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핵심광물 장기구매계약, 위험은 선급금보다 재고평가에서 먼저 드러났다
해외 핵심광물 장기구매계약의 위험을 점검할 때 투자자들이 먼저 보는 항목은 선급금이다. 그러나 국내 배터리 소재 기업 공시를 비교해보면 실제 손익 변동은 선급금보다 재고자산 평가에서 더 먼저, 더 크게 드러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장기계약 자체가 곧바로 손실을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격이 급변하는 구간에서는 원재료를 얼마나 비싸게 들여왔는지와 그 재고를 어떤 판가 가정으로 평가하는지가 손익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뜻이다.
다만 공시만으로는 계약별 선급금 회수 조항, 가격 연동식, 최소구매의무, 상대방 귀책 사유별 정산 방식까지 모두 확인하기 어렵다. 그래서 공개 자료로 확인 가능한 범위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재무제표상 선급금 잔액이 실제로 얼마나 큰지, 둘째 재고자산 평가충당금이 어느 정도 누적됐는지, 셋째 회사가 스스로 밝힌 판매 구조가 중장기 확약형인지 단기 발주형인지다.
포스코퓨처엠, 장기 공급계약은 크지만 가격 위험은 재고평가로 반영
포스코퓨처엠의 2025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에너지소재사업은 주로 거래처와 중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한 뒤 납품한다고 적시돼 있다. 같은 보고서에는 GM,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Ultium Cells 등과 체결한 양극재·음극재 중장기 공급계약 내역도 공시돼 있다. 계약금액은 매우 크지만, 회사는 동시에 공급물량과 조건이 실제 주문과 시장 상황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재무제표에서는 장기계약의 존재보다 가격 변동의 흔적이 더 선명하다. 연결 기준 2025년 말 포스코퓨처엠의 유동선급금은 735억7천만원, 비유동선급금은 121억7천만원으로 전기보다 늘었다. 반면 재고자산은 총장부금액 9174억5천만원에 대해 평가충당금 763억2천만원이 반영돼 장부금액이 8411억3천만원으로 집계됐다. 전기에는 총장부금액 8472억7천만원에 평가충당금 790억6천만원이 잡혀 있었고, 평가손실환입 157억3천만원이 공시됐다.
이 숫자는 선급금이 없어서 안전하다는 뜻도, 선급금이 늘어서 곧바로 위험해졌다는 뜻도 아니다. 오히려 공개 재무정보만 놓고 보면 포스코퓨처엠의 가격 변동 위험은 선급금보다 재고평가 항목에서 더 직접적으로 읽힌다. 회사도 재고자산평가충당금 산정과 관련해 고객과의 계약에 따라 판매가가 확정된 물량과 판가를 우선 적용하고, 초과 물량은 가장 미래의 판가를 가중평균 방식으로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장기 공급계약이 있어도 판매 확정 물량을 넘어선 재고에는 별도의 가격 하락 위험이 남는 구조라는 뜻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선급금은 줄었지만 재고평가 부담은 계속 남았다
같은 업종 안에서도 그림은 다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2025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수주 방식은 두 갈래다. 고객사와 중장기 공급계약을 확약하고 계약 물량을 바탕으로 거래하는 방식이 있고, 기본 거래계약을 맺은 뒤 1개월 전에 구매주문을 받아 생산·납품하는 방식도 병행한다. 즉 장기계약만으로 운영되는 회사는 아니다.
재무제표상 선급금은 오히려 축소됐다. 2025년 말 유동선급금은 0원이었고, 전기에는 48억2천만원이 계상돼 있었다. 하지만 위험이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같은 시점 총유동재고자산은 장부금액 기준 1562억5천만원이었고, 평가충당금은 148억5천만원이었다. 전기에는 총유동재고자산 장부금액 2444억3천만원, 평가충당금 214억4천만원이 잡혀 있었다. 또 2025년 재고자산 관련 비용에는 재고자산 평가손실 65억8천만원이 매출원가에 반영됐다.
이 회사 사례는 선급금이 줄어도 가격 하락기에 재고평가 부담이 곧바로 없어지지 않는다는 반례에 가깝다. 장기계약 여부보다 실제 재고가 어떤 가격에 쌓였고, 연말 기준 순실현가능가치가 원가를 얼마나 밑도는지가 손익에 더 결정적으로 작용한 셈이다.
같은 핵심광물이라도 계약 구조가 다르면 위험이 드러나는 자리도 달라진다
두 회사를 나란히 놓고 보면 장기구매계약·선급금·재고평가를 하나의 공식처럼 묶어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 드러난다. 포스코퓨처엠은 대형 고객과의 중장기 공급계약 공시가 뚜렷하고 선급금 잔액도 적지 않지만, 가격 위험의 핵심 신호는 재고자산 평가충당금과 평가손실·환입에서 읽힌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중장기 공급계약과 단기 발주형 거래가 병존하고, 선급금은 줄었지만 재고평가 부담은 여전히 손익에 남아 있다.
결국 해외 핵심광물 장기구매계약을 볼 때는 선급금이 크냐 작으냐만으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선급금은 회수 조항과 상대방 이행 여부를 봐야 하고, 재고평가는 연말 판가 가정과 판매 확정 물량, 초과 재고 비중을 함께 봐야 한다. 같은 리튬·니켈·코발트를 다뤄도 수직계열화 비중이 큰 회사, 고객 주문형 비중이 큰 회사, 단기 발주가 많은 회사의 회계 흔적은 서로 다르게 남는다.
공시만으로 확인되는 한계도 분명하다
이번 비교만으로 특정 회사의 개별 계약이 유리하다거나 불리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공개 사업보고서는 계약 상대방, 기간, 총액, 일부 수령 실적은 보여주지만, 선급금 반환 우선순위나 위약 시 상계 구조, 가격 연동 산식 같은 핵심 조항은 대개 비공개다. 따라서 투자위험을 따질 때는 재무제표 숫자와 함께 이후 정정공시, 감사보고서 주석 변화, 재고평가손실 환입 여부를 계속 추적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한 가지는 비교적 분명하다. 배터리 소재 업종에서 해외 핵심광물 장기계약의 위험은 선급금 계정 하나에만 머물지 않는다. 가격이 급락한 시기에는 그 위험이 재고평가충당금과 매출원가를 통해 먼저 손익에 반영됐고, 회사별 차이는 계약의 유무보다 계약 구조와 재고 운용 방식에서 더 크게 갈렸다.
자료: 한국거래소 KIND, 포스코퓨처엠 사업보고서(2026-03-12 공시, 2025사업연도); 한국거래소 KIND,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사업보고서(2026-03-20 공시, 2025사업연도); 금융감독원, 2024년 사업보고서 점검 결과 및 공시설명회 개최(2025-07-01); 한국회계기준원·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 제1002호 재고자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