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다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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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조작 처벌은 왜 ‘약하게’ 보였나…과징금은 세졌지만 기업 타격은 여전히 들쭉날쭉

경제

국내 자본시장에서 불공정거래 처벌이 약하다는 인식은 제도만 놓고 보면 2024년과 2025년을 거치며 일부 수정이 필요해졌다. 2024년 1월 19일부터는 미공개정보 이용, 시세조종, 부정거래에 대해 부당이득의 최대 2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됐고, 2025년 4월 23일부터는 계좌 지급정지와 금융투자상품 거래 제한, 상장사 임원선임 제한까지 도입됐다. 문제는 제재 수단이 늘었다는 사실과 시장 신뢰가 실제로 회복됐다는 판단이 같지 않다는 점이다. 투자자 피해는 시세 급변 시점에 즉시 발생하지만, 제재는 조사와 형사 절차를 거친 뒤 뒤늦게 집행되는 경우가 많고, 기업이 입는 비용도 일률적이지 않다.

이 때문에 독자들이 체감하는 핵심은 처벌의 법정 상한보다 실제 작동 경로다. 어떤 사건은 회사의 영업과 이익에 직접 충격을 주지만, 어떤 사건은 경영진 교체나 내부통제 강화로 이어질 뿐 실적 자체는 유지되기도 한다. 제재가 강해졌는데도 “왜 아직 약해 보이느냐”는 질문이 남는 이유다.


뒤늦게 강해진 제재, 한국은 오랫동안 형사처벌 중심이었다


금융위원회 설명을 보면 한국의 불공정거래 제재 체계는 오랫동안 형사처벌 중심이었다. 금융당국은 2024년 1월 시행된 자본시장법 개정을 소개하면서, 그전까지는 3대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형사처벌만 가능했고 새 제도로 과징금과 부당이득 산정 법제화, 자진신고 감면이 도입됐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한국은 시장질서 교란행위 일부를 제외하면 미국이나 영국처럼 행정상 금전제재를 먼저 넓게 활용하는 구조가 아니었다.

현재 자본시장법상 금융위원회는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2배 이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고, 그 금액을 산정하기 곤란하면 40억원 이하 과징금도 가능하다. 여기에 2025년 4월부터는 위반 계좌의 지급정지, 최대 5년의 금융투자상품 거래 제한, 최대 5년의 상장사 임원선임 제한이 추가됐다. 불공정거래로 얻은 이익에 연동한 벌금 기준도 2025년 3월부터 4~6배 수준으로 강화됐다.

다만 제도 강화는 시작일 뿐이다. 불공정거래 사건은 혐의 입증과 부당이득 산정이 복잡해 조사 기간이 길어지는 경우가 많고, 피해 투자자에게 손실이 자동으로 되돌아가는 구조도 아니다. 과징금은 국가가 부과하는 공적 제재이지, 곧바로 민사상 손해배상으로 연결되는 장치는 아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사례, 시장 충격은 컸지만 기업 제재는 한시적이었다


기업에 미치는 직접 효과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는 삼성증권의 2018년 배당착오 사태가 남아 있다. 금융위원회는 당시 현금배당 대신 총 28억1000만주의 자사 주식이 잘못 입고됐고, 일부 직원 매도로 당일 주가가 장중 최대 11.7% 하락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이 사건에 대해 삼성증권에 업무 일부정지 6개월과 과태료 1억4400만원을 부과했다.

이 사건은 시장 신뢰 훼손이 매우 컸지만, 회사 차원의 재무 타격이 장기적으로 고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삼성증권은 이후에도 영업을 지속했고, 회사가 공개한 연혁과 연차보고서상 2024년에는 패밀리오피스 고객 자산 30조원을 넘겼고 2025년에는 연금 자산도 30조원을 돌파했다. 제재가 없었다는 뜻은 아니지만, 제재의 효과가 회사 존립을 흔드는 구조적 비용으로 이어지기보다는 한시적 영업 제한과 내부통제 강화, 브랜드 신뢰 회복 비용으로 흡수된 셈이다.

이 사례는 한국 제재가 약했다기보다, 제재가 곧바로 기업가치 훼손으로 직선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증권사는 자본규제 산업이고 핵심 고객 기반이 유지되면 사고 이후에도 영업을 회복할 여지가 크다. 투자자 불신이 컸더라도 회사 손익계산서에 남는 흔적은 생각보다 제한적일 수 있다.


