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다뷰

시장의 변화와 미래를 읽는 경제지, 미래다뷰

국내 SaaS의 해외 확장, 문제는 ‘글로벌 진출’보다 회수기간이다

경제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이 글로벌 빅테크로 잘 크지 못하는 이유를 단순히 기술력이나 내수시장 규모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상장사 공시와 기업 발표를 함께 보면 더 직접적인 병목은 반복매출을 얼마나 빨리 쌓느냐보다, 그 반복매출이 해외 고객을 데려오는 비용과 현지 운영비를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느냐에 가깝다. 2025년 실적을 기준으로 보면 알서포트는 매출의 62.5%를 수출에서 올렸지만 영업이익률은 4.9%에 그쳤고, 더존비즈온은 해외 비중이 핵심 지표로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데도 국내 클라우드 전환과 AI 내재화로 영업이익률 28.6%를 기록했다. 해외 매출 비중 자체가 성패를 가르는 단일 답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 비교는 발제의 세 축인 ARR, CAC, 해외 매출비중을 그대로 드러낸다. 다만 한국 상장사 공시에서는 미국 SaaS 기업처럼 ARR과 CAC를 정면으로 숫자로 공개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래서 실제 분석에서는 공시된 반복매출 구조, 수출 비중, 지급수수료와 광고선전비, 연구개발비 같은 비용 항목을 함께 읽어야 기업의 해외 확장 체력을 가늠할 수 있다.


반복매출은 보이지만, ARR은 잘 보이지 않는다


알서포트의 2025년 사업보고서는 클라우드 서비스 방식을 SaaS와 같은 개념으로 설명하면서, ID나 단말기 기준으로 사용기간에 따라 과금하고 계약기간에 걸쳐 꾸준한 영업수익이 발생하는 안정적인 판매 방식이라고 적고 있다. 실제 매출도 원격지원 등 주력 부문이 2025년 451억7000만원으로 전년 438억800만원보다 늘었다. 반복과금 구조가 사업의 중심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같은 보고서 안에서도 ARR 수치는 따로 공개되지 않는다. 더존비즈온도 비슷하다. 회사는 2023년 8월과 11월 실적 발표에서 아마란스10과 위하고를 중심으로 클라우드 기반 리커링 매출 비중 확대와 기존 패키지 고객의 클라우드 전환을 성장 동력으로 제시했지만, 투자자가 바로 비교할 수 있는 연간 반복매출 수치를 별도 공시하지는 않았다. 국내 SaaS 기업을 볼 때 ‘SaaS 전환’과 ‘ARR 가시성’은 같은 말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 차이는 기업가치 평가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반복매출이 늘어도 공시 체계에서 ARR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으면, 시장은 매출의 질보다 당장 확인 가능한 분기 실적과 이익률에 더 크게 반응하게 된다. 해외 진출을 위해 선투자한 비용이 단기 이익을 깎는 구간에서는 더 불리하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아도 수익성이 자동으로 따라오지는 않았다


알서포트는 국내 SaaS 기업의 해외 확장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는 반례에 가깝다. 회사 IR 자료와 2025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연결 매출 488억4500만원 가운데 수출이 305억3300만원으로 62.5%를 차지했다. 국내 매출은 183억1200만원이었다. 보고서는 수출의 경우 현지 시장에 맞는 고객 발굴과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해외 종속회사와 파트너사를 통해 판매한다고 설명한다. 일본을 포함한 해외 현지 영업망이 실제 매출로 이어진 사례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알서포트의 2025년 영업이익은 23억9300만원으로 영업이익률이 4.9%까지 낮아졌다. 전년 7.7%보다 더 떨어졌다. 같은 해 비용 항목을 보면 지급수수료가 90억6800만원, 광고선전비가 9억900만원, 경상연구개발비가 114억8300만원이었다. 해외 고객을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한 판매 채널 비용, 제품 고도화 비용, 현지 대응 비용이 함께 쌓이는 구조로 읽힌다. 수출 비중이 높다는 사실만으로 글로벌 확장의 경제성이 입증되지는 않는 셈이다.

반대로 더존비즈온은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4463억원, 영업이익 1277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회사는 옴니이솔, 아마란스10, 위하고 등 핵심 솔루션에 AI를 내재화한 전략이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앞선 실적 발표들에서는 패키지 고객의 클라우드 전환과 리커링 매출 확대를 성장 축으로 제시해 왔다. 해외 매출 비중이 두드러진 기업은 아니지만, 국내 고객 기반 안에서 반복매출 전환과 업셀링이 먼저 수익성을 만들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두 회사를 나란히 놓고 보면 발제의 질문에 대한 답이 조금 달라진다. 한국 SaaS 기업이 글로벌 빅테크로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를 ‘해외로 못 나가서’라고만 보기 어렵다. 오히려 해외로 나간 뒤에도 높은 고객획득비용과 긴 회수기간을 버틸 자본 구조를 갖추지 못하면, 수출 비중이 높아져도 이익 체력은 약해질 수 있다.


