 높아져 효과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지만, 다른 현장에서는 발주 변경, 현장 조건, 원도급·하도급 구조, 최저가 압박 같은 요소가 비용을 다시 키울 수 있다.

공공 계약 해석 기준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국가계약 관련 일반조건과 조달청 해석사례를 보면 설계변경은 설계서 불분명, 현장상태와 설계서의 차이, 발주기관 지시 같은 사유에 따라 판단되며, 단순한 산출서 오류나 누락이 모두 계약금액 조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결국 BIM은 설계 오류를 줄일 수 있는 수단일 수는 있어도, 저가수주와 복잡한 하도급 구조까지 단독으로 해결하는 장치는 아니다.

독립적으로 확인된 범위 안에서 보면, 지금 필요한 것은 ‘BIM을 도입했는가’보다 ‘어느 사업에서 어떤 계약 조건 아래 어느 단계까지 연결 적용됐고, 그 결과 설계변경 건수와 원가율이 어떻게 달라졌는가’를 공개하는 일에 가깝다. 공공 발주기관과 상장 건설사가 같은 지표로 사업별 성과를 축적해 공개하지 않는 한, BIM의 실질 성과는 기술 홍보와 일부 사례 소개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자료: 국토교통부, 건설산업 BIM 기본지침(2020.12.29); 국토교통부, 건설산업 BIM 시행지침(2022.11.08); 국토교통부, 건축 BIM 활성화 로드맵(2020.12.29); 조달청, 시설사업 BIM적용 기본지침서 v1.2 안내(2013.03.14); 조달청, 시설사업 BIM 적용지침서 v2.1 개정 알림(2022.12.28); 조달청, 역대 최대 규모 조달청 설계 적정성 검토 설계 품질 향상, 적정공사비 확보…역할 톡톡(2024.06.05); 한국토지주택공사 토지주택연구원, 공동주택 시공단계 BIM적용에 관한 연구(2019); 한국토지주택공사 토지주택연구원, BIM 설계대가 및 인센티브 필요 유무에 대한 연구(2023); 삼성물산, 국내 건설사최초 BIM 국제표준 인증 획득(2021.06.24); 현대건설, BIM 기반 디지털 플랫폼 도입으로 스마트 건설 가속화(2022); DL이앤씨, BIM 앞세워 스마트 건설 선도한다(2023.09.18); 대우건설, 2019 지속가능경영보고서(2020); 대우건설, 2022 지속가능경영보고서(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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