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다뷰

시장의 변화와 미래를 읽는 경제지, 미래다뷰

[커버스토리]기준금리 3%가 깨운 ‘현금의 전쟁’…머니마켓 자금이 다시 움직인다

커버스토리머니 마켓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00%로 끌어올리면서 금융시장에서는 다시 ‘현금의 가격’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금리는 통상 주식과 채권, 부동산을 움직이는 거시 변수로 받아들여지지만, 실제로 가장 먼저 반응하는 곳은 단기자금시장이다. 은행의 예금금리가 오르고, 증권사의 환매조건부채권(RP)과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수익률이 재조정되며, 머니마켓펀드(MMF)가 편입하는 양도성예금증서(CD)와 기업어음(CP)의 금리도 새로운 기준점을 찾는다. 기준금리 3%는 곧 현금성 자산 전반의 가격표가 다시 쓰인다는 의미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8월 27일 기준금리를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7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인상이다. 이번 결정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통화정책이 경기 침체 속에서 물가를 억누르는 전형적인 긴축 국면과는 다른 환경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6%에서 3.3%로 대폭 상향했고, 내년 성장률 전망도 함께 올렸다. 반도체 수출과 설비투자가 강하고 내수도 회복되는 상황에서 물가는 여전히 목표 수준을 웃돌고 있으며,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대출 증가까지 금융안정 부담으로 남아 있다. 성장과 금리가 동시에 올라가는 조합은 금융시장에 매우 까다로운 선택을 요구한다.

투자자에게 가장 먼저 생기는 변화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돈’의 기회비용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금리가 낮을 때 현금을 들고 있는 것은 수익을 포기하는 선택에 가까웠다. 주식이 오르고 채권 가격이 상승하는 동안 현금은 거의 아무런 보상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준금리가 3%까지 올라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은행 예금과 MMF, RP, CMA 같은 단기상품이 연 3% 안팎의 수익을 제공하기 시작하면 위험자산에 진입하지 않고 기다리는 전략에도 경제적 보상이 생긴다. 결국 현금은 더 이상 투자 이전의 대기 상태가 아니라, 수익률을 가진 독립적인 자산군으로 다시 올라서게 된다.


은행은 예금금리부터 올렸다…조달비용 경쟁의 시작


실제 시장은 기준금리 결정 이전부터 움직이고 있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를 보면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저축성수신금리는 연 3.21%로 전월보다 0.13%포인트 상승했고, 정기예금 중심의 순수저축성예금 금리는 3.16%, 시장형 금융상품은 3.48%까지 올라갔다. 시장이 7월 첫 인상 이후 추가 긴축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 은행들이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예금금리를 먼저 조정한 결과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기간 대출금리가 오히려 하락했다는 사실이다. 7월 전체 은행 대출금리는 4.27%로 전월보다 0.04%포인트 낮아졌고, 중소기업 대출금리 역시 떨어졌다. 수신금리는 오르는데 대출금리는 내려가면서 예대금리차는 더 좁아졌다. 이는 금리 인상기 초입에서 은행이 마주하는 전형적인 부담을 보여준다. 자금을 확보하려면 예금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대출시장에서는 우량 차주를 놓고 경쟁해야 하므로 대출금리를 같은 속도로 올리기 어렵다. 기준금리 인상은 은행 입장에서 곧바로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초기에는 오히려 조달비용 부담을 먼저 키울 수 있다.

이 구조는 8월 27일 추가 인상 이후 더 선명해질 가능성이 크다. 은행이 예금을 붙잡기 위해 금리를 추가로 높이면 자금은 은행권 안에서만 움직이지 않는다. 일부 자금은 증권사 CMA나 RP, MMF로 이동하고, 또 다른 일부는 머니마켓 ETF로 들어간다. 결국 은행과 증권사, 자산운용사가 모두 동일한 ‘현금성 자금’을 놓고 경쟁하는 국면이 열리는 셈이다.


