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끌어올린 실적, 중소기업은 못 웃었다…기업 40% ‘이자도 벅찬’ 현실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 지표가 반도체 업황 회복에 힘입어 개선됐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회복의 온기가 일부 대기업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 비중은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 기업 현장의 체력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2025년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외부감사 대상 법인기업 3만4456곳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6.2%로 전년보다 0.8%포인트 상승했다. 매출액세전순이익률도 6.3%로 1.1%포인트 개선됐다. 겉으로만 보면 기업들이 같은 매출에서 더 많은 이익을 남긴 셈이다. 조사 대상은 제조업 1만3918곳, 비제조업 2만538곳이다.
수익성 개선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었다. 제조업 영업이익률은 5.5%에서 6.9%로 올랐고, 이 가운데 전자·영상·통신장비 업종은 8.8%에서 15.0%로 뛰었다. 반도체 가격 상승과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의 실적을 끌어올린 영향이 컸다. 다만 이 두 회사를 제외하면 전체 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지난해와 올해 모두 4.9%로 같아, 지표 개선이 경제 전반의 고른 회복이라기보다 특정 업종·대기업 효과에 가까웠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익률이 좋아졌다는 총량 지표와 달리, 상당수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은 오히려 약해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이자보상비율이 100%에 못 미친 기업 비중은 39.9%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 38.5%에서 1.4%포인트 높아진 수치로, 2013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대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100% 미만이면 본업에서 번 돈으로 이자비용을 충당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은 이 비율이 1보다 낮은 상태가 3년 이상 지속되면 통상 ‘한계기업’으로 본다고 설명한다.
기업 규모별 격차도 뚜렷했다. 대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5.6%에서 6.6%로 개선됐지만, 중소기업은 4.8%에서 4.6%로 낮아졌다. 반도체와 전기가스업 등 일부 업종이 전체 평균을 끌어올리는 사이, 중소기업 다수는 고금리 장기화와 내수 부진, 비용 부담에서 충분히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전체 기업의 평균 이자보상비율은 305.8%에서 369.8%로 상승했지만, 이와 동시에 이자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기업 비중도 커졌다. 평균은 좋아졌지만 취약 기업의 저변은 넓어진 셈이다.
성장성 지표도 경고음을 냈다. 전체 기업의 매출액증가율은 4.2%에서 2.5%로 둔화됐다. 제조업은 5.2%에서 3.2%, 비제조업은 3.0%에서 1.6%로 각각 낮아졌다. 제조업에서는 석유정제·코크스와 화학제품 업종의 부진이 두드러졌고, 비제조업에서는 건설업 매출 감소 폭이 확대됐다. 건설업은 부동산 수요 위축과 착공 부진의 후유증이 이어졌고, 운수·창고업은 운임 하락과 대외 통상환경 악화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재무 안정성 지표는 일부 개선됐다. 전체 기업의 부채비율은 103.4%에서 98.3%로 하락했고, 차입금의존도도 28.4%에서 27.3%로 낮아졌다. 부채 부담을 줄이려는 기업들의 보수적 경영과 이익 증가가 일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부채비율 하락이 곧바로 기업 체력의 전반적 회복을 뜻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수익 창출력이 약한 기업은 금리가 내려가더라도 매출 회복이 동반되지 않으면 채무 부담을 빠르게 덜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통계가 보여주는 핵심은 ‘반도체 착시’다. 인공지능 투자 확대와 메모리 가격 반등은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 효과가 모든 기업으로 확산되지는 않았다. KDI도 최근 경제동향에서 국내 경제가 반도체 중심의 수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건설투자 부진과 비용 부담 등 취약 요인이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