카카오 사례, 신뢰 훼손과 실적은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않았다


반대로 경영진 관련 불공정거래 의혹이 그룹 지배구조와 평판에 충격을 줬지만, 실적은 다른 흐름을 보인 사례로는 카카오를 들 수 있다. 카카오는 2024년 2월 외부 독립기구인 준법과신뢰위원회의 개선 권고를 받았고, 2025년 1월에는 책임경영·윤리적 리더십·사회적 신뢰회복 관련 개선안 이행을 완료했다고 공표했다. 이는 불공정거래 의혹과 별개로 시장 신뢰 회복 비용이 주로 지배구조와 준법체계 정비 쪽에서 발생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같은 회사의 실적 공시는 다른 그림을 보여준다. 카카오는 2025년 연간 매출 8조900억원, 영업이익 7320억원으로 역대 최대 연간 실적을 냈다고 밝혔다. 불공정거래 의혹과 관련한 평판 리스크가 기업 전체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즉시 훼손하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이 대목이 일반 투자자에게 가장 혼란스러운 지점이다. 시장은 경영진 리스크를 할인 요인으로 볼 수 있지만, 플랫폼 기업의 실적은 광고, 커머스, 콘텐츠, 인공지능 투자 성과 같은 다른 변수에도 크게 좌우된다. 결국 제재의 실효성을 실적으로만 판단하면 “이렇게 큰 사건인데 왜 회사 숫자는 버티느냐”는 의문이 남고, 반대로 법 집행만 보면 “예전보다 훨씬 세졌다”는 당국 설명도 맞게 된다. 두 진술이 동시에 성립하는 것이다.


왜 해외보다 약하게 느껴지나, 벌칙보다 집행 속도와 환수 방식의 차이


한국 제재가 해외보다 약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단순히 법정형이 낮아서만은 아니다. 영국 금융감독청은 시장남용에 대해 무제한 벌금을 부과할 수 있고, 형사상 시장조작에는 최대 10년 징역과 무제한 벌금이 가능하다고 안내한다. 일본 증권거래감시위원회도 최근 시장조작 사건에서 개인은 최대 10년 징역과 최대 3000만엔 벌금, 법인은 최대 7억엔 벌금이라는 법정형을 제시했다.

한국도 최근에는 부당이득 연동 벌금과 과징금, 지급정지, 거래 제한, 임원선임 제한까지 갖추기 시작했지만, 제도 도입 시점이 상대적으로 늦었다. 더구나 국내 투자자들이 체감하는 약함은 선고형량 자체보다 “사건이 터진 뒤 오래 지나서야 처분이 나온다”, “피해 회복이 따로 자동 진행되지 않는다”, “회사와 경영진, 중개기관의 책임이 서로 다르게 귀속된다”는 구조에서 나온다. 즉 한국은 이제야 제재 수단의 외형을 맞추는 단계에 가깝고, 시장 신뢰를 좌우하는 집행의 속도와 예측 가능성, 환수의 체감도는 아직 별도 과제로 남아 있다.


시장 신뢰 회복의 기준은 과징금 액수보다 ‘누가 얼마나 잃는가’에 달려 있다


정리하면 한국의 불공정거래 처벌은 2024년 1월과 2025년 4월을 지나며 법적으로는 분명히 강해졌다. 그러나 시장 신뢰 회복 여부는 과징금이나 벌금의 상한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삼성증권 사례처럼 제재가 있어도 핵심 영업 기반이 유지되면 기업은 회복할 수 있고, 카카오 사례처럼 신뢰 훼손이 지배구조 개편으로 이어져도 실적은 버틸 수 있다.

따라서 투자자 관점에서 더 중요한 질문은 “처벌이 세졌는가”보다 “제재가 피해 발생 시점과 얼마나 가깝게 작동하나”, “부당이득 환수가 투자자 보호로 연결되나”, “기업과 경영진, 중개기관에 비용이 어떻게 배분되나”에 가깝다. 한국 시장에서 불공정거래 처벌이 여전히 약하게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법조문은 강해졌지만, 투자자가 체감하는 손실 회복과 기업의 실질 비용 부담은 아직 사건마다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자료: 국가법령정보센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26.10.2 시행 현행); 금융위원회, 삼성증권 검사결과 제재(2018.7.26);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 시행 관련 보도자료(2023.1.18); 금융위원회,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조사·제재체계 개선방안 후속조치(2024.11.6); 금융위원회, 새로운 불공정거래·불법공매도 제재수단 도입 보도자료(2025.4.14); 삼성증권, FY2025 Annual Report 및 회사 연혁(2026.6.30, 열람 기준 2026.10.22);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회 관련 보도자료(2024.2.20, 2025.1.15); 카카오, 2025년 연간 실적 발표(2026.2.12); FCA, Market abuse 안내문(열람 기준 2026.10.22); Japan Securities and Exchange Surveillance Commission, market manipulation criminal charge notice(2025.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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