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중소형주 80종목에 시장조성 지원…주가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은 스프레드
MAS, 2028년 말까지 S$2천만 투입
목표는 거래대금 확대보다 체결비용·가격발견 개선
지원이 곧 수익률 보장은 아니라는 점이 핵심
싱가포르 통화청(MAS)이 2026년 9월 29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금융부문개발기금에서 2천만 싱가포르달러를 투입해 SGX 상장 중소형주와 신규 상장주의 시장조성 활동을 지원하는 GEMS Market Making Grant를 2028년 12월 31일까지 운영한다. 초기 지원 대상은 약 80개 종목이다. 다만 이는 고정 명단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재검토되는 범위다.
이 조치를 증시 부양책으로만 읽으면 핵심을 놓치기 쉽다. 정부가 시장조성자를 지원한다고 해서 중소형주 가격이 반드시 오르는 것은 아니다. MAS가 이번 조치의 목표로 제시한 것도 주가 상승이 아니라 매수·매도 호가 차이 축소, 체결비용 절감, 가격발견 기능 강화다.
거래량보다 스프레드가 먼저인 이유
중소형주는 거래가 아예 없지 않더라도 원하는 가격에 즉시 사고팔기 어렵다는 문제가 크다. 화면상 거래량이 어느 정도 있어 보여도 매수호가와 매도호가 간격이 넓으면 실제 투자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커진다. 같은 1만주를 거래하더라도 스프레드가 좁은 종목과 넓은 종목의 체감 비용은 크게 달라진다.
이 때문에 유동성을 볼 때 거래량 하나만으로 판단하면 왜곡이 생긴다. 유동성에는 거래량, 호가 스프레드, 주문장 깊이, 체결 속도처럼 서로 다른 지표가 함께 작동한다. MAS와 2025년 주식시장 검토보고서가 시장조성의 기능을 연속적인 양방향 호가 제시, 스프레드 축소, 집행 품질 개선으로 설명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정부가 사주는 정책이 아니라 거래 마찰을 낮추는 정책
이번 지원은 정부가 특정 종목을 매입해 가격을 떠받치는 방식과는 다르다. MAS 설명대로 시장조성자로 지정된 참여자들이 일정 성과 의무 아래 호가를 지속적으로 제시할 수 있도록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구조에 가깝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거래 상대방이 더 안정적으로 나타나고, 발행사 입장에서는 상장 뒤 주가가 왜곡 없이 평가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신규 상장주나 중소형주는 투자자층이 얇아 작은 주문에도 가격이 크게 흔들리기 쉽다. 이런 구간에서 스프레드가 좁아지고 주문장 품질이 개선되면 거래 자체가 쉬워지고, 그 결과로 기관과 개인의 참여 기반이 넓어질 수 있다. 주가 상승은 이 과정의 결과일 수는 있어도 정책이 직접 약속하는 대상은 아니다.
싱가포르가 노리는 것은 중소형주 가격이 아니라 시장 기능
MAS의 이번 조치는 2025년 11월 공개된 주식시장 경쟁력 강화 최종보고서의 연장선에 있다. 당시 보고서는 싱가포르 증시가 대형주 중심으로는 비교적 질서가 유지되지만, 소형주와 신규 상장주에서는 슬리피지 비용이 높고 전담 유동성 공급자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결국 상장 유치, 기관 자금 유입, 리서치 확대와 함께 거래 인프라를 손보지 않으면 중소형주 시장은 살아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 점에서 약 80개 지원 대상은 숫자 자체보다 선별 기준이 더 중요하다. MAS는 기준지수 평균보다 집행비용이 높고 일정 수준의 거래 수요가 있는 종목을 중심으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유동성이 전혀 없는 종목을 무조건 살리기보다, 시장조성 지원이 실제 가격발견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간을 먼저 겨냥한 셈이다.
앞으로 확인할 변수는 체결 품질의 실제 변화
정책 효과를 보려면 단순 거래대금 증가보다 세 가지를 함께 봐야 한다. 첫째, 평균 스프레드가 실제로 좁아졌는지다. 둘째, 주문장 깊이가 늘어 대량 주문에도 가격 충격이 줄었는지다. 셋째, 신규 상장주와 중소형주에 대한 기관 참여가 넓어졌는지다. 이 지표들이 개선돼야 이번 지원은 단기 부양책이 아니라 시장 기능 회복 조치로 평가될 수 있다.
결국 싱가포르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중소형주 정책의 성패는 며칠간의 주가가 아니라 거래 마찰을 얼마나 줄였는지에서 가려진다. 투자자에게 필요한 판단 기준도 수익률 약속이 아니라, 더 좁은 스프레드와 더 나은 가격발견이 실제로 만들어졌는지 여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