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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뽑은 대통령, 왜 국민은 탄핵을 시작할 수 없나

오피니언커버스토리

직선제는 정치적 대표성, 탄핵은 중대한 위헌·위법 책임을 판단하는 헌법 절차
국회 독점에 따른 정당정치 한계도 커져…국민청원형 심사와 소환제 논의 필요

국민이 선출했지만 국민이 해임할 수 없는 구조

대한민국 대통령은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로 선출된다. 유권자는 후보자의 정책과 경력, 국정운영 능력을 판단해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을 선택한다. 대통령 직선제는 국민이 최고 권력의 정당성을 직접 부여한다는 국민주권 원칙을 상징한다.

그런데 대통령이 헌법이나 법률을 중대하게 위반했을 때 국민은 탄핵 절차를 직접 시작할 수 없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가 발의하고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의결된다. 이후 헌법재판소가 탄핵 사유와 법 위반의 중대성을 심리해 파면 여부를 결정한다.

국민은 대통령을 선택하지만 임기 중 그 권한을 회수하는 공식 절차에서는 당사자가 되지 못한다. 국민이 청원이나 집회, 여론조사 등을 통해 탄핵을 요구할 수는 있지만 이러한 의사표시가 국회의 탄핵소추 절차를 법적으로 강제하지는 않는다. 국회의원이 움직이지 않으면 국민이 직접 헌법재판소에 대통령 탄핵을 청구할 수도 없다.

이러한 구조만 놓고 보면 선출과 해임 사이에 민주적 비대칭이 존재한다. 대통령 권력의 원천은 국민인데 그 권력을 회수하는 관문은 국회가 독점하기 때문이다. 다만 선거와 탄핵은 목적과 판단 기준이 서로 다른 제도라는 점도 함께 살펴야 한다.

선거는 여러 후보자 가운데 국가 운영을 맡길 사람을 선택하는 정치적 결정이다. 탄핵은 공직자가 직무 수행 과정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는지 판단하는 헌법적 책임 절차다. 국민이 선출했다는 사실이 대통령에게 임기 중 법적 책임을 면제하는 권리를 주지는 않지만, 지지율 하락만으로 대통령을 즉시 파면할 수 있다는 의미도 아니다.

따라서 핵심 쟁점은 국민이 직접 탄핵을 결정해야 하는지에만 있지 않다. 국민주권을 존중하면서도 탄핵이 정파적 심판이나 인기투표로 변질되지 않도록 어떤 절차를 설계해야 하는지가 중요하다. 현행 제도의 이유와 한계를 함께 평가해야 제도 개선의 방향도 찾을 수 있다.

직선제와 탄핵은 왜 서로 다른 절차로 설계됐나

헌법 제67조는 대통령을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로 선출하도록 규정한다. 대통령은 전국을 하나의 선거구로 삼아 선출되는 유일한 단일 헌법기관이다. 국회의원도 국민이 선출하지만 개별 선거구와 비례대표를 통해 구성되며, 국회 전체가 대통령과 별도의 민주적 정당성을 갖는다. 대한민국헌법 제67조

대통령제를 채택한 국가는 행정부와 입법부가 각자의 선거를 통해 권한을 부여받도록 한다. 대통령은 국회가 임명한 정부 책임자가 아니므로 국회의 정치적 불신임만으로 물러나지 않는다. 반대로 대통령도 정치적 대립을 이유로 국회를 임의로 해산할 수 없다.

이처럼 임기를 상호 보장하는 구조는 권력분립의 기반이 된다. 국회 다수당과 대통령 소속 정당이 다르더라도 양측은 헌법이 정한 임기 동안 협상하며 국가를 운영해야 한다. 정치적 갈등이 발생할 때마다 어느 한쪽이 상대를 해임할 수 있다면 대통령제의 안정성은 유지되기 어렵다.

탄핵은 이 임기 보장의 예외다. 헌법 제65조는 대통령이 직무집행 과정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경우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도록 한다. 대통령 탄핵에는 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요구한다. 일반 공무원 탄핵보다 높은 문턱을 둔 것은 대통령의 직접 선거 정당성과 국가 운영의 연속성을 함께 고려한 결과다. 대한민국헌법 제65조

국회가 탄핵을 최종 결정하는 것도 아니다. 국회는 위헌·위법 행위를 주장하고 심판을 요구하는 소추기관이다. 실제 파면 여부는 헌법재판소가 증거와 법리에 따라 판단한다.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탄핵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선출은 국민이 하고 소추는 국회가 맡으며 파면은 헌법재판소가 결정하는 세 단계 구조다. 한 기관이나 일시적인 다수 여론이 대통령의 지위를 좌우하지 못하도록 권한을 나눈 것이다. 국민주권, 대의민주주의, 법치주의가 서로를 견제하도록 설계했다고 볼 수 있다.

