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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알고도 못 걷은 600억…‘사무장병원’ 뒤에 숨은 국세청의 세원관리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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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 자료 받고도 유죄 확정 확인·과세 연결 안 해…불법 의료기관, 건보 재정 이어 조세 행정까지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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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장병원 불법[c]미대다뷰

불법 ‘사무장병원’을 둘러싼 문제가 건강보험 재정 누수에 이어 조세 행정의 허점으로 번졌다. 국세청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의료법 위반 기관 관련 자료를 넘겨받고도 후속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수백억 원대 부가가치세를 걷지 못했거나 놓칠 위기에 놓였다. 자료는 있었지만 과세로 이어지지 않았고, 그 사이 부과 시효는 지나갔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국세청의 의료법 위반 기관 과세 관리 부실로 부가가치세 약 613억 원이 일실됐거나 일실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무장병원은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의사 명의를 빌려 병원을 운영하는 불법 의료기관이다. 정상 의료기관처럼 부가가치세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없지만, 국세청의 관리 부실 속에 상당수 기관이 세금 추징을 피했다.

국세청은 2020년 이후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의료법·약사법 위반자 명단을 매년 넘겨받아 과세 자료로 보유해 왔다. 문제는 이후 절차였다. 유죄 확정 여부를 확인하고, 과세 자료를 생성해 관할 세무서로 넘기고, 부과제척기간 안에 세금을 고지하는 과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그 결과 유죄가 확정된 105개 위반 기관은 별다른 조치 없이 방치됐고, 7년의 부과제척기간이 지나 약 267억 원의 부가가치세를 걷을 수 없게 됐다. 또 유죄가 확정된 64개 기관은 아직 과세 가능 기간이 남아 있음에도 과세자료 생성과 전달이 이뤄지지 않아 약 310억 원의 세금을 추가로 놓칠 우려가 제기됐다. 24개 기관은 유죄 확정 전에 과세 시효가 끝나 36억 원이 징수되지 못했다.

이번 문제는 단순한 세금 누락이 아니다. 사무장병원은 의료 질서와 건강보험 재정, 조세 형평성을 동시에 흔드는 불법 구조다. 비의료인이 병원 운영권과 수익을 장악하고 의사는 명의상 개설자로 남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이 과정에서 과잉 진료, 허위 청구, 불필요한 입원, 보험급여 부당 수령 가능성이 커진다. 여기에 부가가치세 면제 혜택까지 적용되면 불법 운영자가 의료보험과 세제 양쪽에서 부당 이익을 얻는 결과가 된다.

국세청의 세원 관리 부실은 다른 영역에서도 드러났다. 법인 성실도 평가 과정에서 일부 항목이 누락된 채 지방청에 전달돼 2024~2025년 120개 법인이 부당하게 세무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개인사업자 조사 대상 선정 과정에서는 탈루 혐의가 큰 순서가 아니라 명단 순서대로 대상을 정한 사례가 59건 확인됐다. 가족 간 재산 거래에서 사실상 증여로 볼 수 있는 22건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세정 행정의 핵심은 공정성과 정확성이다. 내야 할 세금을 내지 않은 불법 기관은 방치되고, 조사 대상이 아니어야 할 법인은 부당하게 세무조사를 받았다면 국민 신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번 감사 결과는 국세청의 문제가 단순한 자료 누락이 아니라 과세자료 수집, 유죄 확정 확인, 시효 관리, 세무조사 대상 선정까지 이어지는 시스템 전반의 허점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해법은 명확하다. 사무장병원 관련 자료가 들어오는 즉시 별도 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유죄 확정 여부와 부과제척기간을 자동 대조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건보공단, 검찰, 법원, 국세청 사이의 정보 연계를 강화해 판결 확정과 동시에 과세 절차가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관할 세무서로 자료가 전달됐는지, 실제 고지가 이뤄졌는지, 시효가 임박한 사건은 무엇인지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관리 시스템도 필요하다.

국세청은 부당하게 면세 혜택을 받은 의료법 위반자에 대해 추징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잘못된 기준으로 세무조사 대상에 오른 법인과 개인사업자 사례도 재점검해야 한다. 세금을 제대로 걷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억울한 세무조사를 막는 일이다.

사무장병원은 환자의 신뢰를 훔치고,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고, 세금까지 피해 간다. 이를 막아야 할 세정 시스템이 자료를 쥐고도 움직이지 않았다면 책임은 가볍지 않다. 국세청은 “앞으로 철저히 하겠다”는 원론적 답변을 넘어, 다음번에는 같은 세금 누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작동하는 시스템을 증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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