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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무너지는 ‘사장님 안전망’…자영업 실업급여 역대 최대… 폐업 100만 시대

커버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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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문은 열려 있지만, 장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손님이 끊긴 것은 아니지만, 남는 돈은 갈수록 줄고 있다. 식자재값은 오르고, 인건비와 임대료는 고정된 채 버티고 있으며, 대출 이자는 매달 빠져나간다. 매출이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비용만 먼저 뛰는 구조가 이어지자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영업을 계속하면서도 사실상 적자와 폐업 사이를 오가고 있다.

자영업자 위기의 단면은 실업급여 통계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자영업자에게 지급된 실업급여 총액은 205억2600만원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2016년 32억5100만원 수준이던 지급액은 9년 사이 여섯 배 넘게 불어났다. 수급자 수도 같은 기간 1148명에서 3820명으로 세 배 이상 늘었다. 제도 이용자가 조금 증가한 수준이 아니라, 폐업 이후 최소한의 생계 보전을 필요로 하는 자영업자가 구조적으로 늘고 있다는 의미다.

자영업자 실업급여는 아무나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아니다. 50인 미만 사업체를 운영했어야 하고, 일정 기간 고용보험에 가입해야 하며, 매출 감소 등 비자발적 폐업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다시 말해 이 통계에 잡힌 사람들은 단순히 장사를 접은 이들이 아니라, 매출 악화와 경영난 속에서 더 이상 사업을 유지하기 어려웠다는 점을 제도적으로 인정받은 자영업자들이다. 수급자가 역대 최대라는 사실은 폐업의 질이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선택적 폐업보다 생존형 폐업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장의 체감은 더 가파르다. 음식점, 카페, 도소매업처럼 내수 경기에 민감한 업종일수록 비용 압박은 즉각적으로 나타난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한 소상공인 단체 관계자는 최근 자영업자의 상황을 두고, 직원 인건비와 각종 고정비를 치르고 나면 업주가 가져가는 돈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돼지고기와 채소, 김치, 양념류 등 기본 식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매출이 유지돼도 수익은 줄어드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보다 메뉴 가격을 올리기도 어렵다. 소비 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가격 인상은 곧바로 손님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폐업 신고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2024년 폐업 신고를 한 개인·법인 사업자는 100만8282명으로,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다. 전년보다 2만 명 넘게 늘어난 수치다. 특히 주목할 점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기보다 팬데믹 이후 폐업이 더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당시에는 정부 지원금과 금융권 대출, 만기 연장 조치 등이 충격을 일부 흡수했다. 그러나 지원이 줄고 상환 부담이 돌아오자 미뤄졌던 폐업이 한꺼번에 현실화됐다. 위기는 끝난 것이 아니라 뒤늦게 청구서를 내민 셈이다.

문제는 자영업의 위기가 특정 업종이나 일부 영세 사업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 있다. 한국 경제에서 자영업은 개인 사업 영역을 넘어 고용, 소비, 지역상권, 가계부채와 맞물려 있다. 자영업자가 무너지면 한 가게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곳에서 일하던 종업원의 일자리도 불안해지고, 주변 상권의 유동 인구도 줄어든다. 거래처와 납품업체, 임대시장에도 충격이 번진다. 폐업이 늘어난다는 것은 내수의 가장 아래쪽에서부터 경제의 균열이 커지고 있다는 신호다.

자영업자 실업급여 지급액이 급증한 배경에는 고물가와 고금리, 내수 부진이 동시에 작용했다. 음식점과 소매업은 원재료 가격 상승을 가장 먼저 떠안지만, 이를 판매 가격에 온전히 반영하기 어렵다. 대출을 받아 버틴 사업자는 금리 상승기에 이자 부담이 커졌다. 코로나19 기간 늘어난 부채는 매출 회복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상환 압박으로 돌아왔다. 여기에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고 있다. 외식 횟수를 줄이고, 저가 상품을 찾고, 불필요한 소비를 미루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영세 자영업자는 매출과 비용 양쪽에서 동시에 압박을 받는다.

더 큰 우려는 폐업 이후의 경로가 좁다는 점이다. 자영업자는 사업을 접는 순간 실직자와 채무자의 성격을 동시에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임대차 계약 정리, 권리금 손실, 재고 처리, 대출 상환, 신용 하락 문제가 한꺼번에 몰려온다. 근로자 실직과 달리 폐업 자영업자는 남은 부채를 안고 다시 노동시장에 진입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연령대가 높거나 특정 업종 경험에만 의존해온 경우에는 재취업도 쉽지 않다. 다시 창업을 택하더라도 이전 실패의 부담을 안은 채 더 열악한 조건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자영업자 실업급여 증가를 복지 지출 확대의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실업급여는 폐업 이후 일정 기간 생계를 떠받치는 장치지만, 그것만으로는 자영업자의 재기를 보장하기 어렵다. 폐업 전 경영 진단, 업종 전환 컨설팅, 채무 조정, 직업훈련, 재취업 연계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지금처럼 한계 상황까지 버티다 폐업한 뒤에야 지원이 시작되는 구조로는 같은 실패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자영업 고용보험 가입 기반을 넓히는 문제도 과제로 떠오른다. 현행 제도는 폐업 자영업자에게 최소한의 안전망을 제공하지만, 가입 요건과 보험료 부담 때문에 실제 보호를 받는 사람은 전체 자영업자 중 일부에 그친다. 자영업자 실업급여 수급자가 역대 최대라고 해도, 폐업 신고자가 100만 명을 넘는 현실과 비교하면 제도권 안전망 안으로 들어온 인원은 극히 제한적이다. 통계에 잡힌 3820명은 위기의 전체 규모라기보다 빙산의 일각에 가깝다.

자영업자 위기는 결국 내수 회복 문제와 맞닿아 있다. 소비가 살아나지 않으면 영세 사업자의 매출은 회복되기 어렵고, 매출이 회복되지 않으면 대출 상환과 고정비 부담은 폐업으로 이어진다. 정부가 단기 지원책만 반복해서는 근본적인 해법이 되기 어렵다. 상권별 수요 변화, 업종 과밀, 임대료 부담, 플랫폼 수수료, 인력난, 원가 상승 등 자영업 생태계 전반을 들여다보는 정책이 필요하다. 폐업을 실패로만 보는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사업을 접는 이들이 다시 일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 없다면 폐업은 개인의 추락을 넘어 지역경제의 손실로 이어진다.

실업급여 205억원, 수급자 3820명, 폐업 신고 100만 명이라는 각각의 수치는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버티던 자영업자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회복을 기대했던 골목상권은 고물가와 고금리, 소비 침체라는 새로운 벽 앞에 서 있다. 가게 문을 닫은 뒤에야 드러나는 자영업자의 위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영업장 안에서 쌓여왔다.

한국 경제의 가장 촘촘한 생활 현장인 골목상권이 흔들리고 있다. 자영업 실업급여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사실은 폐업한 이들에게 지급된 돈의 규모를 넘어, 우리 경제가 놓치고 있던 취약한 고리를 보여준다. 이제 필요한 것은 폐업 이후의 최소한의 지원을 넘어, 폐업 전의 구조적 위험을 줄이고 폐업 후의 재기를 가능하게 하는 종합 대책이다. 자영업자의 위기를 개인의 경영 실패로만 돌리기에는, 숫자가 이미 너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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