MMF는 금리 변화가 가장 빠르게 전달되는 시장이다


머니마켓에서 기준금리의 변화가 가장 빨리 반영되는 상품 가운데 하나가 MMF다. MMF는 국채와 통안증권, CD, CP, RP 등 만기가 짧은 자산을 중심으로 운용하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신규 편입 자산의 수익률도 빠르게 높아진다. 8월 하순 일부 개인용 MMF의 1주일 환산수익률이 이미 연 3%에 근접한 것은 7월 인상분이 단기시장에 먼저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8월 추가 인상까지 더해지면 MMF의 수익률은 은행 정기예금과 더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구간에 들어설 수 있다. 물론 성격은 다르다. 정기예금은 약정기간 동안 금리를 확정할 수 있지만 중도해지 시 불이익이 있고, MMF는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펀드이지만 환금성이 높고 시장금리 변화가 빠르게 반영된다. 따라서 투자자의 금리 전망에 따라 선택도 달라진다. 추가 인상을 예상하는 투자자는 장기 정기예금에 자금을 묶기보다 MMF나 RP처럼 짧은 상품에서 대기할 수 있고, 반대로 현재 수준이 금리 고점이라고 판단하면 정기예금이나 중장기채로 만기를 늘리는 전략을 선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 몇 달 동안 MMF 잔액은 금리 방향에 대한 시장의 집단적 판단을 보여주는 지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자금이 MMF에 쌓인다는 것은 반드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시장에 남아 있으면서 재진입 시점을 기다리는 돈일 수 있다. 반대로 은행 정기예금으로 이동하는 자금은 상대적으로 장기 대기 성격이 강하다. 같은 현금이라도 머무는 장소에 따라 투자자의 의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CMA·RP는 ‘주차장’이 아니라 수익형 대기자금으로 변한다


CMA와 RP도 금리 3% 시대에 역할이 달라진다. 저금리 환경에서는 이들 상품의 장점이 주로 편의성에 있었다. 증권계좌 안에서 수시로 입출금할 수 있고, 투자 대기자금을 잠시 두기 좋다는 점이 부각됐다. 그러나 단기금리가 3% 안팎으로 올라오면 상황은 달라진다. 하루만 맡겨도 일정한 수익이 붙는 구조가 의미 있는 수준의 이자수익으로 바뀌면서, 투자자는 굳이 주식이나 채권에 서둘러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이 변화는 증시 변동성이 커질수록 더 중요해진다. 투자자가 주식을 매도한 뒤 자금을 은행으로 옮기는 대신 CMA나 RP에 남겨두면 그 돈은 시장을 떠난 자금이 아니다. 가격 조정이 끝나면 언제든 다시 위험자산으로 이동할 수 있는 대기자금이다. 따라서 주식시장 전망을 볼 때 단순한 매도 규모만 보는 것보다, 그 자금이 어디에 머무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증권계좌 안의 현금성 자금이 늘어난다면 이는 위험회피와 동시에 재진입 여력이 커졌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CD·CP가 어디까지 오르느냐가 진짜 머니마켓을 결정한다


기준금리 3%가 실제 머니마켓 상품의 수익률로 얼마나 전달될지는 CD와 CP의 움직임에 달려 있다. CD는 은행의 대표적인 시장성 조달수단이고, CP는 기업의 단기자금 조달수단이다. MMF와 RP, 머니마켓 ETF는 이들 자산을 기초로 운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CD와 CP 금리가 오르면 현금성 상품의 수익률도 따라 올라간다.

그러나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올랐다고 해서 CD와 CP가 정확히 같은 폭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단기시장 금리는 이미 정책금리 인상을 선반영할 수 있고, 은행채 발행량과 기업 자금수요, 분기말 유동성, 기관투자가의 단기채 매수 수요에 따라 기준금리보다 더 크게 오르거나 덜 오를 수 있다. 실제 머니마켓에서는 금통위 결정 자체보다 그 이후 CD 91일물, CP 91일물, 통안증권, RP 금리가 어떻게 재배열되는지가 더 중요하다.