CAC는 공시에서 직접 안 보이고, 비용 계정에 숨어 있다


한국 상장 소프트웨어 기업 공시의 한계는 CAC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 SaaS처럼 고객 1명을 확보하는 데 얼마가 들고, 몇 개월 만에 회수되는지를 정형화해 보여주는 사례가 드물다. 그래서 국내 투자자나 산업 독자는 광고선전비만이 아니라 지급수수료, 현지 파트너 수수료, 고객지원 조직 확대, 연구개발비 증가까지 함께 봐야 한다.

알서포트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사업보고서는 수출 판매가 해외 종속회사와 파트너사를 통해 이뤄진다고 적고 있고, 비용 항목에서는 지급수수료와 연구개발비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단순한 판촉비보다 넓은 의미의 고객획득·유지 비용이 손익계산서 여러 곳에 흩어져 있다는 뜻에 가깝다. 글로벌 고객을 확보한 뒤에도 현지 언어 지원, 규제 대응, 제품 보안 고도화, 파트너 관리가 계속 비용으로 남는다.

더존비즈온이 보여준 반대 방향의 교훈도 있다. 이 회사는 해외 확장보다 국내 고객의 클라우드 전환과 통합 플랫폼화를 먼저 밀어 수익성을 높였다. CAC를 크게 늘려 새 해외 시장을 사는 대신, 이미 확보한 고객군에서 반복매출 비중과 객단가를 높이는 전략이 더 빠르게 손익으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국 SaaS 기업이 모두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해야 한다는 통념과는 다른 그림이다.


정책은 늘고 있지만, 개발 지원과 글로벌 영업비는 다른 문제다


정부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2025년 통합 공고에서 스타트업, SaaS 전환, AI SaaS 고도화, 해외 진출을 포함한 지원 체계를 제시했고, 2026년에도 차세대 SaaS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한 개발·사업화 지원 사업을 공고했다. 정책 방향만 놓고 보면 SaaS 전환과 해외 진출을 모두 장려하는 흐름은 분명하다.

다만 이 지원이 곧바로 CAC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 공고의 중심은 개발, 사업화, 현대화, 교육과 같은 제품 준비 단계에 가깝다. 반면 실제 해외 확장의 병목은 현지 레퍼런스 확보, 파트너 채널 구축, 장기 세일즈 인력 유지, 고객 성공 조직 운영처럼 손익계산서에 오래 남는 비용인 경우가 많다. 제품을 SaaS로 바꾸는 것과, 그 SaaS를 해외에서 효율적으로 파는 것은 다른 과제라는 얘기다.

결국 국내 SaaS 기업의 글로벌 확장 장벽은 기술 전환의 실패라기보다 자본배분의 문제에 더 가깝다. 첫째, 반복매출 구조를 갖췄더라도 ARR이 공시에서 선명하게 보이지 않으면 시장은 그 가치를 충분히 평가하기 어렵다. 둘째, 해외 매출 비중이 높아도 CAC 회수기간이 길면 이익률은 쉽게 얇아진다. 셋째, 반대로 내수 기반에서 반복매출과 업셀링을 먼저 확립한 기업은 해외 매출이 크지 않아도 높은 수익성을 만들 수 있다. 한국 SaaS가 글로벌 빅테크로 커지려면 ‘해외 매출 비중 확대’ 자체보다, 그 매출을 얼마나 낮은 비용으로 오래 유지할 수 있느냐가 먼저 증명돼야 한다.

자료: 알서포트, 2025년 사업보고서(2026.03.19); 알서포트, 투자 페이지 실적분석자료(확인일 2026.10.22); 더존비즈온, 2025년 연간 실적 발표 보도자료(2026.02.04); 더존비즈온, 2023년 2분기 실적 발표 보도자료(2023.08.03); 더존비즈온, 2023년 3분기 실적 발표 보도자료(2023.11.02); 과학기술정보통신부·정보통신산업진흥원, 2026년 SaaS 개발·사업화 지원 사업 공고(2026); 과학기술정보통신부·정보통신산업진흥원, 2025년 SaaS 개발 지원사업 통합 공고(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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