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범죄 연루 50대 살인 사건, 신상공개 심의 주목
신상공개 제도의 디지털 절차가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가늠할 사건이 나왔다. 경기남부경찰청은 18일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스토킹 고소를 한 옛 연인을 찾아가 살해한 혐의를 받는 50대 남성 A씨의 신상공개 여부를 논의한다. 경찰은 A씨가 고소에 앙심을 품고 흉기를 미리 준비했다고 보고 보복살인 혐의를 적용해 구속했다. 공개가 결정되면 이름·나이·얼굴을 정보통신망을 통해 30일간 게시하는 등 ‘온라인 공개’가 법에 따라 진행된다.
사건은 지난달 5일 오전 3시경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노상에서 발생했다. 과거 4년간 교제했던 60대 여성 B씨가 흉기에 찔려 숨졌다. B씨는 앞서 A씨를 스토킹 혐의로 고소했고, 경찰은 이 고소 사실이 범행 동기로 작용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수사 과정에선 범행 전 흉기를 마련한 정황도 확인됐다.
이번 심의는 2024년 시행된 중대범죄신상공개법에 근거한다. 법은 살인 등 특정중대범죄 피의자의 신상공개를 허용하되, 잔혹성·피해 중대성·피의자에게 범죄 혐의를 뒷받침할 충분한 증거가 있는지, 국민의 알권리와 재범 방지·범죄 예방 등 공공의 이익을 종합적으로 따지도록 했다. 자동 공개가 아니라 사안별 심사 구조다.
신상공개가 결정될 때도 절차적 장치가 붙는다. 피의자에게 의견 진술 기회가 주어지고, 원칙적으로 통지 후 5일 이상의 유예기간이 설정된다. 게시 대상은 얼굴·성명·나이로 한정되며 30일간 공개한다. 공개 얼굴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공개 결정일을 기준으로 전후 30일 이내의 최근 모습이어야 한다. 수사기관이 최신 사진이나 영상을 확보하지 못하면 정면·좌·우측 컬러사진을 새로 촬영해 전자기록으로 보관한다. 이른바 머그샷 촬영과 보관, 온라인 게시까지 일련의 데이터 흐름이 법·시행령에 표준화돼 있다.
동시에 법은 남용 방지와 인권 보호의 원칙을 강조한다. 범죄의 중대성뿐 아니라 범행 이후 정황, 피해자 보호 필요성, 사망 피해자의 경우 유족 의사 등도 고려하도록 규정돼 있다. 신상공개 결정은 억울한 낙인을 막아야 하는 과제와, 공공의 안전을 위한 정보 공개 필요성 사이에서 균형을 요구한다.
디지털 전환 관점에서 보면 이번 제도는 ‘누가·언제·무엇을’ 공개하는지, 데이터를 ‘어떻게 획득·보관·소멸’할지까지 절차를 분절해 규정한다. 오래된 증명사진 대신 최신 얼굴을 의무화한 조항은 정보의 정확성을, 게시 기간과 항목 제한은 정보 최소화를 겨냥한 설계로 해석할 수 있다. 수사기관이 법정 범위 내에서만 정보를 유통시키는 운영 역량이 중요해졌다.
한편 사건 자체는 스토킹 신고 이후의 보호 체계를 되돌아보게 한다. 수사기관에 신고가 접수됐다고 해도 피해 위험이 즉시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은 현장에서 반복 확인돼 왔다. 이번 사건에서도 경찰은 A씨가 보복을 목적으로 피해자를 찾아간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재판에서는 보복 목적성, 흉기 준비 등 계획성 수준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피의자 신분인 A씨에게는 확정판결 전까지 무죄추정 원칙이 적용된다.
실무적으로도 신상공개 결정은 여러 기관의 연동을 전제한다. 심의와 통지, 머그샷 촬영과 전자기록 보관, 온라인 게시와 기간 종료 후 비공개 처리까지, 데이터 거버넌스 전 과정이 적법 절차 위에 있어야 한다. 공개 범위를 벗어난 2차 유통이나 비식별 정보의 오용을 막는 노력 또한 제도의 신뢰를 좌우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경찰은 신상공개 심의와는 별도로 수사를 마무리해 19일 A씨를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오늘 열리는 심의는 보복살인 혐의 사건에 대한 공공의 알권리와 디지털 공개 절차가 어떤 균형점을 택하는지 보여주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정 과정과 이후의 온라인 공개·관리 방식은 향후 유사 사건에서 국가가 민감한 개인 정보를 어떻게 다루고, 피해자 보호와 범죄 예방을 위해 어떤 정보만을 제한적으로 유통시킬지에 대한 하나의 기준을 제시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