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변수에 흔들린 명품주…중동 소비 둔화가 실적에 ‘직격탄’일까

유럽 명품주가 15일(현지시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표면적으로는 미국·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른 중동 소비 위축이 거론됐지만, 주가 하락을 전쟁 하나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이날 시장은 에르메스와 케링의 1분기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친 데 더 민감하게 반응했고, 그 배경 요인 가운데 하나로 중동 수요 둔화가 부각된 것으로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가장 충격이 컸던 종목은 에르메스였다. 에르메스는 1분기 매출이 40억7000만유로로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했지만, 시장 예상치인 약 7%대 성장에는 못 미쳤다. 회사는 중동이 포함된 ‘기타 지역’ 매출이 약 6% 감소했다고 밝혔고, 프랑스 내 매출도 중동 관광객 감소 등의 영향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발표 직후 주가는 파리 증시에서 급락했다.
케링도 상황이 좋지 않았다. 1분기 전체 매출은 35억7000만유로 수준으로 사실상 정체됐고, 핵심 브랜드 구찌 매출은 13억5000만유로 안팎으로 전년 대비 8% 감소했다. 회사는 중동 지역 매출이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였다고 설명했고, 유럽에서도 중동·아시아 관광객 감소가 부담이 됐다고 언급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구찌 턴어라운드 기대가 다시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LVMH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LVMH의 1분기 매출은 약 191억유로로 전년 대비 6% 감소했다. 다만 해석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일부 매체들은 환율과 사업구조 요인을 반영한 유기적 성장 기준으로는 1% 내외 증가라고 전했고, 회사는 중동 분쟁이 1분기 유기적 성장률에 약 1%포인트의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즉 중동 변수는 분명 악재였지만, LVMH 전체 부진을 전부 설명하는 단일 원인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중동은 원래 명품업계의 ‘규모’보다 ‘질’이 중요한 시장으로 평가받아 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동이 전 세계 명품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6% 수준이지만, 최근 몇 년간 럭셔리 브랜드들이 두바이와 걸프 지역 확장에 공을 들여온 성장 거점이었다고 짚었다. 이번 전쟁으로 현지 쇼핑 수요가 줄고 관광 이동까지 둔화되면서, 단순한 지역 매출 감소를 넘어 유럽 플래그십 매장까지 영향을 받는 구조가 드러난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명품업계 큰손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결론 내리기엔 이르다. 회사들과 외신 보도를 보면 중동의 부는 여전히 존재하고, 수요가 영구적으로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전쟁이 이어지는 동안에는 매장 트래픽, 관광 소비, 항공 이동, 소비 심리 등이 동시에 흔들리면서 실적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쪽이 더 합리적인 해석이다. 블룸버그와 WSJ, 비즈니스인사이더 등도 이번 흐름을 “회복 기대를 꺾은 단기 충격”에 가깝게 다루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명품업계가 원래부터 여러 악재를 안고 있었다는 점이다. 중국 수요 회복 지연, 관광 소비 구조 변화, 높은 가격에 대한 피로감, 무역 갈등과 환율 부담이 이미 누적돼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중동 전쟁이 추가 악재로 얹히면서, 투자자들이 “2026년에는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를 다시 낮추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이날 명품주 하락은 ‘중동 때문만’이라기보다, 기존의 회복 불확실성에 중동 리스크가 더해진 결과에 가깝다.
정리하면, 이번 주가 급락은 중동 소비 위축을 분명 반영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에르메스는 예상보다 낮은 성장률, 케링은 여전히 더딘 구찌 회복, LVMH는 전반적인 수요 둔화 속 중동 악재가 겹친 상황이다. 명품업계가 잃어버린 것은 아직 ‘큰손’ 자체라기보다, 올해 회복할 것이라는 자신감에 더 가까워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