탄핵은 정치적 불신임이 아니라 헌법적 책임이다

탄핵과 국민소환은 비슷해 보이지만 성격이 다르다. 국민소환은 선출직 공직자에게 정치적 책임을 물어 임기 도중 해임하는 제도다. 중대한 범죄나 법 위반이 확인되지 않아도 정책 실패나 신뢰 상실을 이유로 소환할 수 있다.

탄핵은 위헌·위법 행위를 전제로 한다. 정책이 실패했거나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낮다는 사정만으로는 탄핵 사유가 되기 어렵다. 정치적 무능과 법적 책임을 구별해야 선거 결과와 대통령 임기의 안정성이 보호된다.

헌법재판소는 탄핵심판을 고위공직자의 중대한 비위로부터 헌법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로 설명한다. 국회가 소추하고 헌법재판소가 판단하는 이유도 정치적 비판과 법적 파면을 구분하기 위해서다. 탄핵결정은 공직에서 파면하는 효력을 가지며 민사상·형사상 책임까지 면제하지 않는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안내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헌법재판소는 일부 법 위반을 인정하면서도 파면할 정도로 중대하지 않다고 판단해 청구를 기각했다. 헌재는 탄핵이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을 포괄적으로 묻는 절차가 아니라 헌법질서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절차라는 기준을 제시했다. 정책 혼선이나 불성실한 국정운영만으로는 파면을 결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도 밝혔다(헌법재판소, 2004년). 2004헌나1 결정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는 대통령 권한을 사인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고 국가 운영의 투명성과 공익실현 의무를 훼손한 행위가 중대한 법 위반으로 판단됐다. 헌법재판소는 국회와 언론의 견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도록 사실을 은폐한 점도 파면 판단에 반영했다.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파면 결정이 내려졌다(헌법재판소, 2017년). 2016헌나1 결정

2025년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도 국회의 소추와 헌법재판소의 심판이라는 구조가 작동했다. 헌법재판소는 비상계엄의 실체적·절차적 요건 위반과 군경을 통한 국회 권한 행사 방해, 국민 기본권 침해 등을 인정해 파면을 결정했다. 계엄 해제 과정에서 시민의 저항과 국회의 대응이 피해 확대를 막았다는 사정이 대통령의 법 위반 중대성을 낮추지 않는다고 판단했다(헌법재판소, 2025년). 2024헌나8 결정

세 차례의 대통령 탄핵심판은 국회의 의결이 곧 파면을 뜻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국회는 헌법 위반을 주장할 수 있지만 헌법재판소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이 구조는 국회 다수파가 정치적 이유만으로 대통령을 제거하지 못하도록 막는 안전장치다.

국회에 소추권을 맡긴 이유와 그 한계

탄핵소추에는 사실관계 조사와 증거 수집, 위반 법률의 특정, 소추사유 작성이 필요하다. 대통령의 국정 수행은 외교·안보·군사·인사·예산 등 광범위한 영역과 연결된다. 일부 자료는 국가기밀이나 수사기록과 관련될 수도 있다.

국회는 국정조사와 청문회, 자료 제출 요구, 관계자 출석 요구 등을 통해 대통령의 직무집행을 조사할 수 있다. 상임위원회와 교섭단체, 전문위원 조직도 갖추고 있다. 국민 개개인이 확보하기 어려운 자료에 접근하고 공개적으로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헌법기관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라는 점에서도 탄핵소추 권한을 부여받는다. 국회의 결정은 국민과 분리된 별도의 주권 행사가 아니라 선거를 통해 위임받은 대표 권한의 행사다. 탄핵처럼 국가 전체에 큰 영향을 주는 판단을 공개 표결과 정치적 책임 아래 내리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이 설명만으로 현재의 구조가 충분히 민주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국회가 소추 여부를 독점하면 대통령의 위헌·위법 의혹이 정당 간 의석 계산에 따라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 소속 정당이 국회 의석의 3분의 1을 넘게 확보하면 다른 정당이 모두 찬성해도 탄핵소추안은 통과될 수 없다.

반대 상황도 문제가 된다. 야당이 압도적인 의석을 확보하면 탄핵이 행정부를 압박하는 반복적 정치 수단으로 사용될 우려가 있다. 헌법재판소가 최종적으로 기각할 수 있지만 소추안이 의결되는 순간 대통령 권한은 정지된다. 탄핵소추 자체가 국정 운영과 시장, 외교·안보에 큰 영향을 미친다.

