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 시장 변화와 소비자 구매 행태에 나타난 가성비 중심 트렌드 확대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여름 보양식에서도 온라인 묶음판매 중심의 ‘가성비’ 경쟁으로 재편되는 신호가 뚜렷하다. 신세계푸드는 7월 ‘올반 삼계탕’ 판매량이 21만 개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달 17만 개 대비 21% 늘었다. 특히 주요 온라인몰에서 48개 단위로 판매한 기획세트가 성장을 이끌었다. 기획세트의 7월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37% 증가해 전체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고, 묶음 구매 기준 개당 가격은 50006000원대다.
여름철 외식 물가 부담과 이어지는 무더위가 수요 이동을 자극했다. 전통적으로 복날을 전후해 외식 수요가 집중되던 삼계탕이 집에서 데워 먹는 보양식으로 소비 경로가 바뀌고 있다. 생닭과 인삼·찹쌀 등을 준비해 장시간 조리해야 하는 집밥은 더운 날씨 자체가 장벽이 된다. 반면 완제품은 손질 과정이 거의 없고 가열만으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어 접근성이 높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이 공개하는 생활물가에서도 채소류를 비롯한 식재료 가격 편차가 확인되는 만큼, 소비자는 재료를 모아 조리하는 비용과 완제품 구매 비용을 함께 비교하게 되는 구조다.
이번 실적의 관전 포인트는 온라인 묶음판매의 힘이다. 단품 최저가 경쟁보다, 여러 개를 한꺼번에 사서 개당 가격을 낮추는 방식에 소비자가 적극 반응했다는 뜻이다. 한 끼용 계절 상품을 넘어 여름철 가정에 비축해 두는 ‘스토크업’ 소비가 늘어났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무게감 있는 상온·냉장·냉동 상품을 집까지 배송받는 온라인 유통 환경이 이러한 구매 방식을 뒷받침한다.
공급자에게는 계절 수요를 운영 기간으로 전환할 기회가 된다. 신세계푸드는 여름 더위가 길어질 것으로 보고 올반 삼계탕의 집중 판매 기간을 기존보다 한 달 늘려 9월까지 운영한다고 밝혔다. 복날 중심의 단기 피크에서 벗어나 폭염이 이어지는 기간 전체로 판매 창구를 확장하려는 시도다. 이는 제조·유통 측면에서 재고와 물류를 계절 리듬에 맞춰 조정하는 전략과 맞물린다.
HMR 경쟁의 기준도 이동하고 있다. 시장 초기에는 ‘조리시간을 줄여준다’는 편의성이 핵심이었지만, 제품과 브랜드가 늘어난 지금은 맛과 품질에 더해 ‘한 끼에 얼마 드는가’가 구매를 좌우한다. 이번 묶음 기획세트의 성과는 가격 단위가 ‘팩당’에서 ‘끼니당’으로 해석되는 소비 언어의 변화를 보여준다. 동시에 소비자는 삼계탕 HMR을 외식의 단순 대체재가 아니라 독립된 상품군으로 인식하기 시작했고, 닭 크기와 원산지, 육수 맛, 내용물 구성, 조리 편의성 같은 세부 요소가 선택 기준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러한 흐름은 기상 조건과 물가 수준 같은 외부 변수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폭염이 완화되거나 가격 환경이 바뀌면 수요의 속도도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7월 21만 개, 묶음상품 37% 증가라는 수치는 여름 보양식의 주 무대가 외식 매장에서 온라인 HMR 채널로 넓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기업은 패키지·가격 정책을 정교화하며 수요를 분산·연장하려 하고, 가정은 외식과 간편식을 메뉴별로 조합해 지출을 재배분한다. 올해 여름 삼계탕 시장에서 확인된 ‘가성비 중심의 묶음 구매’는 HMR 업계가 운영과 마케팅을 설계하는 기본 단위가 무엇인지, 그 축이 어디로 옮겨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