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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가동률 하락이 왜 적자로 번지나…감가상각·매출원가가 갈라놓는 기업별 차이

경제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 곧바로 적자가 난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설비투자 비중이 큰 제조업에서는 생산량이 줄어도 감가상각비와 인건비, 유틸리티, 유지보수 같은 고정성 비용이 단기간에 함께 줄지 않기 때문에 손익이 빠르게 악화하기 쉽다. 핵심은 생산 감소 자체보다, 줄어든 물량 위에 어느 정도의 고정비가 남아 있느냐와 그 비용을 제품 가격이나 제품 믹스 개선으로 흡수할 수 있느냐다.

이 구조는 회계 처리에서도 드러난다. 재고자산 원가에는 제조 관련 고정비가 들어가지만, 생산이 비정상적으로 낮거나 유휴설비가 커질 때 발생한 비용까지 무한정 재고에 쌓아 둘 수는 없다. 정상조업도를 기준으로 배부되지 못한 고정 제조간접원가와 비정상적 비효율 비용은 결국 당기 비용으로 손익계산서에 반영된다. 공장 가동률 하락이 매출 감소보다 더 빠르게 영업이익을 훼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동률 하락이 손익으로 번지는 경로


가동률이 떨어질 때 가장 먼저 나타나는 변화는 단위당 원가 상승이다. 같은 설비를 돌리더라도 생산량이 줄면 감가상각비와 공장 고정비가 더 적은 수량에 배부된다. 판매가격이 그대로이거나 업황 부진으로 오히려 낮아지면 매출총이익률이 먼저 흔들리고, 재고가 누적되면 평가손실이나 재고충당 부담까지 뒤따를 수 있다.

다만 모든 저가동이 같은 속도로 적자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정기보수처럼 예정된 가동 중단인지, 수요 부진으로 라인을 세운 것인지, 저수익 범용 제품 비중을 줄이고 고부가 제품 비중을 높이는 과정인지에 따라 손익 효과는 달라진다. 같은 10%포인트의 가동률 하락이라도 고정비 비중이 높은 장치산업과 외주 비중이 높은 조립산업의 충격은 다를 수밖에 없다.

통계청 계열 경기지표도 제조업 가동률을 별도 지표로 관리한다. 정부 지표 설명은 생산능력과 가동률 지수가 경기동향 판단의 기초자료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출하가 먼저 줄고 생산 조정이 뒤따를 때 재고와 원가 부담이 커진다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같은 제조업인데 결과가 다른 이유


기업별 차이는 최근 공시와 연간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롯데케미칼은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18조4830억원, 영업손실 943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같은 자료에서 국내 범용 석유화학 사업 재편, 최적 설비 가동률 확보, 운영 합리화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는데, 이는 업황 부진 국면에서 단순 증산보다 가동률 조정과 설비 운영 축소가 손실 방어 수단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동률을 무리하게 올려도 제품 스프레드가 받쳐주지 않으면 손실이 줄지 않는다는 뜻이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2025년 매출 25조8100억원, 영업이익 5170억원으로 4년 만에 연간 흑자 전환했다. 회사의 연간 보고서는 일부 대형 및 중소형 OLED 생산시설의 감가상각 기간 종료로 상각 부담이 낮아졌다고 적었다. 여기에 저수익 LCD 비중을 줄이고 OLED 비중을 2025년 매출의 61%까지 높이면서, 같은 제조업이라도 제품 믹스와 감가상각 사이클 변화가 손익을 뒤집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 가동률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반례다.

삼성전자도 같은 점을 보여준다. 2025년 사업보고서 기준 DS 부문은 감가상각비가 34조5085억원에 달했지만 영업이익도 21조6957억원을 기록했다. 감가상각 규모가 크다는 사실만으로 적자를 예고할 수 없다는 의미다. 다만 삼성전자는 2025년 2분기 잠정실적 설명자료에서 비메모리 사업의 판매 제약, 재고충당과 함께 라인 가동률 저하가 실적 하락 요인이라고 밝혔다. 같은 회사 안에서도 수요가 강한 메모리와 수익성이 약한 비메모리의 결과가 갈렸다.

결국 공장 가동률 하락이 적자로 번지는지는 세 가지가 함께 맞물린다. 첫째, 감가상각과 공장 고정비 비중이 얼마나 큰지, 둘째, 낮아진 물량을 고부가 제품이나 가격 인상으로 만회할 수 있는지, 셋째, 저가동이 일시적 정비인지 구조적 수요 부진인지다. 업종이 같아도 이 조합이 다르면 손익은 정반대로 움직일 수 있다.


공시에서 확인해야 할 숫자와 한계


독자가 실제 공시에서 먼저 볼 숫자는 생산능력과 가동률, 유형자산 감가상각비, 매출원가, 재고자산, 사업부별 수익성이다. 그러나 공장별 생산량과 공장별 감가상각, 공장별 매출원가가 같은 수준으로 한 번에 공개되는 경우는 드물다. 어떤 회사는 생산능력과 가동률을 비교적 자세히 공개하지만 손익은 연결 또는 사업부 단위로만 제시하고, 어떤 회사는 감가상각 총액은 보이지만 개별 라인별 배부액은 드러내지 않는다.

이 때문에 특정 공장의 저가동이 얼마만큼의 적자를 만들었는지를 외부에서 정확히 산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금융감독원이 2025년 7월 발표한 2024년 사업보고서 점검 결과에서도 재고자산과 대손충당금 등 재무사항 기재가 미흡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투자자와 공급망 의사결정자가 기업 발표를 볼 때 회사의 설명만 따로 읽기보다, 사업보고서 본문과 재무제표 주석, 분기 실적 설명자료를 함께 대조해야 하는 이유다.

정리하면 제조업 적자는 가동률 숫자 하나에서 바로 나오지 않는다. 저가동이 남기는 유휴 고정비, 감가상각 사이클, 제품 믹스, 재고 평가, 가격 협상력까지 함께 봐야 한다. 공장 가동률 하락은 손익 악화의 출발점일 수 있지만, 적자로 번지는 최종 경로는 기업마다 전혀 다르게 설계돼 있다.

자료: 국제회계기준위원회, IAS 2 Inventories(2022);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KOSIS 100대지표 중 제조업 생산능력 및 가동률지수(최종 확인 2026-10-23); e-나라지표, 제조업 생산능력 및 가동률지수 지표설명(최종 확인 2026-10-23); 롯데케미칼, 2025년 경영실적 발표(2026-02-04); 롯데케미칼, 재무 하이라이트(최종 확인 2026-10-23); LG디스플레이, 2025 Annual Report Form 6-K(2026-03-12); LG디스플레이, 재무정보(최종 확인 2026-10-23); 삼성전자, 사업보고서(2026-03-10); 삼성전자, 2025년 2분기 잠정실적 설명자료(2025-07-08); 금융감독원, 2024년 사업보고서 점검 결과 및 공시설명회 개최(2025-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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