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만 보고 퇴출하나”…7월 동전주 상폐 현실화에 내실기업들 반발

오는 7월부터 주가 1000원 미만 종목, 이른바 ‘동전주’가 상장폐지 요건에 포함되면서 증시 저가주 전반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부실기업을 신속히 정리해 시장 신뢰를 높이겠다는 입장이지만, 수익성과 재무 건전성을 갖춘 기업들까지 일률적으로 퇴출 대상에 묶일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번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 방안’을 내놓으면서 동전주 상장폐지 요건 신설, 시가총액 기준 강화, 완전자본잠식 요건 확대, 공시위반 기준 강화 등을 발표했다. 한국거래소도 4월 들어 코스닥·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개정을 잇달아 예고했다.
금융위가 공개한 개혁안의 핵심은 상장 유지 문턱을 높여 시장 내 부실기업을 빠르게 걸러내겠다는 데 있다. 금융위는 주가 1000원 미만 동전주를 상장폐지 요건으로 새로 넣고, 시가총액 요건도 올해 7월과 내년 1월 두 차례에 걸쳐 추가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코스닥 시장에 대해서는 상장폐지 집중관리기간도 2026년 2월부터 2027년 6월까지 운영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를 토대로 올해 코스닥 상장폐지 대상 기업 수가 당초 50개 안팎에서 약 150개사 안팎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거래소는 최근 규정 개정 과정에서 동전주 요건을 회피하려는 우회 수단도 함께 막고 있다. 17일 재예고된 개정안에는 관리종목 지정 전후 반복적인 주식병합이나 감자를 통해 동전주 기준을 피하는 사례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관리종목 지정일 전 1년 이내 병합·감자를 한 기업은 지정 뒤 90거래일 내 추가 병합·감자가 금지되고, 같은 기간 병합·감자를 하더라도 총 비율이 10대 1을 넘으면 즉시 상장폐지 사유로 볼 수 있도록 보완됐다. 거래소가 단순 저가주 정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규정 회피 차단’까지 제도 설계 범위를 넓힌 셈이다.
정책 취지는 분명하다. 금융위는 장기간 연명하는 부실기업이 시장 신뢰를 떨어뜨리고, 불공정거래에 악용되며, 투자자 피해를 키울 수 있다고 봤다. 실제로 금융위 자료에는 미국 나스닥도 1달러 미만 주가에 대한 퇴출 기준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 언급돼 있다. 저가주 특유의 높은 변동성과 낮은 시가총액, 투기적 수급 쏠림을 감안하면 일정 수준의 정리 장치가 필요하다는 논리가 힘을 얻는 배경이다.
문제는 주가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기업의 생존 적격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시장에서는 성장성이 꺾였거나 재무가 취약한 기업뿐 아니라 업종 특성상 주목을 덜 받아 장기간 저평가된 종목도 적지 않다고 본다. 거래량이 많지 않고 기관 수급 유입이 제한된 지역방송, 공공 소프트웨어, 일부 의료기기·IT 서비스 기업이 대표적이다. 실적은 개선되고 부채는 낮은데도 주가만 낮아 상장폐지 리스크에 노출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사례를 보면 이런 우려가 과장이지만은 않다. 자동심장충격기(AED) 전문기업 씨유메디칼은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482억원, 영업이익 10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38.6%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동전주로 분류될 수 있는 가격대에 머문다는 이유만으로 동일 선상에서 상장폐지 논의에 묶기에는 실적 흐름이 가볍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방송·공공 인프라 성격이 강한 기업들도 비슷한 논쟁의 한가운데에 있다. 지역 민영방송사 TBC는 낮은 부채비율과 안정적인 재무구조가 강점으로 거론돼 왔고, 공공·행정 수요 비중이 높은 일부 소프트웨어 기업은 업황 변동에 따라 이익 규모가 크지 않아도 현금흐름과 차입 부담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시장에서는 이런 기업까지 ‘동전주=부실기업’ 프레임으로 분류하는 것은 자본시장의 가격 기능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접근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전주라는 낙인이 곧바로 좀비기업 판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제도 시행이 불러올 기업들의 대응도 주목된다. 규정 강화가 예고되자 일부 종목은 주식병합, 무상감자, 자본구조 개편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주가 절대수준을 끌어올려 형식 요건을 피하려는 움직임이다. 거래소가 이번 재예고에서 병합·감자 제한 규정을 추가한 것도 이런 대응을 염두에 둔 조치다. 상장 유지의 본질이 사업 경쟁력 개선이 아니라 ‘가격 기준 맞추기’로 흐를 수 있다는 점이 당국과 기업 모두의 부담으로 남아 있다.
정책 효과를 놓고 시장의 시선은 엇갈린다. 한쪽에서는 장기간 부실을 숨긴 채 증시에 남아 있는 기업들을 조기에 정리해야 투자자 보호와 시장 신뢰 회복이 가능하다고 본다. 다른 한쪽에서는 주가 수준 하나만으로 퇴출 대상을 가리면 업종별 특성, 유동성 차이, 저평가 국면, 실적 개선 여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최근처럼 특정 성장 업종에 자금이 집중되는 장에서는 비주류 업종 기업의 주가가 본질 가치보다 과도하게 낮게 형성될 수 있다는 점도 반론의 근거로 제시된다.
시장 안팎에서는 상장폐지 제도의 방향 자체보다도 세부 선별 기준의 정교함이 중요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주가 기준을 아예 배제하긴 어렵더라도, 영업현금흐름, 이자보상능력, 부채 구조, 감사의견, 최대주주 변경 이력, 불공정거래 연관성 같은 지표를 함께 들여다보는 다층 심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가주 가운데 실제 부실기업을 걸러내는 일과, 저평가된 정상기업까지 함께 밀어내지 않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인식도 커지고 있다. 금융위와 거래소가 강한 퇴출 드라이브를 예고한 만큼, 7월 제도 시행 전까지 동전주를 둘러싼 형평성 논란은 더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