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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용 로봇업체 실적, 장비 판매보다 유지보수 계약을 보라는 말이 곧바로 통하지 않는 이유

경제

산업용 로봇업체 실적을 볼 때 장비 판매보다 유지보수 계약을 보라는 조언은 방향 자체는 맞지만, 공시를 실제로 들여다보면 바로 숫자로 확인되지는 않는 경우가 많다. 2026년 10월 23일 기준으로 확인한 국내 상장 로봇업체 자료에서 유지보수 매출은 대개 별도 항목으로 또렷하게 드러나지 않고, 기타 용역이나 서비스 설명 안에 묶여 있다. 그래서 투자자나 공급망 의사결정자가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발표보다 매출 분류, 보증충당부채, 계약 구조가 실제로 어떻게 적히는지다.

두산로보틱스의 2024년 사업보고서는 이런 한계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 회사의 2024년 매출 468억3000만원 가운데 협동로봇 제품 매출은 388억8900만원으로 83.04%를 차지했고, 기타 용역매출 등은 35억1200만원으로 7.50%였다. 유지보수만 따로 떼어 공시한 수치는 아니지만, 적어도 장비 판매가 아직 실적의 중심이고 서비스성 매출은 별도 핵심 축으로 분리될 만큼 크지 않다는 점은 읽을 수 있다.

같은 회사의 감사보고서에서 더 눈에 띄는 항목은 충당부채다. 두산로보틱스의 2024년 말 충당부채는 7억9590만원으로 2023년 말 7억2127만원보다 늘었다. 회사는 이 충당부채를 판매된 제품과 관련한 과거 보증 자료를 기초로 추정했다고 밝혔다. 장비를 많이 팔수록 이후 보증 비용 추정이 뒤따른다는 뜻이어서, 유지보수 매출이 선명하게 잡히지 않는 기업일수록 오히려 보증충당부채의 움직임이 사후 비용 구조를 읽는 보조지표가 될 수 있다.


서비스 확대 발표와 공시 숫자는 다를 수 있다


반대로 기업 발표만 보면 로봇업체들이 이미 서비스 회사로 바뀌고 있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로보스타는 2026년 공개한 회사 뉴스에서 장비 판매 중심에서 유지보수 및 서비스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같은 회사의 IR 재무정보를 보면 2025년 매출 757억3500만원, 매출총이익 69억2100만원, 영업손실 56억6000만원이 확인될 뿐, 유지보수 매출이 별도 줄로 분리돼 있지는 않다. 발표된 전략과 손익계산서에 잡히는 구조 사이에는 여전히 거리가 있는 셈이다.

로보스타의 공개 매뉴얼도 이 간극을 보여준다. 회사는 제품 보증 기간을 제조일로부터 1년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이는 장비 판매 뒤 일정 기간 무상 서비스 의무가 존재한다는 뜻이지만, 그 의무가 별도의 고마진 유지보수 계약으로 얼마나 전환되는지는 다른 문제다. 보증은 비용일 수 있고, 유지보수 계약은 매출일 수 있다. 둘을 같은 서비스 사업으로 묶어 보면 실제 수익성을 오판하기 쉽다.

유진로봇도 비슷한 반례를 제공한다. 회사 홈페이지는 공장 자동화 설비와 시스템 통합 서비스, 물류 자동화 솔루션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고, 2026년 공개한 대표 인터뷰에서는 2019년 이후 B2C 완제품과 B2B 제품·서비스가 혼재된 구조에서 B2B 솔루션 중심으로 재편해 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런 ‘서비스’에는 반복 과금형 유지보수 계약뿐 아니라 시스템 통합, 프로젝트성 구축, 패키지 공급이 함께 포함될 수 있다. 서비스라는 단어만으로 안정적인 사후관리 매출을 뜻한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유다.


실적을 볼 때는 유지보수 매출보다 세 가지를 먼저 봐야 한다


첫째는 매출 분류다. 사업보고서에서 유지보수, 기술지원, 기타 용역이 한 줄로 묶여 있으면 반복 매출인지 일회성 프로젝트 매출인지부터 분리해서 읽어야 한다. 두산로보틱스의 ‘기타 용역매출 등’처럼 공시 문구 자체가 넓으면, 그 금액을 곧바로 유지보수 계약 성장으로 해석하기 어렵다.

둘째는 보증충당부채다. 장비 판매가 늘 때 충당부채가 같이 커지면 설치 기반 확대의 신호일 수는 있지만, 동시에 향후 비용 부담 확대의 신호이기도 하다. 특히 보증 기간이 길거나 무상 서비스 범위가 넓은 기업은 장비를 많이 팔아도 초기에 수익성이 눌릴 수 있다.

셋째는 서비스가 매출인지 비용인지, 또는 둘 다인지를 구분하는 일이다. 유지보수 계약은 장기적으로 반복 매출이 될 수 있지만, 초기에는 고객 확보를 위한 무상 보증과 현장 지원이 먼저 반영될 수 있다. 따라서 ‘서비스 비중 확대’라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제 공시에서 용역 매출 증가와 충당부채 증가 중 어느 쪽이 더 빠른지를 함께 봐야 한다.

결국 산업용 로봇업체에서 유지보수 계약에 주목해야 한다는 말은 맞다. 다만 현재 국내 공시만 놓고 보면 그 가치를 바로 숫자로 분리해 보여주는 회사는 많지 않다. 그래서 투자 판단이나 공급망 실사에서는 서비스 강화 발표를 먼저 믿기보다, 장비 매출 비중이 얼마나 높은지, 보증 의무가 얼마나 쌓이는지, 서비스 항목이 반복 계약인지 프로젝트성 용역인지부터 확인하는 편이 더 보수적이고 정확하다.

자료: 두산로보틱스, 사업보고서(2025-03-21); 두산로보틱스,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서(2025-03-14); 로보스타, IR 재무정보(회사 웹사이트 게시 자료); 로보스타, 제품 보증에 관하여(공개 매뉴얼); 유진로봇, 기업소개(회사 웹사이트 게시 자료); 유진로봇, 2026 새해 새 설계 박성주 대표(2026-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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