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난 대응 강화 속 디지털 플랫폼 활용 가능성 논의 필요성 대두
거제 등 남부지역 폭우가 기후재난 시대의 재난 대응체계, 특히 예방 중심 운영과 디지털 전환 과제를 전면에 올렸다. 이재명 대통령은 1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시지에서 추가 인명·재산 피해 차단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선제 대응을 주문했다. 비가 내릴 때만이 아니라 그친 뒤 약해진 지반과 뒤늦게 오르는 하천 수위에 대비하라고 강조한 대목은 현 체계가 사후 복구 중심에서 위험 조기 감지·통제로 이동해야 함을 시사한다.
대통령 지시에 따라 정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중심으로 지역별 위험요인을 점검 중이다. 현장에선 작은 붕괴 징후나 배수 역류 신호도 놓치지 말고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대응 태세를 유지하라는 주문이 내려갔다. 대통령은 국민에게도 기상정보와 긴급재난문자 확인, 통제·대피 안내 준수, 침수 도로·지하차도·불어난 하천 접근 금지 등 기본 수칙을 당부했다.
이번 호우 대응의 관건은 ‘강수 이후’다. 많은 비를 머금은 산지와 급경사지에서는 토사 유출·산사태가 지연 발생할 수 있고, 상류 유입수로 하천·계곡 수위가 뒤늦게 상승하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 거제를 포함한 남해안은 산지·해안·도심이 밀접해 저지대 침수, 사면 붕괴, 하천 범람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지형 특성을 갖는다. 같은 강수량이라도 선행 강우, 배수 용량, 사면 보강 상태에 따라 피해 편차가 크다는 점이 위험관리의 복잡성을 키운다.
대통령은 최근 재난 양상이 과거와 달라졌다고 지적하며 국가 대응체계 전반의 재점검을 예고했다. 특정 시간·지역에 강수가 집중되는 극한 현상이 잦아지면서 경험과 통계에 의존한 관행적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문제의식이다. 강우량 자체보다 시간대·공간 분포, 도시 배수 능력, 하천 수위, 지반 포화도, 산사태 가능성 등 변수를 종합 판단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체계 개편이 요구된다.
이 변화는 현장 운영 모델과 데이터 연계를 동시에 건드린다. 기상 예측과 위험지역 사전 통제, 주민 대피 트리거, 지자체의 현장 조치가 시간 축으로 촘촘히 연결돼야 예방 중심의 실효성이 생긴다. 결국 위험 정보의 통합과 신속한 의사결정 프로토콜이 핵심 인프라가 된다. 행정안전부도 과거 업무계획에서 자연·사회재난에 대비한 범정부 대응체계 점검·개선 필요성을 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지방정부의 재정 대응력은 실행력을 좌우한다. 거제시는 올해 예산 기준 일반예비비 49억원과 별도 재해·재난 목적 예비비 60억원을 편성했다고 공시했다. 이런 재원이 중앙정부 지원과 맞물려 얼마나 빠르게 현장 복구와 주민 지원으로 전환되는지, 그리고 예방적 통제·대피에 선제 투입되는지가 관찰 포인트다.
재난 대응의 또 다른 축은 인력 안전이다. 대통령은 공무원과 소방·경찰, 구조 인력의 안전 확보를 강조했다. 장비·통신·현장 접근 통제 등 안전 절차를 동시에 작동시켜 2차 사고를 차단하는 것이 지속 대응의 전제가 된다.
이번 남부지방 집중호우는 정부가 강조해 온 예방 중심 재난 대응의 실행력을 시험하는 사례가 됐다. 예측-경보-통제-대피-복구로 이어지는 사전·사후 전 과정이 얼마나 빠르고 유기적으로 연결되는지, 그리고 지자체 예산·인력과 중앙 컨트롤타워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같은 그림을 보며 움직일 수 있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가 예고한 체계 재점검이 구체적 정책과 운영 규칙, 현장 대응 역량 강화로 어떻게 이어지는지에 따라 향후 기후재난의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는지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