특히 금리 인상기에는 신용등급에 따른 차이가 커질 수 있다. 우량기업의 CP는 시장에서 수요가 유지되지만 비우량기업은 조달비용이 더 빠르게 상승할 수 있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올랐는데 일부 기업의 단기 조달금리는 그보다 훨씬 더 크게 움직이는 상황도 가능하다. 따라서 머니마켓을 볼 때는 평균금리보다 신용스프레드가 더 중요한 신호가 될 수 있다.


현금 3%는 주식과 채권의 가격 기준도 바꾼다


현금성 자산의 수익률 상승은 머니마켓 내부에서 끝나지 않는다. 주식과 장기채권의 가격에도 새로운 기준선을 만든다. 투자자가 단기상품에서 연 3% 수준의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면 주식과 장기채권은 그보다 충분히 높은 기대수익률을 제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주식의 기대수익률이 5%라고 가정할 때 현금성 자산이 1%를 제공하면 위험 프리미엄은 4%포인트지만, 현금 수익률이 3%로 오르면 차이는 2%포인트로 줄어든다. 같은 주식을 보유하기 위해 감수해야 할 가격 변동 위험에 비해 추가 보상이 작아지는 것이다. 결국 현금금리 상승은 주식의 밸류에이션을 압박할 수 있다.

장기채도 비슷하다. 단기금리가 높아지면 투자자는 긴 만기를 보유하면서 금리변동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줄어든다. 8월 26일 한국은행 통안증권 2년물 모집금리가 이미 3.7%대였다는 점은 시장이 기준금리 3% 이후의 경로까지 일정 부분 가격에 반영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단기금리와 장기금리 사이의 격차가 좁아지면 투자자는 자연스럽게 듀레이션을 짧게 가져가려는 유인을 갖는다.


이번 긴축이 어려운 이유는 경기까지 강하다는 데 있다


이번 금리 인상의 특징은 경기 둔화 속 긴축이 아니라 성장률 전망 상향과 긴축이 동시에 나타났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을 3.3%까지 올렸다는 것은 중앙은행이 경기 방어를 위해 금리를 서둘러 낮출 필요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물가가 목표보다 높고 수도권 부동산과 가계대출까지 부담으로 남아 있다면 기준금리 3%는 종착점이 아니라 중간 지점일 가능성도 있다.

머니마켓에는 이 점이 가장 중요하다. 시장이 3%에서 금리 인상이 끝났다고 판단하면 투자자는 정기예금과 중장기채로 자금을 옮기며 금리를 고정하려 할 것이다. 반대로 3.25% 이상을 예상하면 MMF와 RP, 단기채에 머물면서 만기를 짧게 유지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현금의 가격은 오늘의 기준금리보다 향후 기준금리 경로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다.


은행과 운용사, 증권사가 ‘현금 관리 시장’을 놓고 충돌한다


기준금리 3%는 금융회사들의 경쟁 구도도 바꾼다. 은행은 예금을 붙잡기 위해 수신금리를 올려야 하고, 증권사와 운용사는 MMF·CMA·RP·머니마켓 ETF로 같은 자금을 끌어오려 한다. 저축은행은 더 높은 정기예금 금리로 방어하고, 대형은행은 파킹통장과 특판예금으로 대응한다.

과거에는 예금은 은행, 투자는 증권사라는 구분이 비교적 명확했다. 그러나 지금은 증권계좌 안에서도 일정 수준의 단기수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의 자금 이동은 훨씬 빨라졌다. 금리가 높아질수록 이 경계는 더 흐려진다. 결국 금융회사 입장에서 경쟁의 핵심은 ‘예금 상품’이나 ‘펀드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유휴현금을 누가 더 오래 붙잡느냐로 바뀐다.

이런 변화는 은행의 수익구조에도 영향을 미친다. 수신금리 경쟁이 심해지면 조달비용이 올라가고, 대출금리를 같은 폭으로 올리지 못하면 순이자마진은 압박받는다. 반대로 증권사와 운용사는 단기금리 상승을 활용해 현금관리 상품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금리 3%가 금융회사 업종별 실적에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작용하는 이유다.