국회가 충분한 조사와 토론 없이 탄핵안을 처리하더라도 이를 통제할 세부 규정은 제한적이다. 현행 국회법상 탄핵소추안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조사는 국회의 판단에 따라 생략될 수 있다. 헌법재판소도 2017년과 2025년 결정에서 법사위 조사를 거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소추 의결이 위법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국회의 절차적 재량이 넓은 만큼 정치적 책임은 더 무거워야 한다. 소추안에는 구체적인 사실과 증거, 위반 조항, 파면 필요성이 명확히 제시돼야 한다. 국회가 헌법기관을 심판의 장으로 보내면서도 최소한의 조사와 토론을 생략한다면 국민은 표결 결과보다 정당 간 힘의 대결을 먼저 보게 된다.

해외도 의회가 관문이지만 국민 참여 방식은 다르다

대통령을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국가라고 해서 국민이 탄핵을 직접 청구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연방 하원이 탄핵소추권을 갖고 상원이 탄핵심판을 담당한다. 하원이 소추하고 상원이 유죄 여부를 판단하는 의회 내부의 이원 구조다. 법원은 대통령 탄핵의 최종 결정기관으로 참여하지 않는다. 미국 의회도서관 탄핵제도 해설

한국은 국회가 소추하고 헌법재판소가 심판한다. 미국은 입법부 내부에서 소추와 심판을 나누지만 한국은 정치기관과 사법적 헌법기관 사이에 권한을 배분한다. 어느 방식이든 유권자가 탄핵안을 직접 제출해 곧바로 표결하는 구조는 아니다.

대만은 탄핵과 국민소환을 구분하면서 국민의 직접 참여를 결합한 사례다. 대통령 탄핵은 입법원이 발의·의결하고 헌법재판기관이 판단한다. 별도로 대통령 소환은 입법원 의원 4분의 1이 제안하고 전체 의원 3분의 2가 의결한 뒤 국민투표에서 최종 결정하도록 한다.

대만의 대통령 소환투표는 전체 유권자의 과반수가 투표하고 유효투표의 과반수가 찬성해야 성립한다. 의회의 높은 발의 문턱과 국민의 최종 판단을 결합한 구조다. 대통령을 직접 선출한 국민에게 임기 중 정치적 신임을 회수할 권한을 주되 일시적인 여론만으로 소환되지 않도록 이중 문턱을 둔다. 대만 헌법 증수조문 제2조

해외 사례가 제시하는 교훈은 탄핵과 소환을 하나의 절차로 혼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위헌·위법 행위를 판단하는 탄핵은 증거와 법리가 중심이 돼야 한다. 정책 실패와 신임 상실을 판단하는 소환은 유권자의 정치적 선택에 더 가까운 제도다.

한국에서 국민이 대통령의 책임을 직접 묻는 장치를 도입하려면 어느 책임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 먼저 정해야 한다. 중대한 법 위반을 이유로 국민이 탄핵심판을 청구하도록 할 것인지, 법 위반과 무관하게 정치적 신임을 회수하는 소환제를 둘 것인지에 따라 제도의 성격과 안전장치가 달라진다.

국민 참여를 확대하려면 어떤 장치가 필요한가

가장 현실적인 개선안은 탄핵소추권을 즉시 국민에게 넘기는 방식보다 국민의 요구가 국회 심사로 연결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일정 수 이상의 유권자가 대통령의 구체적인 위헌·위법 사유와 자료를 첨부해 탄핵심사 청원을 제출하면 국회가 의무적으로 조사하도록 할 수 있다.

청원이 법정 요건을 충족하면 소관 위원회가 공개 청문회를 열고 조사 결과를 본회의에 보고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국회의원은 탄핵안 발의 여부와 관계없이 조사 결과에 대한 입장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일정 기간 안에 처리하지 않으면 지연 사유를 공개하도록 할 수도 있다.

이 제도는 국민에게 직접적인 소추권을 부여하지 않더라도 국회가 탄핵 요구를 임의로 묵살하는 문제를 줄일 수 있다. 근거가 부족한 청원은 공개 조사 과정에서 걸러지고 중대한 의혹은 정당의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공론화될 수 있다. 국회의 최종 발의·의결권도 유지된다.

다만 일반 법률이나 국회규칙만으로 국민에게 헌법상 탄핵소추권을 직접 부여하기는 어렵다. 헌법 제65조가 탄핵소추 의결 주체를 국회로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이 헌법재판소에 대통령 탄핵을 직접 청구하거나 국민투표로 파면하도록 하려면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해석이 타당하다.

두 번째 방안은 탄핵과 별도로 대통령 국민소환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법을 위반하지 않았더라도 국정운영 능력이나 민주적 신임을 현저히 잃은 경우 국민이 정치적 책임을 묻는 제도다. 선출 권한과 정치적 신임 회수 권한을 유권자에게 함께 부여한다는 장점이 있다.

