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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살아나는데 소비자 불안…프랑스 경기 회복의 온도차

글로벌Editor's Pick하이라이트

-8월 기업경기지수 98.1로 3개월 연속 상승, 가계신뢰는 86에 머물러…수출이 끌어올린 0.2% 성장의 한계

프랑스 경제가 회복 신호와 불안 신호를 동시에 보내고 있다. 8월 기업경기지수는 98.1로 전월 97.3보다 올라 3개월 연속 상승했고, 제조업은 103.2로 장기 평균 100을 웃돌았다. 서비스업도 100까지 회복했고 소매업은 99로 올라섰다. 기업들은 적어도 몇 달 전보다 경기 상황을 더 긍정적으로 보기 시작한 셈이다.

그러나 가계의 체감은 다르다. 같은 달 프랑스 가계신뢰지수는 86으로 전월과 같았고, 장기 평균인 100을 크게 밑돌았다. 향후 생활수준에 대한 전망은 다시 나빠졌고 실업 증가에 대한 우려도 높아졌다. 반면 저축 여건을 나타내는 지수는 125까지 올라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소비보다 저축을 선호하는 심리가 강하다는 뜻이다.

이처럼 기업과 가계가 같은 경제를 전혀 다르게 바라보는 현상은 프랑스 경기 회복의 성격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2% 증가하며 1분기 -0.1%에서 반등했지만, 실업률은 8.3%까지 올라갔고 7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1% 상승했다. 성장률은 플러스로 돌아섰지만 가계가 체감할 만큼 강한 회복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이유다.


기업 심리는 왜 먼저 살아났나

기업 쪽의 개선은 제조업과 서비스업, 소매업에서 고르게 나타났다. 특히 제조업 경기지수가 103을 넘어 장기 평균을 웃돈 점은 의미가 있다. 수출과 산업 주문, 재고 조정이 일부 개선되면서 기업들이 향후 생산과 매출에 대해 조금 더 낙관적으로 보기 시작했을 가능성이 크다.

프랑스는 유럽 안에서도 항공우주와 방산, 명품, 자동차, 화학, 에너지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산업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업종은 국내 소비보다 해외 수요의 영향을 더 크게 받기 때문에 글로벌 교역과 수출 환경이 개선되면 내수보다 먼저 회복될 수 있다.

실제로 2분기 프랑스 경제는 수출 증가가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반면 국내 투자는 감소세를 이어갔다. 이 구조는 기업 심리 개선이 프랑스 경제 전체의 내수 회복을 의미하기보다는 수출과 일부 산업 중심의 회복에 가까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은 주문과 재고, 수출계약을 먼저 보고 경기를 판단하지만 가계는 월급과 고용, 생활비를 통해 경기를 체감한다. 그래서 기업 지표가 먼저 돌아서도 고용과 소득이 따라오지 않으면 소비심리는 상당 기간 뒤처질 수 있다.


가계신뢰 86…소비 대신 저축을 선택하는 이유

프랑스 가계신뢰지수 86은 단순히 소비자들이 기분이 나쁘다는 의미가 아니다. 장기 평균 100보다 크게 낮다는 것은 가계가 자신의 재정상황과 국가 경제의 향후 방향을 여전히 불안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8월에는 향후 생활수준에 대한 평가가 다시 약화됐고 실업 증가에 대한 우려는 반등했다.

반면 저축 여건을 나타내는 지수는 125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가계는 지출을 줄이고 현금을 보유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경제학적으로는 합리적인 행동이지만, 많은 가계가 동시에 소비를 줄이면 내수 회복은 더 늦어질 수 있다.

프랑스는 이미 높은 생활비와 주거비, 에너지 가격 부담을 경험한 바 있고, 최근 물가상승률이 둔화되더라도 가격 수준 자체가 과거보다 높아진 상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물가 상승률이 2%대로 내려왔다는 사실보다 이미 오른 가격이 생활비에 어떤 부담을 주는지가 더 중요하다.

여기에 실업률 8.3%라는 고용 불안도 소비를 제약한다. 일자리가 안정적이지 않거나 향후 실직 가능성을 걱정하는 가계는 소득이 늘지 않아도 지출을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0.2% 성장, 숫자보다 ‘성장의 내용’이 중요하다

프랑스의 2분기 성장률 0.2%는 분명 1분기 -0.1%보다 개선된 수치다. 그러나 성장의 내용까지 보면 아직 회복력이 강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투자는 감소했고 민간 고용도 2분기 -0.1%로 사실상 정체에 가까웠다. 반면 대외부문이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수출 중심의 회복은 국가 전체 성장률에는 도움이 되지만 가계의 소득과 소비로 빠르게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프랑스 경제에서 지금 가장 중요한 질문은 성장률이 플러스인지 마이너스인지가 아니다. 수출과 일부 제조업에서 시작된 회복이 서비스업과 고용, 임금, 소비로 얼마나 넓게 확산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기업경기지수가 98.1까지 올라온 것도 아직 완전한 회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장기 평균인 100에 근접했지만 여전히 그 아래에 있고, 건설업은 96에 머물렀다. 제조업이 상대적으로 강하더라도 부동산과 건설, 내수 서비스가 함께 회복하지 않으면 경제 전체의 체감은 제한적일 수 있다.


프랑스의 진짜 회복은 소비자가 움직일 때 시작된다

앞으로 프랑스 경제를 볼 때는 기업경기지수보다 가계신뢰와 고용이 더 중요한 선행 신호가 될 수 있다. 기업이 생산과 주문 전망을 개선하더라도 채용과 임금 증가가 뒤따르지 않으면 가계는 소비를 늘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가계신뢰가 장기 평균인 100에 가까워지고 실업 우려가 낮아지며, 저축 선호가 완화돼 소비가 다시 늘어나는 흐름이 나타나야 내수 회복이 본격화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지금처럼 저축심리가 높은 상태에서는 금리가 내려가거나 물가가 안정되더라도 소비가 예상보다 천천히 회복될 수 있다.

유럽중앙은행의 통화정책도 변수다. 금리 인하가 이어지면 기업과 가계의 금융비용이 낮아질 수 있지만, 그 효과가 실제 투자와 소비로 연결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프랑스처럼 재정 부담이 큰 국가에서는 정부가 대규모 재정지출로 경기를 떠받치는 데도 한계가 있다.

프랑스의 8월 지표는 그래서 ‘회복’과 ‘불안’이라는 두 단어를 동시에 보여준다. 기업은 생산과 수요의 개선 가능성을 보기 시작했지만, 가계는 여전히 생활수준과 고용을 걱정하며 지갑을 닫고 있다.

이 괴리가 해소되지 않으면 성장률이 플러스를 기록해도 체감경기는 오래 부진할 수 있다. 반대로 기업의 낙관이 고용과 임금으로 이어지고, 그 소득이 다시 소비를 끌어올린다면 지금의 0.2% 성장은 본격적인 회복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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