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급등해도 자동 증액은 아니다…하도급 손실 분담, 설계변경·원가상승·특약이 갈랐다
건설 공사비가 올랐다고 해서 하청업체의 계약금액이 곧바로 늘어나는 구조는 아니다. 실제 기준은 하나가 아니라 셋으로 나뉜다. 발주자와 원도급 계약이 설계변경이나 경제상황 변동으로 조정됐는지, 자재비·노무비·경비 상승이 법상 조정협의 요건에 해당하는지, 애초 계약에 비용 전가성 특약이 들어 있었는지에 따라 손실 분담의 출발점이 달라진다.
이 차이는 기업 공시만 봐도 드러난다. 현대건설은 공식 투자정보에서 2024년 영업이익률이 마이너스 3.9%였다가 2025년 2.1%로 돌아섰다고 제시했다. 반면 DL이앤씨는 2025년 연결 영업이익 3870억원, 영업이익률 5.2%를 공시·IR 자료에 올렸다. 원사업자 실적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 만큼, 하도급 손실도 일률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더구나 에이치디씨의 2023년 연결 사업보고서 주석에는 보증채권자 항목에 ‘각 현장별 하도급계약상 하수급인’이 반복 기재돼 있는데, 이는 대금 지급보증 장치의 존재를 보여줄 뿐 공사비 상승분이 얼마나 전가되거나 흡수됐는지까지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
첫 기준은 발주자 계약이 실제로 바뀌었는지다
하도급법 제16조의 핵심은 원사업자가 발주자로부터 설계변경이나 경제상황 변동 등을 이유로 추가금액을 받았는지 여부다. 이 경우 같은 사유로 하청 공사에도 추가비용이 들었다면 원사업자는 받은 추가금액의 내용과 비율에 따라 하도급대금을 조정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서식과 법령 안내에는 원사업자가 발주자로부터 계약금액을 증액 또는 감액받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그 사유와 내용을 통지하고, 30일 이내에 하도급대금을 증액 또는 감액해야 한다는 절차도 반영돼 있다.
반대로 말하면 발주자 단계의 증액이 확인되지 않거나, 증액은 있었지만 하청 공사에 어떤 항목이 얼마나 추가됐는지 연결되지 않으면 자동 인상으로 보기 어렵다. 현장에서 흔히 말하는 ‘공사비 폭등’만으로는 부족하고, 원도급 변경계약서와 하도급 내역서 사이에 같은 비용 항목이 이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둘째 기준은 원가 상승 자체가 협의 개시 요건을 넘었는지다
발주자 단계의 증액이 없더라도 길은 있다. 하도급법 제16조의2와 시행령은 재료비·노무비·경비 같은 공급원가가 일정 수준 이상 변동하면 수급사업자나 중소기업협동조합이 원사업자에게 하도급대금 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두고 있다. 시행령상 조합 협의 요건은 계약 체결 후 60일 이상이 지나고, 계약금액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비용 항목이 기준 이상 변동하거나 변동금액이 나머지 하도급대금의 3% 이상인 경우 등으로 설계돼 있다. 원사업자는 신청을 받으면 10일 안에 협의를 개시해야 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거나 미루면 법 위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다만 여기서도 법이 보장하는 것은 ‘자동 증액률’이 아니라 ‘협의 개시 의무’다. 어느 자재가 주요 비용인지, 상승 기준 시점이 언제인지, 이미 단가에 반영된 항목은 없는지, 선급금이나 기존 변경계약으로 일부 보전된 비용은 없는지에 따라 실제 조정 폭은 달라진다. 원가가 올랐다는 사정과 얼마를 올려야 하는가는 같은 문제가 아니다.
분쟁조정 사례가 보여준 반례, 청구액 전부가 인정되지는 않았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이 2025년 7월 공개한 건설 하도급 분쟁조정 사례는 이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한 토공 하청업체는 2023년 2월 시작한 재개발 토공사를 세 차례 변경계약 끝에 공사금액 18억2000만원에서 25억8000만원으로 늘려 수행했고, 공사기간도 2024년 10월 30일까지 연장됐다. 공사 완료 뒤 이 업체는 현장관리비에 해당하는 간접공사비 9600만원을 추가 청구했지만, 조정협의회는 계약 내역서에 현장관리비가 별도 항목으로 특정되지 않은 점과 실제 상주인력·기간을 확인하기 어려운 점 등을 이유로 청구액 전부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신 40%인 3840만원만 추가 하도급대금으로 반영했다.
같은 해 9월 공개된 또 다른 사례에서는 사옥 신축공사 중 석공사를 맡은 하청업체가 공사금액 8억3500만원 계약을 마친 뒤 1억2100만원의 잔금을 받지 못해 조정을 신청했다. 원사업자는 발주자로부터 도급대금을 받지 못해 지급이 늦었다고 주장했지만, 조정원은 하도급법 제13조상 목적물 인수일로부터 60일 이내 지급 원칙을 전제로 사건을 다뤘다. 발주자 자금사정이 곧바로 하도급대금 지급 지연의 면책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한 셈이다.
결국 계약서에서 먼저 봐야 할 것은 특약과 내역서다
실무에서 가장 먼저 확인할 문서는 원도급 공사비 지표가 아니라 계약서와 변경내역서다. 2024년 4월 1일부터는 하도급법 개정으로 서면에 없는 추가 요구 비용, 원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민원처리·산업재해 관련 비용, 입찰내역에 없는 사항을 하청에 떠넘기는 약정 등 일부 부당특약은 그 부분에 한해 무효가 된다. 공정거래위원회도 2024년 12월 24일 건설업종 표준하도급계약서를 개정해 최근 법 개정사항과 거래 현실을 반영했다고 안내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하청 손실 분담의 기준은 ‘공사비가 올랐느냐’가 아니라 ‘어떤 비용이, 어떤 계약 단계에서, 어떤 근거로 바뀌었느냐’에 가깝다. 발주자 증액이 확인되면 제16조가, 자재·노무·경비 상승이 누적되면 제16조의2가, 비용 전가성 조항이 문제라면 부당특약 무효 규정이 각각 작동한다. 기업별 차이와 반례가 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적이 좋아진 원사업자라고 해서 하도급 원가조정이 넉넉했다고 단정할 수 없고, 반대로 원사업자 수익성이 악화했다고 해서 법정 조정 의무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자료: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시행 2026.10.2)·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시행령 관련 조문 및 개정이유; 공정거래위원회, 불공정하도급거래시정·제도개선사항·표준하도급계약서(건설업종, 2024.12.24 개정); 한국공정거래조정원, (하도)(건설)(2025)토목건축공사업자의 하도급대금 미지급 관련 분쟁(2025.7.30)·(하도)(건설)(2025)건축공사업자의 하도급대금 미지급 관련 분쟁조정 사례(2025.9.29); 현대건설, 주요지표(2025년 기준 공시 화면); DL이앤씨, 재무하이라이트 및 2025년 연간 실적 자료; 에이치디씨, 2023년 연결 사업보고서 주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