대통령 소환제에는 매우 높은 발의 기준이 필요하다. 지역별로 고르게 분포된 유권자 서명을 요구하고, 취임 직후와 임기 종료 직전에는 청구를 제한할 수 있다. 한 임기 중 소환 청구 횟수를 제한하고 충분한 숙려 기간과 공개 토론, 엄격한 서명 검증 절차도 마련해야 한다.

투표 성립 기준을 지나치게 낮추면 조직력이 강한 정치집단이 반복적으로 소환을 추진할 수 있다. 반대로 전체 유권자의 과반수 찬성처럼 문턱을 지나치게 높이면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 제도가 된다. 투표율과 찬성률, 최초 당선 득표수와의 관계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

세 번째 방안은 국민발안과 국회 의결, 국민투표를 결합하는 혼합형이다. 일정 수의 국민이 소환 절차를 발안하면 국회가 사유와 절차를 심사하고 국민투표로 최종 결정하는 방식이다. 국민의 직접 통제와 국회의 숙의 기능을 함께 활용할 수 있지만 국회가 절차를 차단할 가능성도 남는다.

어떤 방식을 선택하더라도 서명 조작과 허위정보 유통, 외국의 개입, 개인정보 침해를 막는 장치가 필요하다. 전자서명을 활용한다면 본인 확인과 중복 참여 방지, 시스템 보안, 검증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발안자의 주장과 대통령 측의 반론을 동일한 조건에서 국민에게 제공하는 공적 정보 체계도 필요하다.

국민주권은 선택할 권리와 통제할 권리를 함께 요구한다

대통령 탄핵을 국회만 발의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제도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탄핵을 일시적인 여론이나 정권 지지도에 따라 결정하지 않고 구체적인 위헌·위법 행위와 증거를 토대로 판단하기 위해서다. 국회가 소추하고 헌법재판소가 심판하는 구조는 정치적 책임과 법적 판단을 분리한다.

이 제도는 대통령 직선제와 모순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국민은 대통령뿐 아니라 국회의원도 직접 선출한다. 국회의 탄핵소추는 국민이 대표기관에 위임한 통제 권한의 행사이며 헌법재판소의 심판은 다수파의 권력 남용을 제어하는 절차다.

그러나 제도의 존재 이유가 현재 방식의 모든 한계를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국회가 탄핵 절차의 유일한 입구를 장악하면 대통령의 책임이 정당 의석 분포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국민이 중대한 헌법 위반을 인식하더라도 국회가 움직이지 않으면 공식 심판 절차를 시작할 수 없다.

대통령제의 책임성을 높이려면 탄핵의 법적 성격은 유지하되 국민이 절차 개시를 요구할 권리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일정한 국민청원이 성립하면 국회가 조사와 공개 답변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하는 방안부터 검토할 수 있다. 탄핵소추안의 사실 조사와 공개 토론, 표결 사유 기록도 강화해야 한다.

정치적 신임 회수까지 국민에게 맡기려면 대통령 국민소환제를 별도로 논의해야 한다. 탄핵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대통령을 파면하는 제도이고 소환은 정치적으로 신임을 잃은 대통령의 임기를 중단하는 제도다. 두 절차의 사유와 판단 기준을 명확하게 나누어야 한다.

직접 탄핵청구권이나 대통령 소환제를 도입하려면 헌법 개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헌법 개정안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은 뒤 국민투표에서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받아야 한다. 대통령 책임제도의 변화도 국민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대한민국헌법 제130조

국민주권은 선거일에 투표함으로써 완성되지 않는다. 선출된 권력이 헌법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지 감시하고 잘못된 권한 행사를 중단시키며 책임을 묻는 과정까지 포함한다. 선출할 권리만 있고 통제할 실질적 통로가 없다면 국민주권은 임기 동안 대표자에게 맡겨진 권한으로 축소될 수 있다.

반대로 국민의 이름만 내세워 언제든 대통령을 해임할 수 있게 하면 국정은 상시적인 선거운동과 정치 동원에 빠질 수 있다. 필요한 것은 직접민주주의와 대의민주주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일이 아니다. 국민의 요구가 제도 안으로 들어오고, 국회가 책임 있게 조사하며, 독립된 헌법기관이 법적으로 판단하는 연결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에 대한 책임을 왜 국회의원만 물을 수 있느냐는 질문은 탄핵 절차의 주체만을 묻지 않는다. 대통령 권력의 주인이 임기 중에도 국민으로 남아 있는지를 묻는 질문이다. 이에 대한 답은 탄핵의 엄정함을 지키면서 국민의 통제권이 국회의 문 앞에서 멈추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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