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월 딸에 신체적 접촉한 엄마, 법원 심리 결과 아동학대 무죄 판결
자신의 15개월 된 딸이 또래에게 밀려 넘어지는 장면을 본 30대 여성이 상대 아이의 등을 손으로 한 차례 쳤다가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됐지만, 1심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물리적 접촉이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당시 상황과 행위의 부위·횟수·강도, 피해 정도를 종합할 때 아동의 건강이나 발달을 해칠 정도의 신체적 학대로 보기는 어렵다고 결론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2단독 지창구 부장판사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여성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경기도의 한 미혼모 보호시설에서 딸과 생활하던 중 지난해 2월 15일 오후 놀이방에서 또래 남아 B군의 등을 왼손으로 한 차례 때린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B군은 생후 약 33개월, A씨의 딸 C양은 15개월이었다.
사건은 놀이방 미끄럼틀 주변에서 벌어졌다. 조사 결과, 미끄럼틀에 앉아 있던 B군에게 C양이 등을 밀어 내려가게 하려는 동작을 했고, 이어 B군이 C양의 양손을 잡아 강하게 밀치면서 C양이 뒤로 넘어졌다. 이 장면을 바로 옆에서 목격한 A씨가 곧장 B군에게 다가가 등을 손으로 한 번 가격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A씨의 행위가 아동에게 신체적 손상을 주거나 정상적인 신체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학대에 해당한다고 보고 재판에 회부했다. 이에 대해 A씨 측은 아이를 학대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고, 돌발 상황에서 즉각적으로 나온 반응이었다는 취지로 다퉜다.
법원은 유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먼저, C양보다 체격과 힘이 센 B군이 C양을 강하게 밀쳐 넘어뜨린 직후 상황에서 A씨의 행동이 발생했다는 점을 중요한 배경으로 봤다. A씨가 가격한 부위가 상대적으로 위험이 큰 머리나 얼굴이 아닌 등이라는 점, 접촉이 한 차례에 그쳤다는 점, 그리고 CCTV 영상에서 확인되는 손찌검의 강도가 강하지 않아 보인다는 점을 모두 고려했다.
사건 직후 B군의 등에 붉은 손자국 형태의 흔적이 확인된 부분도 유죄 판단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영상에서 드러난 가격의 정도만으로 그 자국이 전적으로 A씨의 행동 때문에 생겼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피해 아동의 피부 상태에 따라 쉽게 붉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결국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A씨의 행위가 아동의 건강이나 발달을 해칠 위험을 야기한 신체적 학대라는 점이 입증되지는 않았다고 판시했다.
다만 이번 판결이 영유아에 대한 체벌을 일반적으로 용인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의 구체적 정황, 접촉이 발생한 부위와 횟수·강도, 결과적으로 나타난 피해 정도 등을 개별적으로 따져 아동복지법상 학대 해당 여부를 가려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두 영유아 사이에서 벌어진 행동을 두고 온라인에서 제기된 ‘학교폭력’ 논쟁 역시 법률상 개념과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1심 결과는 아동 간 물리적 충돌 상황에서 보호자의 개입이 곧바로 형사처벌 대상으로 귀결되지는 않는다는 점, 즉 아동학대 판단에는 행위가 아동의 신체 건강이나 정상적 발달을 실질적으로 해칠 위험을 동반했는지에 대한 구체적 증명이 필요하다는 법원의 태도를 재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회적 관심이 큰 아동학대 이슈일수록 ‘모든 접촉=학대’라는 단순한 도식이 아니라, 상황과 정도, 결과를 종합해 판단하는 법적 기준이 작동한다는 점을 상기시키는 판결이다.
사건의 경위는 분명하다. 미끄럼틀 주변에서 촉발된 영유아 간 다툼, 이를 바로 곁에서 본 보호자의 즉각적 반응, 그리고 단 한 차례의 등 가격. 법원은 이 일련의 요소를 전체 맥락 속에서 평가해 처벌 요건인 ‘아동의 건강 또는 발달을 해칠 위험’을 특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 아동보호의 원칙과 형사책임의 요건 사이에서, 개별 사안의 사실관계에 기초한 신중한 증명 책임을 강조한 셈이다.
결국 이번 무죄 선고는 아동학대 사건에서 판단의 출발점이 ‘접촉 여부’가 아니라 ‘해를 끼칠 위험의 존재와 정도’임을 환기한다. 영유아를 둘러싼 갈등 상황에서 보호자의 대응은 언제나 신중해야 하지만, 형사법의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행위가 초래한 위험성이 구체적 증거로 입증돼야 한다는 원칙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