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유소년 승마계에 눈에 띄는 신규 스타가 등장하면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국내 승마 산업에 신선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주인공은 초등학교 6학년 나원제 선수. 그리고 그 배경에는 한국 승마의 간판 선수로 불렸던 황영식이 있었다.
지난 5월 열린 제53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나원제는 승마 장애물 60㎝ 프로젝트 부문에서 값진 은메달을 차지했다. 이 성과는 단순한 유소년 체육계의 이슈를 넘어, 국내 승마 산업 전반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선수 지도 6개월 만에 이뤄낸 쾌거라는 점에서, 스포츠 멘토링과 퍼스널 브랜딩의 모범 사례로까지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이 현상을 단순한 스포츠 뉴스로만 소화해선 안 된다. 이에 대해 산업·경제적 관점에서 조명해 보자.
국내 말산업은 농림축산식품부가 2011년 ‘말산업 육성법’을 제정하면서부터 제도권 안으로 들어왔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말 관련 산업 규모는 약 3조 원을 넘어섰고, 이는 매년 5~10% 수준의 꾸준한 성장을 기록 중이다.
특히 생활형 승마, 승마 재활치료, 승마관광 등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나, 스포츠형 승마 – 즉 경기용 승마 – 는 여전히 대중적 기반이 약하다. 유소년 선수 육성 체계도 미비하고, 비용 문제로 인해 ‘엘리트 체육’의 진입 장벽은 매우 높은 편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황영식–나원제’ 사제(師弟)의 사례는 한국형 승마 시스템에 하나의 기획 모델을 제시한다. 이들의 관계는 고도로 전문화된 멘토링 구조의 실험이자, 퍼스널 브랜딩 기반의 선수 육성 프로그램으로도 주목할 가치가 있다.
승마는 장비, 말 유지비, 말 훈련비, 교습비 등 다양한 비용 요소로 인해 ‘귀족 스포츠’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실제로 일반 중산층 가정이 자녀를 정식 승마 선수로 키우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공공승마장 구축, 승마사회적기업 등장, 지자체 지원 등으로 인프라가 확장되고 있다. 특히 경기도, 충남, 전북 등 지역을 중심으로 유소년 대상 ‘지역 생활형 승마’ 프로그램이 증가하고 있어 탄탄한 사다리 체계 형성의 기대감도 높다.
나원제처럼 비(非) 승마 명문가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체계적 교육 속에서 두각을 나타낸 사례는, 예전과 달리 다양한 진입 경로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향후 정부 및 민간 협력을 통한 ‘유소년 승마 저변 확대 프로젝트’가 구체화된다면, 한류 스포츠 콘텐츠의 유망 품목으로 도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거 아시안게임, 전국체전 등에서 다수의 메달을 수상하며 승마계 스타로 자리매김한 황영식은 최근 승마 아카데미를 설립, 유소년 교육에 매진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선수 은퇴 이후의 진로라기보다는, 승마 종사자들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구조 형성의 첫 시도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 승마계는 선수 은퇴 후 진로 다변화가 어려운 구조다. 말 관리사, 훈련사, 마방 운영 등으로의 전환이 대부분이며, 전문 지도자 양성 및 창업 관련 지원은 미비하다. 황영식의 경험은 이 분야의 ‘2차 커리어’ 가능성을 입증하는 케이스로 평가받을 수 있다.
승마 산업을 경제 키워드로 환산해본다면 다음과 같은 요소를 고려할 수 있다.
– 지속 가능한 승마 투자 플랫폼화
– 유소년 승마 펀드 및 장학사업 활성화
– 디지털 승마 교육 콘텐츠 개발 (온라인 시뮬레이션 훈련 등)
– 지역기반 인프라 연계 마케팅 (승마+관광+치유 결합 모델)
정부가 말산업 육성법을 재정비하고, 관련 세제 혜택과 창업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면 현재 3조 원 수준의 산업은 향후 5년 내 5조 원 규모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나원제의 소년체전 은메달은 당장의 결과일 뿐이다. 더 중요한 것은 한 명의 선수가 산업 전반에 던진 메시지다. 그리고 그 메시지 뒤에는 실력자이자 교육자로 변신한 황영식의 헌신이 있었다.
국내 승마가 가진 고질적인 접근성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황영식과 더 많은 나원제가 등장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엘리트 선수 양성”은 결과가 아닌, 과정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이 곧 산업의 경쟁력이자 콘텐츠의 힘이다.