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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회수출 단속 강화에 국내 기업도 위험…원산지 판정은 ‘경유지’보다 ‘실질 가공’이 갈랐다

경제

우회수출 단속이 강화되면서 국내 기업의 위험은 단순히 어느 나라를 거쳐 수출하느냐보다 어디서 어떤 수준의 가공이 이뤄졌는지에 더 크게 좌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관세청은 2025년 4월 무역안보 특별조사단을 설치한 뒤 같은 해 1~8월 우회수출 적발 규모가 3569억원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미국도 같은 시기 우회수출 적발 기업과 국가를 반기마다 공개하고 해당 물품에 40% 관세와 벌금을 부과하는 제재 방침을 예고해, 한국을 경유지나 조립기지로 활용하는 거래 구조 자체가 기업 리스크로 번지고 있다.

핵심은 원산지 판단 기준이다. 한국 관세청은 원산지를 자본투자국이나 상표 소유국이 아니라 실제로 물품이 채취·생산·제조·가공된 곳으로 본다. 생산 과정에 두 나라 이상이 관련되면 원칙적으로 HS 6단위 세번변경 여부를 보는 실질적 변형 기준이 적용되고, 일부 품목은 부가가치기준이나 가공공정기준이 따르며, 단순 가공은 원산지로 인정되지 않는다. 결국 포장 교체나 서류 정리만으로는 한국산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기준은 국내 단속에만 머물지 않는다. 미국 세관도 원산지 판단에서 실질적 변형 여부를 사례별로 본다고 밝히고 있다. 제품명·성질·용도가 달라질 정도의 제조공정이 있었는지, 공정이 복잡하고 숙련을 요하는지, 부품이 독립된 정체성을 잃는지 등이 함께 검토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같은 제3국 경유라도 단순 조립과 본질적 제조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단속은 강화됐지만 위험은 업종·공정별로 갈린다


관세청이 2025년 9월 공개한 단속 실적을 보면 최근 우회수출은 단순한 국산 프리미엄 편취보다 미국의 고관세율, 수입규제, 반덤핑·상계관세 회피가 목적이 된 경우가 많았다. 관세청은 과거 5년간 총 137건, 7949억원 규모의 불법 우회수출을 적발했고, 2025년 1~8월 적발액만 전년도 연간 실적을 크게 웃돌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행 우회수출 적발액은 같은 기간 3494억원으로 전체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대표 사례도 단순하다.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산 금 가공제품의 원산지증명서를 한국산으로 허위 조작해 미국으로 우회수출한 7개 업체가 2025년 8월 적발됐다. 이들 업체는 한국 세관에는 외국산으로 신고하고, 미국 세관에는 허위 원산지증명서를 붙여 한국산으로 신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원산지 증명과 실제 제조 이력이 어긋나면 경유국이 한국이라는 사실은 방어 논리가 되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같은 조사에서도 기업별 결론이 달랐다


실제 조사 결과는 업종 안에서도 갈렸다. 미국 상무부는 2023년 중국산 태양광 셀·모듈의 우회수출 조사 최종 판단에서 동남아 4개국 8개 회사를 검토한 뒤 5곳은 우회로, 3곳은 비우회로 판단했다. 말레이시아의 한화큐셀과 진코솔라는 비우회로 판정됐지만, 태국의 캐나디안솔라와 트리나솔라, 베트남의 비나솔라 등은 우회로 판단됐다. 같은 산업, 같은 권역 안에서도 실제 공정의 성격과 깊이에 따라 결론이 달라졌다는 의미다.

한화 계열 공식 자료를 보면 이 회사는 이후 미국 내 생산기반을 더 깊게 가져가는 방향으로 공급망을 조정하고 있다. 큐셀은 2026년 6월 조지아주 카터스빌 공장에서 태양광 셀 생산을 시작했다고 발표했고, 이 공장이 완전 가동되면 잉곳·웨이퍼·셀·모듈을 한 공장 안에서 생산하는 미국 내 수직계열 생산체계를 갖추게 된다고 설명했다. 같은 발표에서 회사는 2026년 3분기 말 기준 미국 내 총 생산능력이 8.6GW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단순 경유가 아니라 현지 제조 비중을 높여 원산지와 통상 리스크를 함께 관리하는 방식이다.

반면 철강업은 다른 대응을 보이고 있다. 현대제철은 2025년 7월 이사회 보고 안건에 미국 관세 영향 및 대응전략을 별도로 올렸고, 같은 해 3월에는 북미 그린스틸 투자 승인의 건을 의결했다. 포스코는 2025년 3분기 연결 재무제표 주석에서 미국 정부가 2025년 6월 4일부터 모든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50% 관세를 부과하면서 재무제표 추정에 불확실성이 생겼다고 적시했다. 철강처럼 기존 한국 생산기지의 대미 수출 비중이 중요한 업종은 원산지 판정 문제와 별개로 직접 관세 부담 자체가 커질 수 있어, 현지 투자와 시장 재배치가 더 중요한 대응수단이 되고 있다.


기업이 다시 봐야 할 것은 계약서와 공정도다


이번 단속 강화가 시사하는 지점은 분명하다. 첫째, 원산지는 영업상 표현이나 납품 관행이 아니라 세번변경, 부가가치, 공정 내용처럼 문서로 입증 가능한 기준으로 판단된다. 둘째, 조사 리스크는 업종 전체에 일괄적으로 떨어지지 않고, 어느 법인이 어떤 부품을 어디서 가공해 어떤 서류로 신고했는지에 따라 갈린다. 셋째, 공급망 재편이 곧바로 위험 해소를 뜻하지도 않는다. 제3국 이전이 단순 조립이나 포장 변경에 머물면 우회 판단을 피하기 어렵지만, 현지에서 실질적 변형을 입증할 수 있는 제조체계를 갖추면 같은 산업에서도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국내 기업이 점검해야 할 항목도 이 틀에서 정리된다. 수출 계약서상 원산지 진술 조항, 부품 조달 명세서, 공정도와 작업일지, 원가 산출 근거, 현지 법인의 실제 제조 기능이 서로 맞물려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우회수출 리스크는 이제 통관 부서만의 문제가 아니라 투자, 생산, 영업, 준법 부서가 함께 관리해야 할 사업 리스크가 됐다.

자료: 관세청, 관세청, 국산둔갑 우회수출 발본색원한다(2025.09.12); 관세청, 원산지 표시(2025년 7월 기준 반영 페이지); 국가법령정보센터, 대외무역법(2024.08.21 시행본); 미국 상무부, Department of Commerce Issues Final Determination of Circumvention Inquiries of Solar Cells and Modules from China(2023.08.18); U.S. Customs and Border Protection, Duty on U.S. goods, materials, etc. shipped overseas for assembly and returned back to the United States(2025.11.04); Hanwha, Qcells begins solar cell manufacturing at America’s first and only vertically integrated solar factory in Cartersville, Georgia(2026.06.11); Hyundai Steel, Management Information-Board Activities(2025년 공시 페이지); POSCO, POSCO and its subsidiaries, interim condensed consolidated financial statements(2025.09.30 기준 2025년 3분기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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