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다뷰

시장의 변화와 미래를 읽는 경제지, 미래다뷰

[칼럼]종신보험을 적금처럼 파는 사회, 보험 불완전 판매 경종

오피니언

무료 강의장과 박람회장을 파고든 보험 오인판매
-문제는 상품이 아니라 판매를 가능하게 한 금융 소비 환경이다

2024022012563220709 l
[금융감독원. 제공=금감원]

금융감독원이 다시 종신보험 불완전판매에 대한 경고를 내놓았다. 내용은 새롭지 않다. 케이크 만들기 원데이클래스, 베이비페어, 웨딩박람회, 사내교육, 농·축협 창구 등 일상적 공간에서 종신보험이 목돈 마련 상품처럼 권유됐다는 민원이 반복됐다는 것이다. 상품의 본질은 사망 보장인데, 판매의 언어는 저축과 재테크였다. 이 간극이야말로 한국 금융소비 시장의 오래된 병폐다.

종신보험은 원래 유족의 생활 안정을 위한 보장성 상품이다. 가입자가 사망했을 때 보험금이 지급되도록 설계된 계약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이 상품이 종종 “적금보다 유리하다”, “자녀 교육자금으로 쓸 수 있다”, “노후 준비에 도움이 된다”는 식으로 포장된다. 보장이라는 본질은 뒤로 밀리고, 자산 형성이라는 기대만 앞에 선다. 소비자는 보험에 가입했다고 생각하기보다 돈을 모으는 수단을 하나 더 확보했다고 오인하게 된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한 설명 실수나 일부 판매자의 일탈로만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왜 하필 원데이클래스와 박람회, 사내교육장 같은 공간에서 이런 일이 반복될까. 답은 분명하다. 그곳은 소비자의 경계심이 낮아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보험을 사기 위해 그 공간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취미를 즐기고, 육아 정보를 얻고, 결혼 준비를 하고, 회사 교육을 듣기 위해 간다. 그 안에서 재테크, 절세, 자산관리라는 언어가 덧씌워지면 상품의 구조보다 이야기의 설득력이 먼저 작동한다.

이 지점에서 금융은 설명의 산업이 아니라 서사의 산업이 된다. 보험상품은 본래 복잡하다. 납입 구조, 사업비, 해지환급금, 보장 범위, 전환 조건까지 꼼꼼히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판매 현장에서는 이런 구조가 아니라 “지금 시작하면 유리하다”, “적금보다 낫다”, “교육비 마련에 도움이 된다”는 짧고 쉬운 문장이 소비자를 움직인다. 금융이 어려운 만큼 더 쉽게 설명돼야 한다는 말은 맞다. 그러나 쉬운 설명이 본질을 가릴 때, 그것은 친절이 아니라 유도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경고가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당국은 이미 여러 차례 종신보험을 저축상품처럼 오인하게 하는 판매 관행을 지적해왔다. 그럼에도 같은 민원이 반복된다는 것은, 경고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시장이 그 경고를 흡수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판매 채널은 더 생활 밀착형이 됐고, 소비자를 설득하는 언어는 더 세련돼졌다. 반면 소비자가 상품의 본질을 따지는 시간은 더 짧아졌다. 금융회사가 파는 것은 계약서지만, 실제로 소비자가 사는 것은 안심과 기대다. 그래서 불완전판매는 언제나 정보 부족보다 기대 과잉에서 시작된다.

종신보험 자체를 문제 삼을 필요는 없다. 부양가족이 있고, 사망 이후의 경제적 위험을 대비해야 하는 가계라면 종신보험은 여전히 유효한 수단일 수 있다. 하지만 목적이 다르면 판단도 달라져야 한다. 보장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보험이 맞고, 목돈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저축이나 투자 상품이 맞다. 문제는 이 경계가 판매 현장에서 흐려진다는 데 있다. “보장성 상품이지만 저축처럼 활용할 수 있다”는 말은 언뜻 합리적으로 들리지만, 실제로는 상품 선택의 기준을 흐리는 가장 위험한 표현일 수 있다.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금융을 공부보다 분위기로 배워왔다. 은행 창구의 말, 지인의 소개, 회사 교육, 이벤트 현장의 설명이 계약 판단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았다. 복잡한 상품일수록 더 그랬다. 그러니 종신보험이 적금처럼 팔리는 문제는 보험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금융소비자가 상품 구조보다 판매 장면을 더 신뢰하도록 만든 시장 전체의 습관이기도 하다. “어디서 들었는가”가 “무엇을 샀는가”를 압도하는 구조에서는 언제든 비슷한 민원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번 금감원 경고를 소비자 유의사항 정도로만 받아들여선 안 된다. 이 문제는 금융시장의 신뢰와 연결돼 있다. 보험을 보험답게 팔지 못하는 시장은 결국 모든 상품의 설명을 의심받게 만든다. 소비자는 더 방어적으로 변하고, 판매자는 더 강한 언어로 설득하려 한다. 그 악순환 속에서 남는 것은 장기계약에 대한 후회와 금융권 전체에 대한 불신뿐이다.

그래서 이번 사안을 보며 다시 확인해야 할 것은 단순하다. 종신보험은 저축이 아니라 보장이다. 이 당연한 문장이 반복해서 소비자경보가 되어야 하는 현실이 문제다. 금융이 신뢰를 회복하려면 상품을 바꾸기 전에 먼저 언어를 바로잡아야 한다. 보험을 적금처럼 말하는 순간, 판매는 이미 설명의 선을 넘은 것이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제호 : 미래다뷰 주소 : 경기 파주시 와동동 1431(운정역HB하우스토리시티) 321호 대표전화 : 070-4792-7720 팩스 : 02-701-0585 등록번호 : 경기,아52805 발행·편집인 : 최창호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현주 발행일 : 2017-01-13 등록일 : 2017-01-13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