기업 재무팀에게는 수십bp가 수십억원이 된다


머니마켓 변화는 개인보다 기업에서 더 크게 체감될 수 있다. 대기업은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의 단기 유동성을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연 0.2~0.3%포인트의 수익률 차이만으로도 이자수익이 크게 달라진다. 따라서 기준금리가 오르면 기업 재무팀은 요구불예금에 있던 유휴자금을 MMF와 RP, 단기채권, 정기예금으로 더 적극적으로 이동시키게 된다.

반대로 자금이 필요한 기업에는 같은 금리 인상이 조달비용 상승으로 돌아온다. 특히 CP 시장에서는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일수록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결국 금리 상승은 현금이 많은 기업에는 이자수익 확대의 기회가 되지만, 현금이 부족한 기업에는 조달비용 상승이라는 부담이 된다. 금리 인상기에 기업 간 현금 보유력의 격차가 더 중요해지는 이유다.


현금성 상품이 모두 같은 위험을 가진 것은 아니다


금리 3% 시대에는 현금성 상품의 수익률이 올라가는 만큼 투자자가 안전성을 과대평가할 가능성도 커진다. 은행 예금과 MMF, CMA, RP는 모두 ‘현금처럼 쓰는 상품’으로 인식되지만 법적 성격과 위험은 다르다.

은행 예금은 일정 한도에서 예금자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MMF는 펀드이기 때문에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다. RP는 담보채권을 기초로 한 거래이고, CMA 역시 운용 방식에 따라 위험구조가 다르다. 머니마켓 ETF는 거래소에서 가격이 움직이는 상장펀드이므로 장중 가격 변동 가능성도 있다. 투자자가 수익률 몇 십bp 차이만 보고 상품을 이동하면 위험의 차이를 놓칠 수 있다.

금리가 높아질수록 ‘예금보다 0.1% 더 주는 상품’의 매력이 커지지만, 그 0.1%가 어디에서 발생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신용위험인지, 유동성위험인지, 예금자보호의 차이인지 이해하지 못하면 현금성 상품을 모두 같은 안전자산으로 착각할 수 있다.


현금은 이제 포트폴리오의 ‘빈칸’이 아니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이 시장에 던지는 가장 큰 메시지는 3.00%라는 숫자 자체가 아니다. 예금과 MMF, RP, CD, CP, 통안증권처럼 현금을 둘러싼 모든 가격이 동시에 재조정되고 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현금의 가격이 올라가면 주식은 그보다 얼마나 더 벌어야 하는지가 중요해지고, 장기채권은 단기상품보다 얼마나 높은 금리를 제공해야 하는지가 문제가 된다. 은행은 예금을 붙잡기 위해 얼마를 지급해야 하는지 계산해야 하고, 기업은 단기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얼마의 금리를 감수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결국 머니마켓은 금융시장의 가장 밑단에 있는 시장이 아니라, 모든 자산의 요구수익률을 결정하는 출발점에 가깝다.

향후 시장에서 봐야 할 것은 세 가지다. 기준금리 3%가 CD와 CP, RP에 얼마나 빠르게 전달되는지, 은행 예금에서 MMF와 CMA로 실제 자금 이동이 나타나는지, 그리고 시장이 3%를 금리 고점으로 받아들이는지 여부다.

그중에서도 마지막이 가장 중요하다.

한국은행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에서 성장률 전망은 올라갔고, 물가와 부동산, 가계대출 부담은 여전히 남아 있다. 금리 3%가 끝인지 중간인지에 따라 단기자금의 성격도 달라진다.

금리 3% 시대의 금융시장은 주식이 오르느냐, 채권이 오르느냐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투자자는 이제 ‘기다리는 것’에도 수익률이 붙는 시장에 들어섰다.

그리고 현금이 의미 있는 수익을 주기 시작하는 순간, 시장의 모든 자산은 다시 가격을 계산해야 한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