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업승계 세제 지원 확대 검토… 부자 감세 논란 vs 고용 유지 효과
상속세와 증여세는 오랫동안 한국 사회에서 불평등 해소와 부의 대물림 억제를 위한 중요한 제도로 자리해왔다. 하지만 동시에 세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면서 다양한 절세 전략이 모색돼 왔다. 그 가운데 주목받는 제도가 바로 가업상속공제다. 가업상속공제는 단순히 세금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의 지속적인 경영과 고용 유지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최근 더욱 의미 있는 제도로 부각되고 있다.
현행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중소기업과 일정 요건을 충족한 기업의 경영자가 은퇴할 때, 상속인이 경영을 승계하는 경우 상속세 부담을 크게 줄여주는 장치다. 상속세 과세표준에서 최대 수백억 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어 기업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핵심 제도로 평가된다. 이 제도는 상속세 부담 때문에 기업을 매각하거나 청산해야 하는 상황을 방지하고, 가업의 장기적 성장과 고용 안정을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특히 한국처럼 가족기업의 비중이 높은 경제 구조에서는 가업상속공제가 기업 생존의 중요한 안전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가업상속공제가 단순히 부자 감세로 흐르지 않고 사회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요건이 따른다. 상속인은 일정 기간 동안 직접 기업을 운영해야 하고, 고용 유지나 업종 변경 제한 같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최근에는 여기에 환경·사회적 가치 창출 요소를 접목해야 한다는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기업이 단순히 규모만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친환경 경영과 사회적 책임 활동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요구다. 이는 가업상속공제를 단순한 절세 수단이 아니라 장기적 경영 철학과 맞닿은 제도로 발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실제 사례를 보면, 일부 중견기업은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활용해 원활하게 경영 승계를 이뤄낸 뒤, 고용 안정과 기술 개발 투자에 집중해 지역 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반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공제를 받지 못하거나, 단기적인 절세 목적에만 치중하다가 경영 안정성을 해치는 사례도 존재한다. 이 차이는 가업상속공제를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가업상속공제를 ‘절세 전략’이 아니라 ‘지속가능 경영 전략’의 일부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상속세 부담 완화를 통해 단기적으로 세금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기후위기와 ESG 경영이 화두가 되는 시대에, 가업상속공제를 받는 기업들이 친환경 설비 투자, 지역 사회 공헌, 고용 유지와 같은 조건을 충족한다면 세제 혜택의 정당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현재의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해 실제로는 활용률이 낮다는 지적이 있고, 반대로 요건을 완화하면 부유층의 편법 상속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공존한다. 따라서 정부는 공제 한도를 확대하거나 요건을 완화하는 논의와 함께, 사회적 가치 창출 요건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일정 수준 이상의 친환경 투자 비율, 지역 고용 유지, 사회공헌 활동을 조건으로 공제를 확대하면 절세와 사회적 가치 창출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가업상속공제는 상속세를 둘러싼 갈등을 완화하면서도 기업의 지속성을 보장할 수 있는 중요한 제도다. 그러나 그것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단순히 세금을 줄이는 장치가 아니라,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지속가능하게 성장하도록 유도하는 제도로 발전해야 한다. 세금은 국가 재정의 기반이자 사회적 합의의 산물이다. 따라서 가업상속공제는 ‘절세의 기술’이 아니라 ‘지속가능 경영의 약속’으로 이해될 때, 진정한 제도적 가치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